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임하는 이흥구 대법관 "사법 3법 충격…대법원 위상 바뀔 것"
  • 선은양 기자
  • 입력: 2026.09.07 11:33 / 수정: 2026.09.07 11:33
"정치 사건, 법원 언어로 판단해야" 퇴임사
12·3 비상계엄 뒤 대법원 소통 '실패' 자성
이흥구 대법관이 7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퇴임사를 하고 있다./뉴시스
이흥구 대법관이 7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퇴임사를 하고 있다./뉴시스

[더팩트ㅣ선은양 기자] 6년 임기를 마치고 퇴임한 이흥구 대법관이 이른바 '사법 3법(대법관 증원·법왜곡죄·재판소원)'을 두고 "법원의 의사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입법과정이 충격적이고 안타깝다"고 밝혔다.

이 대법관은 7일 오전 10시 서울 서초구 대법원 2층 중앙홀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정치적 사건이 법원으로 몰려들수록 정치의 문법에서 벗어나 법원의 언어와 문법으로 일관되게 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정치적 사건이 쏟아지면서 그 여파로 법원이 흔들릴수록, 법원의 문법과 지향점은 무엇인지, 우리가 이에 충실하였는지 끊임없이 성찰하고 묻고 답하여야 한다"며 "이것이 충분하지 못하면 법원이 정치적 소용돌이에서 헤어나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7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이흥구 대법관 퇴임식에서 박수치고 있다./뉴시스
조희대 대법원장이 7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이흥구 대법관 퇴임식에서 박수치고 있다./뉴시스

이 대법관은 사법 3법에 대해 "오랫동안 유지되던 재판제도나 대법원의 위상과 구조를 크게 바꾸게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입법의 배경에는 재판에 대한 국민들의 오래된 불만, 불신이 깔려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며 "사법부의 변화 방향은 아직 남아 있는 권위적인 모습을 내려놓고 더욱 전문적이고 투명하며 설득력 있는 재판을 하는 것, 그리고 국민의 재판청구권을 더욱 존중하는 쪽일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사법 3법 가운데 재판소원과 법왜곡죄는 법원과 법관의 업무 수행에 상당한 제한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법관의 지위나 역할에 본질적 변화를 가져오지는 않을 것이라고 봤다.

반면 대법관 증원은 대법원과 전체 법원 구조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것이라며 "지혜를 모아 새로운 미래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12·3 비상계엄 이후 사법부의 대응을 놓고는 "대법원이 국가적 위기상황에서 국민들께 법원의 입장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했거나 실패했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고 자성했다.

그러면서 "법원이 말해야 할 때 제대로 말하지 못하면 점점 말할 기회조차 잃게 된다는 냉정한 진실을 깨닫게 된다"고 말했다.

이흥구 당시 대법관 후보자가 지난 2020년 9월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을 하고 있다./배정한 기자
이흥구 당시 대법관 후보자가 지난 2020년 9월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을 하고 있다./배정한 기자

이 대법관은 서울대 재학시절인 1985년 민주화추진위원회 사건에 연루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력이 있다. 민추위 사건은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으로 이어져 6.10 민주화 운동의 도화선이 된 사건으로 평가받는다.

이 대법관은 군사정부 시기 항소심에서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지만, 6·29 선언으로 복학해 사법시험에 합격한 뒤 법복을 입었다. 국가보안법 위반 전력이 있는 첫 판사로 주목받기도 했다. 법관 생활 대부분은 부산·경남 지역에서 보냈다.

이 대법관은 윤석열 정부 들어 보수화된 대법관 구성에서 진보성향으로 분류되는 오경미 대법관 등과 함께 소수파로 불렸다.

그는 지난해 5월1일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상고심을 선고할 때 "민주주의 발전의 역사를 후퇴시키는 퇴행적 발상"이라며 오 대법관과 함께 유죄 취지 파기환송 의견에 반대했다.

이 대법관까지 퇴임하면서 문재인 정부 시기 취임한 대법관은 오 대법관과 천대엽 대법관 둘만 남았다. 조희대 대법원장 등 10명은 윤석열 정부 시기에 취임했다.

yes@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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