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접촉→대선 지원→현안 청탁으로 이어져

[더팩트 | 정예은 기자] 교단 현안 해결을 위해 정치권에 불법 정치자금을 제공한 혐의 등을 받은 한학자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통일교) 총재 사건의 1심 재판부가 통일교의 대선 후보 지원 논의는 2021년부터 시작된 것으로 판단했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한 총재에게 징역 2년을 선고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우인성 부장판사)는 판결문에 "한학자는 이미 2021년경 통일교의 정책을 받아들이는 대통령 후보에 관심을 갖고 재정적 지원을 논의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적었다.
재판부는 한 총재가 2021년 5월23일 '신통일한국 안착을 위한 회의'에서 '청와대와 국회를 점령하라'는 취지로 발언한 점에 주목했다. 대선을 3개월여 앞둔 같은 해 11월25일 추수감사절 행사에서도 대통령 선거를 언급하며 '우리의 정책을 받아들이는 후보'를 거론한 것도 근거로 삼았다.
이같은 발언은 이후 통일교가 종교적 목표에 따라 추진하는 이른바 '국가복귀' 구상과 정치권 접촉으로 이어졌다. 재판부는 한 총재가 20대 대선을 교세 확장의 중요한 기회로 보고 통일교에 우호적인 후보를 지원하려 했다고 봤다.
판결문에 따르면 통일교의 정치권 접촉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국민의힘 20대 대선 후보로 당선된 이후부터 본격화했다. 윤정로 전 세계일보 부회장에게 권성동 전 국민의힘 의원을 소개받은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실무를 도맡았다.
윤 전 본부장은 "윤이 당선된다. 도움에 비례해 전국구나 공천 요구도 가능하다"는 윤 전 부회장의 조언에 따라 권 전 의원과 수시로 소통했다. 윤 전 본부장은 권 전 의원과 2021년 12월29일 처음 만난 뒤 윤 전 부회장에게 "지원하면 확실히 한다. 우리의 실질적 조건은 정책 추진을 위해 푸른 집(청와대) 보좌진과 당에 우리 사람을 넣는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 한 총재는 이듬해 1월5일 윤 전 본부장에게 현금 1억 원을 권 전 의원에게 전달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재판부는 판단했다. 윤 전 본부장은 권 전 의원에게 돈을 전달한 뒤 "오늘 드린 것은 작지만 후보님을 위해 요긴하게 써주시면 좋겠다"며 향후 윤석열 당시 대선 후보와 한 총재의 만남을 주선해 달라는 취지의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드러났다.

대선이 임박하면서 윤 전 대통령 당선을 위한 통일교의 움직임은 더욱 구체화됐다. 한 총재가 대선을 일주일 앞둔 2022년 3월2일 긴급 특별집회에서 "5년 더 하늘을 기다리게 할 수는 없다. 기필코 국가복귀 하자"고 연설하자 통일교는 지도자·전국·기관장·기업체장 집회 등을 잇달아 개최했다.
당시 집회에선 윤 전 대통령 지지를 결의하고 5개 지구장은 국민의힘 광역시·도당 접촉에 나섰다. 판결문에는 "이 과정에서 지구장들이 선교활동비 명목으로 요청한 2억1000만원이 당일 지급됐다"며 "통일교 관계자의 법정 증언에 따르면 품의서 기안부터 결재와 자금 집행이 하루 만에 이뤄진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는 내용이 포함됐다.
대선 이후에는 통일교 현안에 대한 지원 요청으로 이어졌다. 윤 전 본부장은 2022년 3월22일 권 의원과 함께 당선인 신분이던 윤 전 대통령을 만나 아프리카 관련 행사 비용을 국가 공적개발원조(ODA) 방식으로 활용하게 해달라는 등 현안 지원을 요청했다.
판결문에는 윤 전 대통령과 윤 전 본부장의 면담 약 일주일 뒤인 3월30일 외교부의 '국정과제 이행계획서'에 아프리카 ODA 2배 증액 목표가 포함됐다는 내용도 담겼다.
ye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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