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기소 분리 첫걸음 뗐지만…공소청·수사기관 대립하면 '블랙홀'
  • 설상미 기자
  • 입력: 2026.10.02 00:00 / 수정: 2026.10.02 00:00
보완수사 기한 1개월로 단축…불응 땐 수사관 배제·기관 교체
증거 직접 못 채워 '사건 핑퐁' 우려…중수청·공소청 인력도 빠듯
서울 서부지방검찰청 청사 외벽에서 작업자들이 지난달 29일 간판 교체 작업을 하고 있다./이새롬 기자
서울 서부지방검찰청 청사 외벽에서 작업자들이 지난달 29일 간판 교체 작업을 하고 있다./이새롬 기자

[더팩트ㅣ설상미 기자] 검찰청이 2일 문을 닫고 수사를 맡는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과 기소·공소 유지를 담당하는 공소청이 출범한다. 직접 수사 권한을 잃은 공소청은 보완·재수사 요구로 수사기관을 견제한다. 다만 수사의 미비점을 직접 보완할 수 없어 요구와 회신이 반복되는 ‘사건 핑퐁’으로 처리가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날부터 공소청법과 중수청법, 개정 형사소송법 등이 시행된다. 경찰과 중수청 등 수사기관은 수사를, 공소청은 기소와 공소 유지를 맡는다.

공소청 검사는 송치된 사건의 증거와 법리를 검토해 기소 여부를 판단한다. 수사기관의 무리한 혐의 적용과 부실 수사를 얼마나 걸러낼 수 있느냐가 핵심이다.

검사는 송치 사건의 수사가 부족하면 보완수사를, 불송치 판단이 위법하거나 부당하면 재수사를 요구할 수 있다. 요구 횟수의 상한은 없다.

개정 형사소송법은 검사의 직접 보완수사를 없애는 대신 보완수사 기한을 3개월에서 1개월로 줄였다. 경찰은 이 기간 안에 수사 결과와 사건기록을 검사에게 보내야 한다. 사유가 있을 경우 검사가 보완수사 기간을 최대 1개월 더 늘릴 수 있다.

◆부실 수사 땐 수사기관 재지정·시정 요구…기록 검토만 가능

검사는 불송치 사건 기록을 받은 날부터 3개월 안에 재수사를 요구해야 하고, 경찰은 요구를 받은 날부터 3개월 안에 재수사를 마쳐야 한다. 대통령령이 정한 예외 사유가 있으면 3개월이 지난 뒤에도 요구할 수 있다.

수사기관이 정당한 이유 없이 보완·재수사 요구에 응하지 않으면 각급 공소청장은 해당 수사관의 직무배제나 징계를 요구할 수 있다. 제대로 된 보완·재수사를 기대하기 어렵다면 상급 수사관서나 다른 수사기관을 지정해 사건을 맡기도록 요구할 수도 있다.

수사 과정에서 법령 위반이나 인권 침해가 드러나면 시정조치를 요구할 수 있다.

검사가 사건을 직접 들여다볼 통로도 일부 열렸다. 기소 여부 등을 판단하기 위해 피의자나 사법경찰관 등을 면담하거나 서면 자료를 받아볼 수 있다. 다만 압수수색이나 소환 같은 강제력은 없고, 이 과정에서 얻은 진술과 자료는 법정에서 증거로 쓸 수 없다. 기소 여부를 가늠하는 참고 절차일 뿐 수사를 대신할 수는 없다.

기록 검토와 면담만으로 부실 수사나 잘못된 불송치 판단을 모두 걸러내기는 어렵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지난달 30일 서울북부지방검찰청 외벽에서 작업자들이 검찰 글씨 간판을 철거하고 있다. /이새롬 기자
지난달 30일 서울북부지방검찰청 외벽에서 작업자들이 검찰 글씨 간판을 철거하고 있다. /이새롬 기자

◆요구·회신 반복되면 처리 지연…이견 조율 어떻게 하나

가장 큰 한계는 공소청이 수사의 미비점을 발견해도 손댈 수 없다는 점이다. 기소 판단에 필요한 증거나 진술이 빠지면 수사기관에 보완을 요구하고 결과를 기다려야 한다. 보완 결과가 충분하지 않거나 기관 간 법리 판단이 엇갈리면 요구와 회신이 반복될 수 있다.

기록 검토와 추가 수사 요구가 거듭되면서 기소 여부 결정이 늦어져 피해자의 권리 구제가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공소청과 수사기관이 수사의 필요성과 범위를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할 경우 이를 조정할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영훈 법무법인 위온 변호사는 "보완수사·재수사 요구 횟수제한이 없어 무한 반복될 우려가 높고, 요구 처리기간 제한도 실질적으로 잠탈될 우려를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이어 "결국 공소청 검사와 경찰 수사관 협의를 통해 이견을 조율하는 운용의 묘가 현실적인 대책"이라며 "운용의 묘가 발휘되지 않는 경우, 독립적인 제3의 주체가 판단 권한을 행사해야 한다"고 밝혔다.

구속 사건은 부담이 더 크다. 기존에는 검사가 경찰로부터 사건을 송치받아 최대 20일의 구속 기간 안에 직접 보완수사를 하고 기소 여부를 판단했지만, 앞으로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해야 한다. 추가 조사와 결과 회신, 기록 검토를 제한된 기간 안에 마쳐야 하는 만큼 공소청과 경찰의 신속한 협조가 관건이다.

판사 출신 한 변호사는 "보완수사 요구권을 어느 정도 인정할지는 법을 시행해 보면서 판례와 실무를 통해 정리해 나가야 한다"며 "문제가 드러나면 시행령을 바꿔보는 등 국회가 입법으로 나서 점차 해결해 나가는 방향이 맞다"고 말했다.

◆공소청·중수청 인력 부족…민생 수사 차질 우려

중대범죄 수사를 맡게 될 중수청은 인력 확보도 변수다. 중수청의 출범 초기 인력은 잠정 1900명으로, 총정원 2874명의 66.1% 수준에 그친다. 선발 과정에서 탈락하거나 임용을 포기하는 인원이 나오면 부족 규모는 더 커질 수 있다.

공소청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법무부에 따르면 공소청은 기존 결원과 중수청 이동, 사직 등의 영향으로 법정 검사 정원 2292명의 80~85% 수준인 약 1900명의 현원으로 출범한다. 불송치 기록 검토와 보완·재수사 요구, 공판 업무를 수행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수사·기소 분리가 범죄 대응 역량의 약화로 이어지면 큰 논란이 예상된다. 특히 국민 생활과 밀접한 민생 사건에서 수사 공백이 생길 경우 치명적이다.

김배년 법무법인 혜인 변호사는 "공소청·중수청 출범은 검찰 권력을 견제하고 더 이상 비대해지지 않도록 했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정치적 측면의 의미"라며 "국민 생활과 직결된 민생 수사에서는 우려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앞으로 민생 수사는 경찰의 수사력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데 이를 충분히 신뢰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그동안 검찰이 쌓아 온 수사 역량이 더 이상 활용되지 못하고 사장되는 점이 아쉽다"고 했다.


snow@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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