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소청 "중수청 접수, 효력 없다"
법조계 "세 기관 모두 신청해야"

[더팩트ㅣ설상미 기자]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과 공소청이 담합 사건의 형사 리니언시(자진신고자 형벌감면) 신청 접수 권한을 두고 맞붙고 있다. 신고 순위에 따라 형벌감면 혜택이 달라지는 만큼 두 기관의 접수 권한과 순위 판단 기준을 명확히 정립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중수청은 본청 반독점수사과에서 담합 사건의 형사 리니언시 신청을 접수 받기로 했다. 형사 리니언시는 담합 당사자가 담합 사실을 자진신고하고 수사에 협조하면 기소 면제나 구형 감경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제도다.
중수청은 형법 52조의 자수 감면 규정과 형사소송법상 범죄신고 접수 규정 등을 근거로 내세우고 있다. 범죄를 저지른 뒤 수사기관에 자수한 경우 형을 감경하거나 면제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중수청은 리니언시가 수사 초기에 핵심 증거를 확보하기 위한 수사기법인 만큼 신청 접수와 잠정순위 부여는 수사기관의 권한이라는 입장이다. 중수청은 "리니언시 신청은 수사의 단서 제공"이라며 "잠정순위 부여 및 수사개시 여부를 결정하게 되는데 이는 모두 수사행위다. 오히려 공소청이 할 수 없는 영역"이라고 주장했다. 신고 접수와 수사 협조 여부에 대한 판단은 수사기관인 중수청이 담당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반면 공소청 측은 형사 리니언시가 검사의 기소재량에 따른 형벌감면 제도인 만큼 신청 접수와 잠정순위 부여도 공소청이 담당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공소청은 지난 16일 '카르텔 사건 형벌감면 신청 처리절차에 관한 지침'을 개정했다. 지침에는 공소청이 자진신고를 접수해 잠정순위를 부여하고, 수사기관의 수사 결과 등을 토대로 최종 형벌감면 여부를 결정하는 절차가 담겼다.
핵심 쟁점은 형사 리니언시 신청 접수와 잠정순위 부여 권한을 누가 갖느냐다. 중수청은 이를 수사의 출발점에 해당하는 수사행위로 보는 반면, 공소청은 검사의 소추재량에 속하는 절차라는 입장이다. 같은 절차를 두고 수사권과 기소권의 영역이라는 해석이 엇갈리는 셈이다.
공소청 측 관계자는 "형사 리니언시는 검사의 소추 재량에 따른 제도이기 때문에 공소청에 있는 검사가 결정할 수밖에 없는 권한"이라며 "중수청에 자진신고하더라도 자수 감경으로서의 효력은 있겠지만 리니언시로서의 효력은 없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리니언시가 자진신고 순위에 따라 형벌감면 혜택이 달라지는 제도라는 점이다. 가령 A 기업이 중수청에 먼저 신고하고 B 기업이 공소청에 나중에 신고했다면 어느 기업을 1순위로 인정할지를 두고 두 기관의 판단이 엇갈릴 수 있다. 중수청에 먼저 신청하더라도 공소청이 이 순위를 인정하지 않을 경우 형벌감면 혜택을 둘러싼 혼선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리니언시 신청 순위를 둘러싼 혼선은 검찰과 공정거래위원회 사이에서도 이미 불거졌다. 대검찰청이 2020년 12월 형사 리니언시 제도를 별도로 도입하면서 기업들은 과징금 감면을 위해 공정위에, 형사처벌 감면을 위해 검찰에 각각 자진신고해야 했다.
두 기관이 신고 순위를 각각 결정하면서 같은 담합 사건에 서로 다른 순위가 부여되는 사례도 나왔다.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 2월 23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CJ제일제당·삼양사·대한제당의 설탕 가격 담합 사건을 두고 검찰과 공정위의 자진신고 1·2순위 판단이 엇갈렸다고 밝혔다.
법조계에서는 두 기관 간 권한 다툼으로 자진신고 절차가 복잡해지고 기업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공정거래 전문 변호사는 "중수청과 공소청의 힘겨루기"라며 "기업 입장에서는 중수청과 공소청, 공정위에 모두 신청해야 할 것 같다. 특히 큰 사건일수록 불이익을 피하기 위해 무조건 다 신청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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