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人터뷰] 수사권은 사라져도 검사는 남는다…"피해자 보호·공익 수호에 최선"
  • 장우성, 정예은 기자
  • 입력: 2026.09.30 00:00 / 수정: 2026.09.30 00:00
‘색동원 사건’ 기소한 서울중앙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1부장
"수사 못 해도 빈틈없는 공소유지·공익 업무에 역량 쏟을 것"
정희선 서울중앙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1부 부장검사는 지난 2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청사에서 <더팩트>와 인터뷰하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새롬 기자
정희선 서울중앙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1부 부장검사는 지난 2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청사에서 <더팩트>와 인터뷰하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새롬 기자

[더팩트 | 장우성·정예은 기자] 중증장애인들에게 조직적인 성폭력이 자행됐던 이른바 '색동원' 사건은 사회적 약자의 눈물을 닦는 검찰 수사의 마지막 작품이 될지도 모른다. 10월2일부터는 검사의 모든 수사권이 폐지되기 때문이다.

<더팩트>가 색동원 사건 수사를 진두 지휘했던 정희선 서울중앙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1부 부장검사를 인터뷰한 지난 21일은 공소청 출범을 딱 11일 남겨둔 시점이었다. 추석 연휴를 앞둔 설렘 너머 며칠 뒤면 검찰청이 정말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는 만감이 스쳐지나갔다.

정 부장검사는 <더팩트>와 인터뷰에서 비록 수사권이 폐지되지만 피해자와 약자를 보호하고 공익을 대표하는 검사의 소명은 변치 않을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이 출범하면 '수사하는 검사'는 사라지지만 '공익을 수호하는 검사'는 여전히 국민 곁에 남아 있으리라는 취지다.

정 부장검사는 "공소청은 수사기관이 아닌 소추기관으로서 지위를 갖기 때문에 빈틈없는 공소유지를 준비하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며 "새로운 사법 체계 안에서 예상치 못한 사고가 발생했을 때 검사들은 사명감을 가지고 해결하려고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2007년 검사로 임관한 정 부장검사는 인천지검과 광주지검, 서울서부지검 등 일선 검찰청에서 19년간 근무했다. 2023년 광주지검 여조부장을 시작으로 여성·아동 대상 범죄 수사에 전념했다. 지난 2월 서울중앙지검 여조1부장으로 자리를 옮긴 뒤엔 색동원 사건의 수사와 기소를 맡았다.

색동원 사건은 정 부장검사가 검사의 역할을 설명할 때 떠올리는 사례다. 경찰이 초기에 피해자 진술과 주요 증거를 확보했고, 검찰은 이를 분석해 추가 범행을 기소했다. 정 부장검사는 경찰의 초동수사와 법리에 따른 검사의 증거 분석이 맞물린 결과라고 평가했다.

성폭력 의혹이 제기된 색동원 시설장 김 씨가 1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은 후 법원을 나서고 있다./남윤호 기자
성폭력 의혹이 제기된 색동원 시설장 김 씨가 1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은 후 법원을 나서고 있다./남윤호 기자

◆살얼음판 같던 색동원 수사…초기부터 검·경 긴밀한 협력 빛 발해

정 부장검사는 색동원 사건을 두고 "열심히 수사한다고 해서 진실을 밝힐 수 있는 사건이 아니었다"며 "어디 하나 수사에 빈틈이 있어서는 안 되는 사건이어서 살얼음판 같았다"고 되돌아 봤다. 외부와 단절된 시설에서 범행이 이뤄졌고, 사건 발생 이후 오랜 시간이 지나 증거도 상당히 사라진 상태였기 때문이다.

중증 발달장애를 가진 피해자들의 진술을 어떻게 입증할지도 중요한 과제였다. 피고인 측이 중증 장애인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공격하는 상황에서 피해자를 반복 조사하는 건 올바른 방향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정 부장검사는 "성범죄 사건에선 피해자의 진술 신빙성을 주로 다투는데 피해자가 장애인인 경우엔 공방이 더 치열해진다"며 "반복 조사를 할 경우 '진술이 오염됐다'는 공격을 받을 수 있어 피해자들을 부르는 대신 진술분석에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그 결과 시설장의 새로운 범행을 인지해 추가 기소했고, 이를 포함한 대부분의 혐의가 1심에서 유죄로 인정되면서 징역 15년의 중형이 선고됐다.

초동수사 단계부터 이뤄진 검·경의 긴밀한 협력이 바탕이 됐다. 그는 "경찰이 초기에 피해자 조사를 굉장히 세심하게 잘했고, 구속영장을 신청하기 전부터 검찰과 긴밀하게 협조했다"며 "피의자 구속 전 대부분의 증거를 확보했고, 법정에서도 피해자들의 진술 신빙성이 인정됐기 때문에 징역 15년이 선고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찰은 초동수사를 통해 주요 증거를 확보하고, 검사는 이 증거들을 법정에 가져가 혐의 입증에 사용할 수 있는지 법리를 검토하면서 마지막 퍼즐을 채우는 작업을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희선 서울중앙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1부 부장검사는 지난 2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청사에서 <더팩트>와 인터뷰하고 있다. /이새롬 기자
정희선 서울중앙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1부 부장검사는 지난 2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청사에서 <더팩트>와 인터뷰하고 있다. /이새롬 기자

◆수사권 폐지되지만 공판 과정 역할 커져…수사지휘권 복원 필요도

정 부장검사는 공소청 출범 뒤 색동원과 같은 사건이 송치된다면 증거 확보 단계부터 대응이 달라져야 한다고 봤다. 검사가 직접 보완수사를 할 수 없으므로 경찰 단계에서 필요한 수사를 최대한 마치고, 송치 후 빈틈이 발견되면 신속히 보완수사를 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수사가 늦어질 경우 CCTV나 통신기록처럼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는 증거를 놓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보완수사 요구가 제대로 이행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불이행하는 사법경찰관에 대한 징계 요구권이 있다지만 매우 예외적인 경우로 제한된다. 정 부장검사는 "색동원 사건처럼 사회적 이목이 쏠린 중대한 사건은 경찰과 협조가 잘 이뤄지겠지만 모든 사건에서 이런 수준을 기대할 수는 없다"며 "보완수사 요구를 제대로 이행하도록 하는 실질적인 장치가 없어 경찰관 개개인의 선의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앞으로 수사지휘권의 복원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검사의 사법경찰관에 대한 수사지휘권은 문재인 정부 당시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폐지됐다. 그는 "수사지휘권이 있던 과거에는 ‘사경은 검사의 지휘에 따라야 한다’고 의무화됐지만 현재는 의견이 다르면 무제한 핑퐁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며 "보완수사권이 없는 이 상황에서 적어도 수사지휘권은 복원돼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강조했다.

그는 앞으로 검사의 공판에서의 역할이 굉장히 중요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검사들에게는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면밀히 분석하고, 피고인 측 주장에 대응할 증거와 법리를 갖추는 등 치밀한 공판 준비가 요구된다는 것이다.

수사 외 업무에도 더 힘을 쏟아야 한다. 정 부장검사는 "공소청 조직 개편을 계기로 피해자 지원과 범죄수익 환수, 공익대표 업무에도 더 많은 역량을 발휘해야 한다"이라며 "그동안 수사 업무에 집중했던 한정된 검찰 자원을 이제는 공익을 수호하는 일에 더 많이 투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사로 처음 임관할 때만 해도 검찰청 간판을 내리는 날이 올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며 아쉬운 표정을 짓는 정 부장검사. 그는 "과도기의 혼란은 불가피하겠지만 검사들은 지금도 매일 야근하면서 '수사권이 없어지기 전에 할 수 있는 건 다 하자'는 마음으로 일한다. 국민들께서 너무 염려하지 않으셨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leslie@tf.co.kr

ye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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