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탐사보도-올어바웃 시구녀①] '홍드로부터 클라라까지'…던졌던 그녀들
  • 박소영 기자
  • 입력: 2013.06.08 07:00 / 수정: 2014.07.16 09:00


[박소영 기자] 1982년 한국 프로야구가 출범하고 가장 먼저 마운드에 올라 시구에 나선 이는 전두환 전 대통령이다. 그리고 1980년대 후반까지 대체로 시구 이벤트는 정치인이나 사회 유명 인사들의 보여주기식 릴레이였다. 그러던 1989년, 여자 연예인 최초로 배우 강수연이 시구자로 뽑혔다. 어정쩡한 포즈에 지극히 아마추어다운 시구였지만 경기장을 찾은 야구 팬들의 함성은 하늘을 찌를 기세였다. 그렇게 시구는 경기 전 흥을 북돋는 이벤트로 자리매김했고 특히 여성 연예인들에게는 자신의 이름 석 자를 널리 알릴 수 있는 장으로 바뀌었다. 프로야구 경기의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 이벤트', 시구의 그녀들을 집중 분석한다.

홍수현은 2005년 7월 개념 시구의 진수를 뽐내 야구 팬들의 사랑을 독차지했다. /관련 뉴스 영상 캡처
홍수현은 2005년 7월 '개념 시구'의 진수를 뽐내 야구 팬들의 사랑을 독차지했다. /관련 뉴스 영상 캡처

2005년 7월, 혜성처럼 '불꽃 시구녀'가 나타났다. 배우 홍수아가 주인공이다. 이전에 대다수 여자 스타들은 와인드업 자세를 더욱 늘씬하게 돋보이도록 핫팬츠나 하이힐 패션으로 마운드에 올랐다면 홍수아는 달랐다. 당시 그는 편안한 카고바지에 스포티한 민소매 셔츠를 입고 금빛 운동화를 신었는데 스포츠 뉴스에서 그의 패션을 다룰 정도였다. 김병현 선수를 좋아한다며 언더핸드 투구폼을 뽐내 보는 이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홍수아의 열정에 반한 누리꾼들은 당시 메이저리그 최고의 투수로 손꼽히던 페드로 마르티네스의 이름을 따 '홍드로'라는 애칭을 선물했다.

홍수아를 시작으로 점차 많은 연예인들이 캐주얼한 복장으로 힘차게 공을 뿌리기 시작했다. 예쁜 척하는 표정을 짓기보다는 이를 악물고 온 힘을 다해 포수 미트에 공을 꽂으려고 노력했다. '홍드로'에 이어 박신혜가 왼손으로 큰 포물선을 그리는 멋진 변화구를 던져 '랜디 신혜'라는 별명을 얻었다. 이들 외에 소녀시대 유리-서현, 천상지희 스테파니, 리듬체조 선수 손연재, 방송인 이수정, 모델 장지은, 배우 채정안 등이 '시구 여신'으로 야구 팬들의 눈도장을 찍었다.

장지은(왼쪽)과 이수정이 차세대 개념 시구녀로 손꼽혔다. /더팩트DB
장지은(왼쪽)과 이수정이 차세대 '개념 시구녀'로 손꼽혔다. /더팩트DB

모델 장지은은 지난해 6월 LG 트윈스 상·하의 유니폼을 완벽하게 갖춰 입어 홍수아-박신혜-이수정의 계보를 잇는 '개념 시구녀'가 됐다. 마운드에 오르기 전에는 팬들을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달밤에 야구장에서 개인 연습까지 했다. 전문 코치를 만나 강습도 받고 최상의 컨디션을 위해 시구하기 5일 전부터는 금주까지 불사했다.

이수정은 '개념 시구' 덕에 무려 세 번이나 기아 타이거즈 유니폼을 입었다. 2011년 7월 포수 차일목의 미트에 그대로 스트라이크를 꽂아 넣은 그는 단숨에 '개념 시구녀'로 떠올랐고 박신혜와 함께 기아 타이거즈를 대표하는 '시구 여신'이 됐다. 이후 두 번이나 더 던졌고 멋진 시구와 함께 예쁜 얼굴과 몸매 등으로 자신의 이름 세 글자를 널리 알렸다.

지난해 6월 1일 세 번째 시구를 한 후 그의 소속사 관계자는 "(이)수정이가 정말 많이 부담스러워한 시구였다. 연습 때는 놀라울 정도로 잘 던졌는데 정작 시구 때 긴장해 무척 속상해했다"고 귀띔했다. 시구 외에 몸매까지 주목받은 점을 두고는 "그동안 수정이가 투구에만 온 신경을 써왔기 때문에, 팬들께서도 '여자 시구자가 공은 대충 던지고 예쁘게 보이려고만 애쓴다'고 비난하시기보다는 '몰랐는데 몸매도 좋네'라고 말해주시는 것 같다"고 말했다.

클라라가 과한 시구 패션으로 의상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중계방송 캡처
클라라가 과한 시구 패션으로 의상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중계방송 캡처

하지만 홍수아, 박신혜, 장지은, 이수정은 뜨기 위해 시구에 나선 게 아니라 잘 던지고 보니 스타로 떠오른 경우다. 시구 하나로 반짝 화제를 모으려고 의도한 이들은 오히려 야구 팬들의 질타를 받기도 했다. 시구 자체가 연예인들을 초대하는 이벤트로 확장되자 의상 논란 등 의도치 않은 일들이 발생했다. 시구 이벤트의 희소성이 많이 사라졌고, 오히려 경기 관람을 방해하는 요소가 되었다는 야구 팬들의 원성이 쏟아지는 일도 있었다.

의상 논란으로 가장 크게 화제를 모은 이는 배우 클라라다. 지난달 3일 잠실 야구장에 선 그는 줄무늬 레깅스에 배꼽이 보이도록 두산 베어스 유니폼을 리폼해 보는 이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과도한 노출은 없었지만 몸매가 고스란히 보이는 타이트한 레깅스 때문에 속옷 라인이 도드라져 민망한 상황을 연출했다.

이와 관련해 두산 베어스 홍보팀 이왕돈 차장은 <더팩트>과 인터뷰에서 "일부 여자 연예인은 스타일리스트와 상의해 유니폼을 리폼한다. 클라라의 경우 다리가 길어 보이게 하려고 줄무늬 하의를 입거나 자신이 자랑하는 몸매가 드러나게 리폼을 해왔더라. 가족 단위의 관중들도 많아서 너무 노출이 심하거나 보기 불편한 부분이 있다면 제지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아무리 시구가 즐길 거리라 해도 야구 경기의 본질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 마운드에 오르기 위해 수많은 선수들이 어렸을 때부터 피땀 흘려 노력한다. 그리고 그 중 극소수만 프로 선수가 돼 마운드에 오른다. 마운드의 가치와 정신을 시구자들에게 누누이 강조한다"고 힘줘 말했다.

프로 야구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시구녀를 향한 애정과 관심도 날로 뜨거워지고 있다. 하지만 결과 때문에 본질이 훼손되면 안되는 법. '애정 결핍 시구녀'보다 '개념 찬 시구녀'들이 더욱 늘어나길 야구 팬들의 기대를 담아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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