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대법 사건엔 '정치자금' 법리 판단 변수될 듯

[더팩트ㅣ선은양 기자] 윤석열 전 대통령이 명태균 씨의 무상 여론조사 제공 사건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으면서, 같은 재판부가 심리하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여론조사 비용 대납 사건 결론에 관심이 쏠린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7부(구회근 부장판사)는 지난 7일 윤 전 대통령과 명 씨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항소심에서 원심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명 씨가 제공한 여론조사 결과를 정치적 조언이나 도움을 위한 수단·근거의 일부로 보고, 금전으로 환산할 수 있는 재산상 이익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한 "윤 전 대통령 부부와 명 씨 사이에 여론조사를 실시하거나 무상 제공하기로 의뢰·협의하는 등 의사 합치가 있었다고 볼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1심이 반복된 여론조사 제공과 이들의 정치적 관계 등을 토대로 묵시적 합의를 인정한 것과 다른 판단이다.
윤 전 대통령 사건을 심리한 형사7부는 오는 23일 오 시장 등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항소심도 선고한다.
오 시장은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명 씨에게 총 10차례에 걸쳐 여론조사 결과를 제공받고, 강철원 당시 비서실장을 통해 후원자 김한정 씨에게 비용 3300만원을 대납하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이 가운데 5회, 약 2100만원 상당의 대납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오 시장에게 시장직 상실형인 벌금 1000만원과 추징금 2100만원을 선고했다. 조사 실시 시점과 김 씨의 입금 시점, 오 시장 측이 공표 전 조사 결과를 받아본 정황 등을 종합한 판단이었다.
두 사건 모두 명 씨 진술의 신빙성과 여론조사 의뢰 여부를 다퉜다는 공통점이 있다.
다만 윤 전 대통령 사건은 무상 여론조사 제공이 정치자금법상 재산상 이익에 해당하는지와 이를 둘러싼 당사자 간 의사 합치가 쟁점이었다.
반면 오 시장 사건은 김 씨와 명 씨 사이 실제 비용 지급 내역이 확인된 상황에서, 오 시장이 여론조사를 의뢰하고 비용 대납을 요청했거나 이를 알았는지가 핵심이다.
실제 송금했다고 오 시장의 관여가 바로 증명되는 것은 아니지만, 조사 의뢰 경위와 조사 결과 전달 시점, 관련자 사이 연락 내역 등 간접증거가 유기적으로 연결되는지가 유무죄를 가를 전망이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무죄 판결만으로 오 시장에게도 같은 결론이 내려질 것으로 단정하기는 쉽지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현직 부장판사는 "재판부가 같아도 법원은 각 사건의 공소사실과 증거관계를 토대로 판단하는 만큼, 윤 전 대통령의 무죄 선고가 오 시장 사건 결론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오 시장의 2심 선고공판은 오는 23일 오후 2시 열린다.

김건희 여사의 상고심에는 윤 전 대통령 항소심 판단이 법리상 참고자료가 될 수 있다.
김 여사는 윤 전 대통령과 공모해 명 씨에게서 약 2억7000만원 상당의 여론조사 58회를 무상으로 제공받았다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따로 기소됐다.
1·2심은 무죄를 선고했다. 1·2심은 명 씨가 자신의 영업활동이나 정치적 영향력 확대를 위해 여론조사를 일방적으로 제공했을 가능성을 들어, 무상 제공에 관한 협의나 의사 합치가 증명되지 않았다고 봤다. 윤 전 대통령 항소심 판단과 사실상 궤를 같이 한다.
현재 김 여사 사건은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심리중이다. 대법원은 지난달 29일 김 여사의 자본시장법 위반·정치자금법 위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사건에 대한 첫 전원합의기일을 열었다.
당초 이 사건은 지난 7월16일 대법원 2부(주심 박영재 대법관)에서 선고할 예정이었으나, 같은 혐의로 윤 전 대통령이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자 특검팀은 선고기일을 변경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대법원은 특검팀 선고기일 변경 신청을 받아들여 같은 달 24일로 연기했으나, 선고를 하루 앞두고 사건을 전합에 부쳤다.
윤 전 대통령 항소심이 여론조사 결과를 재산상 이익이 아닌 정치적 이익으로 판단한 만큼, 정치자금의 범위를 어디까지 볼지가 전합 심리의 주요 쟁점이 될 전망이다.
김 여사 측은 윤 전 대통령 항소심 판결문을 담은 의견서를 대법원에 제출할 예정이다.
윤 전 대통령 사건도 특검 측 상고가 예상되는 만큼, 두 사건의 법리 판단은 향후 대법원에서 함께 정리될 가능성이 있다. 다만 김 여사 사건은 이미 전원합의체 심리가 진행 중이어서 두 사건의 결론이 같은 시점에 나올 가능성이 높진 않다.
김 여사의 구속기한인 오는 31일 안에 대법원이 결론을 낼지도 변수다. 구속기한 내에 결론이 나오지 않으면, 별도 사건의 구속영장이 발부되지 않는 한 김 여사는 석방된 상태에서 상고심 선고를 받게 된다.
yes@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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