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야생녀] 넥센 배트걸 "군대간 친구들이 가장 좋아해"
  • 박소연 기자
  • 입력: 2012.08.13 10:00 / 수정: 2014.06.18 09:45

넥센의 대표 얼굴로 당당히 이름을 올린 배트걸 민수진양. / 넥센 히어로즈 제공
넥센의 대표 얼굴로 당당히 이름을 올린 배트걸 민수진양. / 넥센 히어로즈 제공

[박소연 기자] '국민 스포츠'로 자리 잡은 야구계에 '여풍(女風)'이 거세다. 프로야구 출범 30년 만에 600만 관중을 돌파한 지난해에는 여성 관중이 10명 가운데 4명에 이를 정도로 흥행 몰이에 큰 몫을 했다. 다른 종목보다 어려운 경기 규칙과 긴 관람 시간 때문에 남성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프로야구가 이제는 여성의 주요 문화생활로 자리를 잡았다. 연일 매진 사례를 이어 가고 있는 올해 야구장에서도 여성들의 응원 열기는 뜨겁다. 웬만한 남자들보다 더 깊은 야구 지식과 열정을 가진 여성 팬들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더팩트>은 야구장 안팎에서 '야구에 사는 여자', 이른바 '야생녀'를 만나 그들의 뜨거운 '야구사랑'을 느껴 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요즘 프로야구 각 구단별로 배트걸 경쟁이 뜨겁다. '야구장의 꽃'이라 불리는 치어리더 못지않게 큰 인기를 모으고 있는 가운데 올 시즌부터 당당히 넥센의 대표 얼굴로 이름을 올린 배트걸이 있다. 이미 많은 팬을 보유한 민수진(20)양. 얼굴은 귀엽지만 늘씬한 반전 몸매로 야구팬들의 사랑을 독차지 하고 있는 그는 지난달 28일 목동 삼성전에서 넥센의 시구자로 나서기도 했다. 이전에는 야구의 '야'자도 모르던 평범한 여대생이었던 그가 배트걸로 활동한지도 어느덧 6개월. 야구로 인해 자신도 몰랐던 숨겨진 열정을 깨달았다는 그는 어느덧 야구를 진짜 즐기는 '야생녀'가 돼 있었다.

- 처음에 어떻게 배트걸을 시작하게 됐어요?
학교 교수님이 야구를 굉장히 좋아하시는데 모집 공고가 났다면서 아르바이트로 한 번 해볼 생각이 없냐고 권해주셨어요. '설마 내가 될까' 반신반의하며 지원했는데 합격이 돼서 올 시즌부터 시작하게 됐어요. 이전에는 스포츠에 별로 관심이 없었는데, 이제는 자연스럽게 내 팀 같고, 야구도 많이 알게 된 것 같아요. 좀 바쁘긴 하지만요. 지금은 방학이라 괜찮은데, 학기 중에는 수업 마치자마자 서둘러 와야 해요. 학교가 안산이거든요. 경기장까지 한 시간 반 정도 걸리다 보니 늦어도 네 시에는 출발해야 하죠.

- 야구를 전혀 몰랐으면 초반에 많이 힘들었겠어요.
네. 5개월 일하면서 진짜 많이 배웠어요. 규칙을 잘 알 필요는 없지만 공이 떨어지는 건 잘 봐야 해요. 파울볼이면 배트를 치우면 안 되는데 잘 몰라서 배트를 치워버릴 때도 있어요. (옆에서 알려주는 분은 없나요?) 네. 턱돌이 오빠가 있으면 못 나가게 막는데, 오빠가 관중석으로 올라가고 나면 저 혼자 판단해야 해요. 그래서 가끔은 옆에서 연습하고 있는 선수 분들께 "저거 파울볼이에요?" 물어보고 그랬어요.(웃음)

- 팬도 꽤 많은 것 같던데요.
아직 잘 모르겠어요. 밖에서 알아보는 사람이 없어서요. 기사가 나오면 신기해요. (친구들은 뭐라고 하던가요?) TV나 뉴스에 나오는 거 보고 신기하다고 해요. 군대에 있는 애들이 제일 좋아하더라고요.(웃음)

- 지난달에는 직접 시구자로도 마운드에 섰잖아요.
사실 이전에 공을 던져본 적이 없어서 인터넷으로 찾아봤는데, 아무리 봐도 모르겠더라고요. 그래서 경기 전에 턱돌이 오빠한테 부탁해서 한 10분 정도 배웠어요. 그래도 막상 실전에 나가니 어렵더라고요.

- 당황스러운 순간도 많았을 것 같아요.
최근에 이택근 선수가 점수를 낸 다음에 강정호 선수가 나갈 차례였어요. 두 분이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을 때 저는 배트를 들고 왔죠. 그런데 강정호 선수가 가만히 서서 저를 쳐다보고 계신 거예요. 동시에 코치님이 "배트"라고 소리치시고. 보니까 제가 치워야할 배트는 저기 멀리 있더라고요. 강정호 선수가 하이파이브 한다고 잠깐 내려놓은 배트를 제가 들고 와 버린 거죠. 그 땐 정말 당황스러웠어요. 혼내는 분도 없고 다들 웃어넘기셨는데 그냥 혼자 괜히 무서워서 눈치만 보고 있었죠.(웃음)

- 경기 전에는 어떤 준비를 하나요?
경기 시작하기 한 30, 40분 전에 도착해서 옷을 갈아입어요. 준비할 건 특별히 없는데, 마운드에 투수용 로진가루를 놓고, 시구가 있으면 시구자용 공을 챙기고. 경기 시작하고 난 다음부터가 바쁘죠. 배트 옮기고 물, 로진 같은 것 챙기다 보면 시간이 금방 가요.

- 배트걸 하면서 가장 힘든 점은 뭐예요?
아무래도 날씨에 영향을 많이 받는 것 같아요. 요즘 굉장히 덥잖아요. 짜증이 나면 표정이 많이 일그러지는데, 사진을 많이들 찍으셔서. 표정 관리를 해야 하는데 제가 그게 잘 안 되거든요.(웃음) (그래도 보람도 많이 느끼죠?) 네. 많이 힘든 일도 아니고 그냥 왔다 갔다만 하는 건데, 심판이나 선수 분들이 "고맙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이렇게 말씀해 주실 때 굉장히 보람이 있더라고요. (누가 제일 표현을 많이 해주던가요?) 아무래도 심판 분들이 물이나 수건 갖다 드리면 웃으시면서 "고마워요"라고 말씀해 주시죠.

- 특별히 잘해주는 선수나 스태프가 있나요?
선수분들은 항상 운동만 열심히 하셔서 사실 이야기할 기회가 거의 없어요. 아무래도 볼 카운터 분들과 제일 많이 부딪히는데 항상 "힘들지?"라면서 한 마디씩 건네주시더라고요. 더우면 표정이 막 일그러지는데 그분들이 막 웃으면서 "더워?" 이러시면 저도 모르게 웃고 있고. 그게 힘이 많이 돼요. 코치님도 한 마디씩 해주시고. (김시진 감독님은요?) 이야기 딱 한 번 해봤어요. 경기 끝나고 너무 더워서 덕아웃 냉장고에서 음료 2개를 꺼내는데 감독님이 나오신 거예요. 처음에는 무서우신 분 인줄 알았는데 아니었어요. 눈이 마주치니까 웃으시면서 "오늘 재미없었지?"라고 말을 걸어주셨어요. 그날 졌거든요. 그래서 아니라고 손사래를 치면서 "내일 꼭 이겨요. 파이팅!" 이랬죠.(웃음)

- 남자친구 있어요?
아니오. (마지막으로 사귄지) 1년 반 정도 됐어요. (이상형은 어떤 스타일?) 이해심 많은 사람. 외모는 잘생기면 좋지만, 매력이 있으면 콩깍지라는 게 있잖아요? 콩깍지가 씌면 외모는 상관없는 것 같아요. (야구 선수로 예를 든다면요?) 없는 것 같아요.(웃음) 물론 야구 선수분들도 잘생기고 매력이 있으시지만. 아무래도 나이 차이도 있고. (그럼 연예인 중에는?) 아, 공유요.(웃음) 드라마도 열심히 챙겨봤어요. 아, 김수로도 좋아해요.

- 넥센 자랑 좀 해주세요.
야구에서 투 아웃이면 사람 심리가 많이 포기하게 되잖아요? 그런데 넥센은 신기하게 투 아웃에서 갑자기 치고 나가는 경우가 많이 있더라고요. 3점인가 4점까지 내는 것도 봤어요. 투 아웃이 돼도 기대하게 만드는 것, 그게 넥센의 가장 큰 자랑이 아닐까 생각해요.

- 야구의 매력이 뭐라고 생각해요?
저도 밖에서는 말이 많은 사람이 아닌데 이상하게 야구장만 오면 응원을 같이 하게 되니까 내 자신을 버려요. 스트레스도 풀고. 그런 게 좋은 것 같아요. 내 이미지를 버리고 열정을 쏟아 부을 수 있는 것? 밖에서는 조용히 있다가 여기만 오면 막 소리 지르면서 좋아하는 팀 응원하고, 그러고 나면 지든 이기든 뿌듯하더라고요.

- 원래 꿈이 뭐예요?
전공이 관광경영이라서 서비스업 쪽으로 나갈 생각이에요. 호텔이나 항공사. 지금은 승무원 준비하고 있어요. 대한항공 국내선 가고 싶은데, 준비할 것도 많고. 일 보다 더 힘든 것 같아요.(웃음) 1년 전에는 학원도 다녔었는데 학교 다니면서 병행하기는 힘들더라고요. 학교 수업에도 항공 수업이 있으니까 그거 듣고, 제일 중요한 건 토익 점수를 만드는 거니까 거기에 집중하고 있어요. 치아 교정 끝나고 내년 쯤 지원해보려고요.

- 마지막으로 넥센 팬들에게 한 마디?
곧 있으면 야구 시즌이 끝나는데 이번에 넥센이 가을 야구 꼭 갈 수 있도록 더 응원 많이 해주시면 좋겠어요. 감사합니다.

더팩트 스포츠기획취재팀 claire85@media.sportsseoul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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