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증금 5천만원 못 돌려준 원룸 관리자…업무상 횡령은 무죄
  • 장우성 기자
  • 입력: 2026.09.25 09:53 / 수정: 2026.09.25 09:53
원룸 관리자가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했더라도 돈 관리에 재량권이 있었다면 업무상 횡령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더팩트 DB
원룸 관리자가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했더라도 돈 관리에 재량권이 있었다면 업무상 횡령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더팩트 DB

[더팩트ㅣ장우성 기자] 원룸 관리자가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했더라도 돈 관리에 재량권이 있었다면 업무상 횡령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업무상 횡령 혐의로 기소된 A 씨에게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서부지법에 돌려보냈다.

A 씨는 피해자 B 씨의 형으로 30년 가까이 서울 한 원룸의 임대차계약을 관리하는 업무를 해왔다. 형제는 모친에게 건물을 물려받아 공동 소유하고 있었다.

A 씨는 B씨가 계약이 만료된 호실의 보증금 5000만원을 돌려주라고 요구했으나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해 업무상 보관하는 B 씨의 재물을 횡령한 혐의로 재판을 받아왔다.

1,2심은 A 씨의 혐의를 인정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보증금을 대신 돌려준 B 씨에게 5000만원을 돌려주라고 명했다.

재판부는 보증금은 임대차계약이 끝나면 돌려줘야하는 용도로 엄격히 제한돼있다며 A 씨의 불법영득의사를 인정할 수 있다고 봤다.

대법원은 A 씨에게 업무상 횡령죄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보고 파기환송했다.

어떤 자금의 용도가 추상적으로 정해져있더라도 보관자가 구체적 사용에 광범위한 재량을 가졌고, 지출 후 사후보고나 증빙자료의 제출도 요구되지 않았다면 함부로 불법영득의사를 인정할 수 없다는 게 대법원 판례다.

A 씨는 30년 가까이 모친의 위임을 받아 건물을 관리하고 임대차계약, 비용 지출 등 대부분의 업무를 처리해왔다. 이를 운영하면서 사후보고 증빙자료 제출도 한 적이 없었다. 건물 공동 소유자인 동생도 그동안 A 씨가 이에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A 씨가 보증금을 임의로 썼다는 증거도 나오지 않았다.

대법원은 "이 건물의 임대차보증금은 임차인에게 반환하는 용도로만 사용하도록 용도가 엄격히 제한돼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A 씨는 20년 이상에 걸쳐 모친과 형제들에게 명시적 혹은 묵시적으로 건물의 관리를 위임받아 수행하는 과정에서 광범위한 재량권을 부여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동안 보증금 관리에 증빙자료 제출을 요구받은 적도 없으므로 A 씨가 보증금의 행방이나 사용처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거나 자료를 제출하지 못한다고 해서 불법영득의사를 섣불리 인정해서는 안 된다고도 봤다.

lesli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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