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회부·환송·법원 의견수렴 등 실무 공유

[더팩트ㅣ선은양 기자] "무죄가 확정된 사건에서 피해자가 '유죄가 선고돼야 한다'며 재판 취소를 청구할 수 있습니까."
재판소원 제도가 도입된 지 반년을 맞은 헌법재판소 연구관들이 75년간 제도를 운영해 온 독일 연방헌법재판소 연구관들에게 던진 질문이다.
독일 연구관들은 확정 무죄를 재판소원으로 뒤집어 재판을 다시 열게 할 권리는 인정되지 않는다고 답했다. 재판소원이 유무죄 판단을 다시 하는 '4심제'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헌재는 1일 서울 종로구 헌재 대회의실에서 독일 연방헌재 전·현직 헌법연구관들과 간담회를 열고 재판소원 제도와 헌법소원 심사 실무 등을 논의했다. 행사에는 독일 측 연구관·판사·검사·교수 등과 주한 독일대사관 직원 등 32명, 한국 측 헌법연구관 등 40여명이 참석했다.
독일은 1951년 연방헌법재판소 출범 때부터 재판소원을 운영해 왔고, 1969년 이를 헌법에 명문화했다. 한국은 올해 3월 법원 재판에 대한 헌법소원, 이른바 재판소원 제도를 도입했다.
이날 독일 측 연구관은 "피고인에게 법적 확정력이 있는 무죄판결이 내려졌다면, 헌재가 전문법원에 재심을 열거나 유죄 판단을 하도록 강제할 수는 없다"며 재판소원은 이른바 '4심제' 기능을 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재판소원 제도가 확정판결의 안정성과 이중처벌 금지 원칙, 피고인의 기본권을 함께 고려해 운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판소원 심사의 문턱도 높다고 했다. 독일 측 연구관은 "단순히 법원이 당사자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며 "법원이 핵심적이고 결정적인 주장을 실제로 인식하거나 고려하지 않았고, 그 누락이 재판 결과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전원재판부로 사건을 넘기지 않을 때 결정서에 이유를 적는 기준도 논의됐다. 독일 측 연구관은 "모든 불회부 결정에 이유를 쓰지는 않지만, 사회적·국제적 관심이 크거나 공공의 이익을 위해 설명이 필요한 사건에는 상세한 이유를 붙일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가자지구나 이스라엘 무기 제공 관련 헌법소원처럼 국제적 관심이 큰 사건에서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은 이유를 설명한 사례를 소개했다.
헌재가 원심 판결을 취소해 환송할 때 전문법원의 후속 판단을 어느 정도 유도할 수 있는지에 관한 질문도 나왔다.
독일 측은 "헌재 결정 이후 전문법원의 후속 재판을 확인하는 모니터링 체계는 별도로 두지 않는다"고 말했다.
재판이 취소되면 사건은 전문법원으로 돌아가고, 연방헌재는 원칙적으로 더 이상 관여하지 않지만 전문법원이 다시 헌법적 문제를 일으키고 당사자가 새 헌법소원을 내면 다시 심사한다는 것이다.
원재판을 한 법원이 재판소원 절차에서 직접 의견을 내는 방식도 관심사였다. 독일 측은 "재판관 독립을 중시해 재판관이 연방헌재에 출석해 판결을 변론하는 사례는 거의 없다"고 밝혔다.
다만 필요한 경우 법원의 서면 의견을 받거나 이해관계인에게 의견 제출·구두변론 참여 기회를 줄 수 있다고 했다.

김상환 헌재소장은 이날 환영사에서 "헌법소원 제도를 오랫동안 운영해 온 독일의 경험은 소중한 참고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독일 헌법연구관들은 매년 한 국가를 방문해 헌법기관과 법학교육기관 관계자들을 만나 해당 국가의 헌정질서와 주요 법적 쟁점을 살핀다.
올해 방문국으로 한국을 정한 독일 측은 한국 헌재의 재판소원 제도와 2024년 기후위기 결정 등에 관심을 보여 이번 간담회가 마련됐다.
yes@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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