
굵직한 스포츠 축제가 유난히 많았던 2014년이 저물어 가고 있다. 연초부터 연말까지 스포츠 팬들은 태극전사들의 활약에 울고 웃었다. 한국은 2월(7일~23일, 이하 한국 시각) 열린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 3개 은메달 3개 동메달 2개를 따내며 13위에 자리했다. 목표로 했던 톱10 진입에 실패했지만 '투혼의 승부'를 잇따라 펼치며 감동을 선사했다. '지구촌 최대의 스포츠 축제' 브라질 월드컵(6월 13일~7월 14일)에서는 태극전사들이 쓴 맛을 봤다. 손흥민, 기성용, 이청용 등 유럽파들을 주축으로 선전을 다짐했지만 조별리그 성적 1무 2패로 16강 진출에 실패하며 고개를 숙였다. 인천 아시안게임(9월 19일~10월 4일)은 명예회복의 무대였다. 한국은 금메달 79개, 은메달 71개, 동메달 84개로 종합 준우승을 차지했다. 국내 프로 스포츠의 열기도 뜨거웠다. 삼성 라이온즈가 한국 야구 역사상 전무한 통합 4연패에 성공했고, 전북 현대는 3년 만에 K리그 정상에 올랐다. 환희와 감동과 눈물을 안긴 2014 한국 스포츠. <더팩트>는 2014년을 마무리하며 1년 동안 쉼 없이 달려온 스포츠 스타들을 송년인터뷰 코너에서 차례로 만난다. <편집자 주>
[더팩트 | 홍지수 기자] 2009년 두산 베어스 유니폼을 입고 프로에 데뷔한 정수빈(24)이 '커리어 하이'를 기록한 2014시즌을 돌아 봤다. '정수빈' 이름 석 자를 떠올리면 팬들은 빠른 발을 이용해 내야 안타를 만드는 선수로 많이 기억된다. 특히, 빠른 발 덕분에 수비 범위도 넒어 멋진 다이빙 캐치를 종종 선보이면서 팬들의 사랑을 듬뿍 받았다. 정수빈은 일각에서 '너무 발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에 자신만의 주특기를 살리면서 "한국에서 최고의 타자가 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정수빈은 23일 쌀쌀한 날씨에도 개인훈련을 위해 잠실구장을 찾았다. 익숙한 두산 유니폼이 아닌 청바지에 셔츠와 니트, 그리고 두꺼운 점퍼를 입고 나온 그는 훈련 전 <더팩트>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허심탄회하게 속내를 드러냈다. 이날 인터뷰에서 정수빈은 자신의 가장 큰 장점을 '빠른 발'을 꼽으면서 올 시즌 공수에서 후회없이 기량을 드러냈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그는 "한국에서 최고가 되겠다"고 말하며 내년 시즌에 시작될 스프링캠프를 앞두고 각오를 다졌다.
정수빈은 프로무대 첫 해인 2009년엔 85경기에 출장해 타율 2할6푼4리(231타수 61안타) 3홈런 17타점 13도루를 기록하고 존재감을 드러냈다. 이듬해엔 133경기 가운데 76경기 밖에 나서지 못했으나 타율 3할2푼2리(143타수 46안타)를 기록하면서 확실하게 눈도장을 찍었다. 특히, 정수빈의 전매특허인 빠른 발을 이용한 '내야 안타'는 일품이었다. 이후 꾸준하게 세 자리 수 경기에 출장하면서 128경기로 치러진 2013년엔 거의 전 경기에 가까운 125경기에 출장했고 올 시즌엔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풀타임을 뛰면서 타율 3할6리(431타수 132안타) 6홈런 49타점 79득점 32도루를 기록하며 최고의 한 시즌을 보냈다.

타격뿐만 아니라 올 시즌에 수비에서도 실책 한 개밖에 기록하지 않는 등 안정된 수비력을 자랑하는 정수빈은 개인훈련 전 진행된 이 날 인터뷰에서 솔직하게 자신의 장단점을 평가했다. 프로 데뷔 6년 차인 정수빈은 <더팩트> 취재진을 반갑게 맞았다. '커리어 하이'를 기록한 올 시즌을 되돌아 보고 자신이 올린 시즌 성적에 만족감을 드러내면서도 부족한 부분에 대해선 솔직하게 인정했다. '아기곰' 정수빈은 어느덧 '아빠곰'이 되어버린 듯 의젓해 보였다.
다음은 정수빈과 일문일답.
- 날씨가 많이 추워졌다. 비시즌 동안 어떻게 지내고 있는가.
정신이 없었다. 구단 행사에 동료들 결혼식까지 참석하고 개인 훈련을 하다 보니 쉴 틈이 없다. 비시즌이지만 하루하루 바쁘게 보내고 있다.
- 내년 1월에 시작 될 스프링캠프를 앞두고 남은 비시즌 동안 세워둔 계획이 있나.
시즌이 끝나고 연말 시상식, 연탄 나르기, 결혼식 등 각종 행사에 참여하느라 훈련을 못했다. 우선 가족들과 여행을 떠날 것이다. 12월 말까지는 바쁘게 보낼 것 같다. 이후엔 내년 1월부터 운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할 예정이다. 스프링캠프 전까지 몸을 확실하게 만들어둘 것이다.
- 개인 훈련을 한다고 하는데 같이 훈련을 하거나 자주 어울리는 동료가 있는가.
따로 약속을 잡지 않는다. 야구장 개방 시간이 있다. 그 시간에 맞춰서 자율적으로 나온다. 이렇게 나오다 보면 팀 동료들과 야구장에서 만나게 된다. 평소에는 (허)경민이나 (박)건우 그리고 (정)진호 형과 주로 어울린다. 또한, 야구 선수가 아닌 일반 친구들을 만난다. 만나던 사람들하고 계속 보게 된다.
- 올 시즌 가장 좋은 기록을 거둔 것 같다. 시즌을 마감하고 돌아본 소감을 말해 달라.
나에게 중요한 한 해였다. 이종욱 선배가 NC 다이노스로 팀을 옮기면서 빈자리를 채워야 했다. 시즌 전반기엔 평범한 성적을 올렸다면 후반기에 타격 자세를 바꾸면서 성적이 올랐던 것 같다. 시간이 지날 수록 정수빈다운 야구를 펼친 것 같다. 또한, 처음으로 풀타임을 소화한 시즌이었고 개인적으로 만족한 시즌이었다. 100점 만점에 90점 정도는 줄 수 있을 것 같다.
- 올 시즌 가장 잘했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있는가. 또한, 나만의 주특기라고 생각하는 것이 있나?
내야 안타를 많이 생산한 부분이다. 일각에선 발만 빠르다고 말하기도 하고 얍삽하다고 목소리를 내기도 했지만 내야 안타를 때리는 것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내야 안타로 인해 경기 분위기도 바꿀 수 있고 투수나 수비진도 흔들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올 시즌 내가 내야 안타를 가장 많이 때렸을 것이다. 각자 자기가 서 있는 위치에서 맡은 임무를 최선을 다하면 되는 것이다.
- 그렇다면 가장 부족했거나 아쉬웠다고 느낀 부분은 무엇인가?
개인적으로 수비와 주루에서는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투 스트라이크 이후 상황에서 대처 능력이 부족했던 것 같다. 삼진이 많은 편이었는데 공을 정확하게 맞혀서 어떻게 해서든 살아나가는 등 출루율을 높여야 했다. 이러한 부분이 약했던 것 같다.
-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는 언제인가?
지난 8월 19일 문학구장에서 열린 SK 와이번스와 경기가 기억에 많이 남는다. 당시 경기에서 상대 선발 트래비스 밴와트를 상대로 오른쪽 담장을 넘기는 개인 첫 4점 홈런도 터뜨렸다. 또한, 한 경기에 7타점을 올렸다. 특히, 타격 자세를 바꾼 뒤 나온 기록이어서 가장 인상 깊은 경기로 기억하고 있다.
- 한 시즌을 되돌아 보면서 경쟁자로 꼽을 만한 선수가 있는가?
당연히 있다. 올 시즌엔 주전으로 활약했지만 팀 내에서 정말 본받아야 할 선수가 많다. 1군 선수들뿐만 아니라 백업 선수들을 비롯해 2군 선수들, 심지어 초등학교 선수들을 보면서도 배울 부분이 많다고 느낀다. 전반적인 실력 차이를 떠나서 각자 장점이 있다. 이러한 부분들을 보고 배운다.
- 올 시즌 처음으로 풀타임을 소화했다. 체력적으로 어려움은 없었나?
올 시즌에 처음으로 풀타임을 소화하면서 힘들 때도 있었지만 체력적인 부담이 많지는 않았다. 경기에 나서면 똑같다. 물론, 힘이 떨어졌다고 느낀 경우도 있었지만 안타를 때리지 못한다고 체력적인 문제를 핑계를 댈 수 없다.
- 체력관리에 자신만의 노하우가 있는가?
특별히 식단은 신경을 쓰지 않는다. 정신력이 중요한 것 같다. 힘이 들더라도 열심히 뛰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체력관리 한다면서 좋은 음식 챙겨 먹고 웨이트 트레이닝하는 방법도 있지만 단순하게 생각하는 편이다. 이것저것 너무 의식하지 않고 열심히 경기에 나서다 보면 시즌이 끝난다.
- 메이저리그에 도전이나 개인 타이틀 욕심은 없나?
메이저리그 진출 욕심은 없다. 우선 한국에서 최고의 선수가 되는 것이 가장 큰 목표다. 메이저리그 진출 얘기는 한국 프로야구에서 최고가 된 이후에 생각할 문제인 것 같다. 개인 타이틀은 열심히 운동하고 준비해서 도루왕을 비롯해 모두에게 인정받도록 하겠다.
- 프로 무대에서 선수 생활을 하면서 '롤 모델'이 있는가?
현재 롤 모델은 나 자신이다. 항상 내 성적을 돌아보면서 각오를 다지고 있다. 매년 내 성적을 갱신해야한다는 의지를 가지고 있다. 작년보다 올해, 올해보다 내년에 더욱 좋은 성적을 올려야겠다는 생각뿐이다. 올해 커리어하이를 기록했는데 내년에는 목표를 더욱 높게 잡을 것이다.
- 난관에 부딪혔을때 조언을 구하는 등 특별히 의지하는 동료가 있는가?
동갑내기 동료인 (허)경민이나 (박)건우를 비롯해서 (정)재훈이 형, (민)병헌이 형, (김)현수 형 등과 잘 어울리면서 잘 한 부분이나 못한 부분에 대해서 조언을 구하곤 한다.
- 내년에는 두산도 우승을 바라봐야 하지 않을까?
(장)원준이 형이 두산에 합류하면서 투수진이 보강이 됐다. 내야진과 외야진을 비롯해서 투수진도 한층 강해졌다. 개인 기량이 뛰어난 선수들이 많이 있기 때문에 내년에는 충분히 우승을 넘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 장원준의 합류로 선수단 분위기는 어떤가?
아직 선수단이 공식적으로 모여서 인사를 나누지 않았다. 1월에 스프링캠프로 떠나기 전에 모두 모여서 얘기를 나눠봐야 할 것 같다.
- 김태형 신임 감독에게 하고 싶은 말.
아직 김 감독님의 성향을 파악하지 못했다. 스프링캠프에 참가하면 감독님이 어떠한 야구를 좋아하고 추구하는지 등 방향을 알 수 있을 것 같다. 감독님도 선수들의 장단점을 분석해야 하지만 선수들도 감독님의 스타일을 알아야 한다.
- 내년 시즌 각오를 말해 달라.
야구는 기록의 스포츠다. 올해보다 내년에 더욱 잘하고 싶다. 올 시즌엔 '커리어 하이'를 찍었지만 내년에는 모든 부분에서 더욱 좋은 기록을 달성하고 싶다. 잘 해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