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화 피해자 총 26명으로 늘어…2명은 중태

[더팩트ㅣ이예리·김태연 기자] 서울 강남구 역삼동 빌딩 두 곳을 잇따라 방화한 70대 남성이 29일 구속 상태로 공소청에 넘겨졌다. 방화 피해자는 총 26명으로 늘었으며, 2명은 중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이날 살인미수와 현존건조물방화치상 혐의로 이모(77) 씨를 구속 송치했다.
이날 오전 7시35분께 검은 패딩에 안경을 착용하고 호송줄에 양손이 묶인 채 모습을 드러낸 이 씨는 "내가 물어보겠다"며 "(특허법인이) 사기친다고 언론사 다섯 군데에 전화했는데 모른 척하고, 수서서에도 얘기했지만 수사를 안 했다"고 말했다.
'그래서 특허법인 사람들 다 죽이려 했냐'는 질문엔 "그 얘기 그만하라"고 했다. '피해자들에게 미안하지 않냐'는 질문엔 입을 다물라는 뜻의 "셧업(Shut up)"이라고 답했다.
이 씨는 지난 20일 오전 11시53분과 낮 12시1분께 강남구 역삼동 A 건물과 B 건물 특허법인 사무실 출입구 앞에 휘발유를 뿌리고 라이터로 잇따라 불을 붙여 총 26명을 다치게 한 혐의를 받는다.
피해자는 A 건물에서 15명, B 건물에서 11명이 발생했다. 이중 6명은 중상을 입었으며, 4명은 상태가 호전됐으나 2명은 여전히 중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조사 결과 이 씨는 서울 강서구 주거지 인근에서 식초 1통과 까나리액젓 1통, 라이터 2개를 미리 구입했다. 이어 휘발유 17L를 구입한 뒤 통 2개에 나눠 담는 등 범행 도구를 사전에 준비했다. 지난 15일에는 휴대전화 계약을 해지하고 임대차계약도 만기가 9개월 남았음에도 계약 종료 의사를 전달했다.
이후 범행 전날인 지난 19일에는 주거지에 있는 짐을 수차례 걸쳐 폐기하고, 범행 당일 보증금을 반환 받고 나오며 집주인에게 "사기를 쳤으면 가만히 있으면 안된다"며 혼잣말도 했다.
이 씨는 범행 당일 주거지에서 택시를 타고 역삼동으로 이동했다. <더팩트>가 입수한 화재 현장 인근 폐쇄회로(CC)TV에 따르면 이 씨는 오전 11시54분께 A 건물에 기름통을 들고 들어갔다. 이어 오전 11시56분께 빈손으로 건물을 빠져나왔다.
이 씨는 경찰에서 사전 계획 등 범행 사실을 대체로 시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씨는 범행 동기에 대해 검거 초기부터 일관되게 "특허법인 2곳이 허위의 특허등록증을 발급하는 등 사기를 쳤다고 생각해 겁을 주고 이 일을 세상에 알리고 싶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이 씨가 겁을 주려고 했을 뿐이라 주장하지만 사전에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판단되는 점, 특허법인 사무실에 사람이 있다는 것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던 점, 유일한 탈출구인 엘리베이터 앞에 휘발유를 붓고 망설임 없이 방화한 점, 방화 직후 비상벨을 누르거나 불이 난 사실을 알리는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고 도주한 점 등을 종합해 살인미수 혐의를 추가 적용했다.
특히 이 씨는 방화 전 특허법인 직원의 근무 여부를 물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씨가 불을 지른 건물 두 곳에는 특허법인이 입주해있다. A 씨는 지난 2022년에도 같은 건물에 방화를 시도하려다 구속된 전력(방화 예비)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이 씨를 상대로 사이코패스 진단검사도 실시했다. 다만 프로파일러를 투입해 면담한 결과 사이코패스 기준에는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전날 신상정보공개 심의위원회를 열고 "피해 중대성과 범행 수단 잔인성이 인정되고 범행 증거도 충분하다"며 이 씨 신상정보를 공개하기로 의결했다.
이 씨의 신상은 오는 11월3일 오전 9시부터 30일간 서울경찰청 홈페이지에 공개된다. 이 씨가 신상공개 결정에 서면으로 이의를 제기하지 않아 특정중대범죄 피의자 등 신상정보 공개에 관한 법률(중대범죄신상공개법)에 따라 5일의 유예기간을 두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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