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북송' 정의용·서훈 2심 집행유예…1심 선고유예보다 가중

  • 설상미 기자
  • 입력: 2026.10.21 16:09 / 수정: 2026.10.21 16:09
강제북송 위법 인정…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
재판부 "국민 보호의무 저버려"…변호인단 "즉각 상고"
정의용 전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전 국가정보원장, 노영민 전 대통령 비서실장(왼쪽부터)이 2024년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북한 선원 강제 북송 관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장윤석 기자
정의용 전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전 국가정보원장, 노영민 전 대통령 비서실장(왼쪽부터)이 2024년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북한 선원 강제 북송' 관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장윤석 기자

[더팩트ㅣ설상미 기자] 탈북 어민 강제북송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정의용 전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전 국가정보원장이 항소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1심 선고유예보다 형이 무거워졌다.

서울고법 형사15-3부(성언주 원익선 이희준 고법판사)는 21일 국가정보원법 위반 및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정 전 실장과 서 전 원장에게 각각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김연철 전 통일부 장관에게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다만 노 전 실장은 북송 관련 회의를 주재했지만 북송을 직접 결정하거나 범행에 공모했다고 볼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받았다. 1심에서는 징역 6개월의 선고가 유예됐다.

항소심 재판부는 1심과 마찬가지로 북한 주민도 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지위를 가진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북송 결정이 국민의 생명을 보호할 목적이었다고 해도 목적 달성을 위한 집행에 상당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법치국가의 기본 원리와 국제법에 위반한 것으로, 북송 결정으로 북한 주민들의 거주·이전의 자유와 재판받을 권리 행사가 현실적으로 방해됐다는 원심 판단은 정당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국가안보실장, 국정원장, 통일부 장관 등은 적법절차 준수 의무와 인권 보호 의무를 부담하고, 맡은 직책이 최고위직에 해당해 국가안보와 남북관계, 기본권에 막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며 "법적 근거가 없어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에도 이틀 만에 북송을 결정하고 5일 만에 집행하면서 북한 주민의 권리 행사를 방해하고, 북송에 관여한 공무원들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민에 대한 보호의무를 저버린 행위"라며 "하급 공무원들에게 정신적 충격을 주고 법적 책임에 직면하게 했으며, 북한 주민들에게는 강제북송에 따른 공포와 불안을 겪게 하는 등 부작용이 크다"고 밝혔다. 피고인들이 책임을 회피하고 있는 점도 불리한 양형 요소로 고려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지난 1월 17일 열린 김한수 전 배재대학교 부총장의 교실을 교실답게 북콘서트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정예준 기자
문재인 전 대통령이 지난 1월 17일 열린 김한수 전 배재대학교 부총장의 '교실을 교실답게' 북콘서트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정예준 기자

변호인단은 선고 직후 입장문을 내고 "사건의 실체와 당시의 특수한 상황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부당한 판단으로, 승복할 수 없다"며 즉각 대법원에 상고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정권이 교체되자 대통령의 공개적인 문제 제기를 계기로 이미 종결된 사건이 다시 수사 대상이 됐다"며 "전임 정부의 국가안보 관련 정책적 판단을 정치적·이념적 잣대로 재단해 형사처벌하려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 전 실장 등 4명은 2019년 11월 동료 선원 16명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북한 어민 2명이 귀순 의사를 밝혔음에도 강제로 북송하도록 공무원들에게 의무 없는 일을 지시한 혐의 등으로 2023년 2월 불구속 기소됐다.

어민들은 동해상에서 어선을 타고 남하하다 북방한계선(NLL) 인근 해상에서 군에 나포됐다. 당시 정부는 살인 등 중대한 비정치적 범죄를 저지른 이들은 보호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나포 닷새 만에 이들을 북한으로 돌려보냈다.

강제북송 사건은 2022년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국가정보원의 자체 조사와 고발을 계기로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재판은 2023년 4월 시작됐으며, 국가안보상 기밀 등을 이유로 대부분 비공개로 진행됐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재판 과정에서 피고인들에게 무죄를 선고해 달라는 취지의 탄원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앞서 1심은 강제북송의 위법성을 인정하면서도 북한 어민들이 저지른 것으로 지목된 범죄의 중대성과 남북 분단 상황에 따른 제도적 공백 등을 고려해 징역형의 선고를 유예했다.

1심은 정 전 실장과 서 전 원장에게 각각 징역 10개월, 노 전 실장과 김 전 장관에게 각각 징역 6개월의 선고를 유예했다. 선고유예는 유죄를 인정하되 형의 선고를 미루고, 일정 기간이 지나면 면소된 것으로 간주하는 제도다.


snow@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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