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수청도 인력 부족·킥스 미비에 사건 처리 지연 현실화

[더팩트ㅣ설상미 기자] 공소청이 출범과 동시에 떠안은 미제 사건이 18만6000건을 넘어서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검사 인력 부족으로 사건 적체가 심각해진 가운데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도 인력과 전산망을 제대로 갖추지 못해 사건 이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수사 지연 우려가 현실화되는 상황이다.
15일 공소청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기준 전국 미제 사건은 18만6307건으로, 8월 말(16만4822건)보다 2만1485건(13%) 증가했다. 6월 말(14만513건)과 비교하면 석 달 새 32.6% 늘었다. 공소청 미제 사건의 99.9%는 경찰과 특별사법경찰 등이 넘긴 송치 사건인 것으로 추산된다. 검사가 직접 수사에 착수한 인지 사건은 극소수 수준으로, 정확한 규모는 수사 보안을 이유로 공개되지 않았다.
이같은 사건 적체 배경에는 검사 인력 감소가 있다. 사직·휴직에 특별검사팀 파견과 중수청 이동까지 겹치면서 남은 검사들에게 업무가 집중되고 있다는 게 공소청의 설명이다.
법무부에 따르면 올해 9월 말까지 퇴직한 검사는 110명으로, 8월 기준 검사 현원의 5.2%에 해당한다. 공소청은 기존 검사 정원의 80~85% 수준인 1900명 안팎으로 출범했다. 공소청 수사관 정원도 기존 2986명에서 2048명으로 68.6%로 감축됐다. 상당수 검사가 공판 업무 등에 배치되면서 사건 처리 여력은 더욱 줄어든 상황이다.
자연스레 일선 검사들의 업무 부담도 크게 늘었다. 이진수 법무부 장관 직무대행(차관)은 지난 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수원지방공소청의 경우 검사실당 미제가 500여건이다. 다른 지방청의 검사실도 최소 200~300건대"라며 "2~3년 전 평균 미제사건이 50~100건대였던 것과 비교하면 부담이 4.2배 수준으로 커졌다"고 밝혔다.
인력이 줄었지만 공소청이 처리해야 할 사건은 여전히 방대하다. 미제 사건 대부분은 경찰과 특별사법경찰이 수사를 마쳐 송치한 사건으로, 공소청이 기소 여부를 판단하거나 보완수사를 요구해야 한다. 검찰이 직접 수사를 개시한 인지 사건은 경찰과 중수청 등에 차례대로 이첩할 방침이다.
공소청은 개정 형사소송법 경과규정에 따라 오는 12월 30일까지 기존 인지 사건을 직접 수사할 수 있다. 다만 경과 기간 내 종결이 어려운 사건 100여건은 경찰에 이송하기로 협의하고 지난 6일부터 하나씩 넘기고 있다. 지난 8일 기준 실제 이송된 사건은 45건이다. 나머지 사건은 경과 기간 안에 처리하거나 경찰·중수청 등에 이첩할 예정이다.

사건을 넘겨받을 중수청 역시 준비가 충분하지 않은 게 문제다. 공소청은 지난 12일 중수청에 이관 가능성이 있는 인지 사건 200여건의 목록을 전달했다. 다만 실제 사건 기록은 넘기지 않았으며, 양 기관은 이관 대상과 절차 등을 협의하고 있다.
공소청 관계자는 검사 인력 감소에 따른 일선의 업무 부담을 인정하면서도 "송치 사건은 바로 기소하기 어렵다고 판단되면 보완수사를 요구할 것"이라며 "인지 사건은 남은 유예기간 동안 수사할지, 지금 이관할지 결정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경찰에서 중수청으로 사건 이첩도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경찰은 지난 2일부터 10일까지 중대범죄 사건 459건을 중수청에 통보했지만, 8일 기준 중수청이 이첩을 요구하거나 실제 넘겨받은 사건은 한 건도 없었다. 중수청은 경찰이 통보한 사건 가운데 직접 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사건에 대해 이첩을 요구할 수 있다.
이 같은 이첩 지연은 수사 기반이 갖춰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중수청은 현재 경찰의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킥스)을 임시로 사용하고 있지만 사건 접수·이첩·배당 등 일부 기능만 가동되고 있다. 피의자 조사와 영장 청구, 증거물 관리 등 나머지 기능은 오는 12월 초 개통될 예정이다. 그전까지는 수사 기록을 한글 파일로 작성해 출력하고 스캔본을 전송하는 등 종이 기록과 전산 처리를 병행해야 한다.
이첩이 더딘 데다 수사 전산망도 갖춰지지 않아 사건 처리 차질이 우려된다.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실이 경찰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경찰은 지난 2~10일 중대범죄 사건 459건을 중수청에 통보했다. 하지만 8일까지 중수청이 이첩을 요구하거나 실제로 넘겨받은 사건은 한 건도 없었다.
법조계에서는 공소청의 사건 적체와 중수청의 수사 기반 미비가 맞물리면서 사건 처리 지연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기관 간 사건 이첩 과정에서 수사 공백이 발생할 경우 피해자 구제와 형사사법 절차 전반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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