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공무집행방해 혐의 적용 검토
AI 이미지 탐지 프로그램 개발도

[더팩트ㅣ김영봉 기자] # 지난 6월 경찰에 오토바이가 지정차로를 위반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오토바이 번호판이 찍힌 사진도 함께 제출됐다. 하지만 번호판에는 지역명이 '서울'이 아닌 '서율'로 적혀 있었다. 경찰은 인공지능(AI)으로 번호판을 변조한 사진으로 판단해 신고를 불수용 처리했다.
AI로 차량 번호판 사진을 조작한 교통법규 위반 허위 신고가 늘고 있다. 경찰은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를 적용해 처벌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허위 신고 검증에 드는 행정력 낭비를 줄이기 위해 AI 이미지 탐지 프로그램도 자체 개발했다.
8일 경찰에 따르면 지난달 2일 행정안전부가 운영하는 온라인 창구 안전신문고를 통해 시내버스의 안전지대 진입금지 위반 신고가 서울 종로경찰서에 접수됐다. 신고자가 제출한 사진에는 버스가 도로 위 빗금으로 표시된 안전지대에 진입하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경찰이 사진 속 버스의 번호판을 조회한 결과 해당 버스가 아닌 다른 차량에 사용됐던 번호이며, 이미 말소된 상태로 확인됐다. 경찰은 AI로 조작한 이미지로 판단해 신고를 불수용 처리했다.
지난 6월 인천 서부경찰서에도 차량이 주행 중 방향지시등을 켜지 않았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경찰이 신고 사진을 확인한 결과 AI로 번호판이 조작됐으며, 존재하지 않는 차량 번호로 파악됐다. 경찰은 수사에 착수했고, 신고자는 지난 9월 경범죄처벌법상 업무방해로 범칙금 16만원 처분을 받았다.
같은 달 경기 분당경찰서에 접수된 이륜차 교통법규 위반 신고에서도 번호판 글씨체가 일반적인 형태와 달랐다. 경찰은 AI 위변조 의심 사례로 보고했다.

AI 조작 이미지를 이용한 허위 신고가 잇따르면서 경찰도 대응에 나섰다. 경찰은 직무집행을 방해한 것으로 보고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 적용을 검토하고 있다. 형법 137조는 위계로 공무원의 직무집행을 방해한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AI 조작 번호판 사진은 교통법규 위반과 무관한 차량을 단속 대상으로 지목할 우려가 있다. 더욱이 보복운전으로 상대 번호판을 촬영한 뒤 AI로 조작해 허위 신고할 가능성도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AI로 차량 번호판을 조작해 허위 신고함으로써 잘못된 처분을 받는 사람이 생기거나, 반복적인 허위 신고로 경찰 행정력 낭비를 초래할 경우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 적용을 적극 검토해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경찰은 교통법규 위반 조사뿐 아니라 이미지 조작 여부까지 확인해야 해 업무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이런 신고를 검증하기 위해 경찰은 최근 AI 이미지 탐지·보고서 자동 생성 프로그램을 자체 개발했다.
프로그램은 촬영·편집 정보와 이미지 압축 흔적 등 6개 항목을 분석해 AI 생성·편집 흔적을 살핀다. 신고 자료에 담긴 개인정보를 외부로 전송하지 않고 업무용 PC에서 분석하도록 설계됐다.
프로그램을 만든 양수영 종로경찰서 행정관은 "최근 이런 변조 사례가 보이기 시작했다"며 "조작 사실을 알아채지 못한 신고도 있을 수 있다는 생각에 프로그램을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양 행정관은 허위 신고 검증 체계를 마련한 공로로 경찰청장 표창을 받았다.
kyb@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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