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은 요원…"영장심의위 위원 추천권 분산해야"

오는 10월2일 검찰청이 폐지되고 수사와 기소가 분리되면서 경찰의 권한은 강화된다. 경찰은 권력 남용을 방지하고 수사의 공정성과 책임성을 확보하기 위해 강도 높은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수사 인력 확충과 전문성 강화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하지만 새로운 형사사법 체계를 들여다보면 경찰이 책임성있게 수사를 하기에는 모순이 많다는 지적도 있다. <더팩트>는 형사사법 체계 개편을 열흘 앞두고 경찰 수사의 한계와 과제를 짚어본다.<편집자주>
[더팩트ㅣ김영봉 기자] 경찰은 압수수색이나 체포·구속 등 강제수사에 필요한 영장을 검사에게 신청해야 한다. 검찰청 폐지 이후에는 공소청 검사가 청구 권한을 갖는다. 경찰 안팎에선 범죄 대응에 가장 중요한 증거 확보 신속성을 위해 압수수색영장만이라도 법원에 직접 청구할 수 있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3일 경찰과 법조계에 따르면 헌법 제12조 제3항은 체포·구속·압수·수색을 할 때 검사의 청구에 따라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하도록 규정한다.
검사에게 영장청구권을 부여한 조항은 지난 1962년 시행된 제5차 개정헌법에 처음 등장했다. 이전 헌법은 체포·구금·수색에 법관의 영장이 필요하다고 규정하면서도 영장 청구 주체를 검사로 한정하지 않았다.
검사의 경찰 신청 영장 불청구는 늘어나는 추세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경찰이 신청한 구속영장의 검사 단계 반려율은 지난 2022년 23.2%에서 올해 1~7월 33.7%로 10.5%포인트 상승했다. 같은 기간 압수수색영장 반려율은 11.3%에서 19.1%, 통신영장 반려율은 17.5%에서 26.9%로 높아졌다.
12·3 비상계엄 당시에도 검찰의 잇따른 영장 반려로 경찰은 수사와 증거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다. 경찰은 윤석열 전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을 방해한 혐의를 받는 김성훈 전 대통령경호처 차장 등에 대해 구속영장을 3차례 신청했지만 검찰에서 모두 반려했다. 경찰은 영장심의위원회를 거친 뒤에야 검찰의 영장 청구를 이끌어냈다. 이후에도 영장을 청구한 검사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 출석하지 않았고, 결국 법원은 영장을 기각했다.

과거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의 세무조사 무마 대가 금품 및 골프 접대 수수 혐의 사건에서도 경찰은 검찰과 갈등을 겪었다. 윤 전 서장은 윤대진 전 법무연수원 기획부장의 친형으로, 윤 전 부장은 윤 전 대통령 검찰 재직 시절 측근으로 꼽혔다.
경찰은 접대 장소로 지목된 골프장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7차례 신청했지만 검찰은 6차례 반려했다. 이후 경찰은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혐의로 송치했지만, 검찰은 윤 전 서장을 무혐의 처분했다. 그러다 지난 2019년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 후보자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관련 고발이 접수되자 기소됐고, 1심에서 뇌물 혐의 일부가 인정돼 징역 3년이 선고됐다.
한 경찰 수사관은 "신속한 강제수사가 필요한 사건에서 영장이 뚜렷한 이유 없이 청구되지 않으면 증거 확보의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며 "결국 영장 발부 여부는 법원이 판단하는데도 경찰은 검사의 판단을 한 차례 더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경찰의 영장청구권은 개헌이 필요한 사안이라 현실적 어려움이 따른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검찰의 영장청구권 독점 규정을 폐지하고 적법한 권한을 가진 다른 기관이 영장을 청구할 수 있게 해 수사기관끼리 견제가 가능해야 한다"고 밝혔으나 개헌 논의는 진척되지 않고 있다.
일각에선 압수수색만이라도 경찰이 직접 청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초기 수사 단계에서 증거 확보를 위해 필요한 압수수색과 신체 자유를 제한하는 구속은 다른 관점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또 다른 경찰 수사관은 "수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증거 확보다. 피의자의 신병을 확보하는 것은 도주나 증거인멸을 막기 위한 조치일 뿐 죄의 유무를 가리는 것은 결국 증거"라며 "사건의 실체를 밝히고 혐의를 입증하려면 압수수색을 통한 객관적 증거 수집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개헌이 단기간에 이뤄지기 어려운 만큼 현행 영장심의위원회 절차를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형사소송법 제221조의5에 따라 경찰은 검사가 정당한 이유 없이 영장을 청구하지 않으면 전국 6개 고등검찰청에 설치된 영장심의위에 심의를 신청할 수 있다. 오는 10월2일부터는 영장심의위가 광역 공소청에 설치된다.
문제는 영장심의위가 외부위원으로 구성되지만 위원을 고검장이 위촉하는 데다 명단도 공개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구성의 독립성뿐 아니라 실제 활용도도 낮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지난 2021년 제도 도입 후 올해 6월까지 영장심의위는 총 21차례만 열렸다. 적정 결정은 5건, 부적정 결정은 19건으로, 경찰의 영장 신청이 타당하다고 본 비율은 20.8%에 불과했다.
경찰 관계자는 "영장심의위 근거를 대통령령으로 격상해 법적 근거를 강화하고 운영 주체를 국무총리실 산하나 제3의 독립기관으로 변경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황문규 중부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영장청구권은 개헌이 필요한 사안인 만큼 현실적으로는 영장심의위를 개선하는 것이 유일한 방안"이라며 "현재처럼 검찰이 위원을 위촉하면 심의가 검찰 입장에 치우칠 수 있어 경찰과 중대범죄수사청,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에 추천권을 절반가량 부여하는 등 위원 구성을 다양화하고 객관적이며 공정하게 운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kyb@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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