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정당한 이유 없이 노조와 단체교섭 거부하면 형사처벌"
  • 김해인 기자
  • 입력: 2026.08.30 15:32 / 수정: 2026.08.30 15:32
사용자 단체교섭 거부·해태 처벌 조항 합헌…재판관 전원일치
사용자가 정당한 이유 없이 노동조합과의 단체교섭을 거부하거나 고의로 지연할 경우 형사처벌하도록 한 법률 조항은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서예원 기자
사용자가 정당한 이유 없이 노동조합과의 단체교섭을 거부하거나 고의로 지연할 경우 형사처벌하도록 한 법률 조항은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서예원 기자

[더팩트 | 김해인 기자] 사용자가 정당한 이유 없이 노동조합과의 단체교섭을 거부하거나 고의로 지연할 경우 형사처벌하도록 한 법률 조항은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는 지난 27일 사용자의 단체교섭 거부·해태를 처벌하도록 한 옛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90조에 대한 헌법소원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

청구인 중 한 명인 황모 씨는 2017년 4월부터 같은 해 8월까지 노동조합 지회에서 총 11차례 단체교섭 요청을 받고도 정당한 이유 없이 이를 거부한 혐의로 기소됐다. 또 청구인들은 2018년 5월부터 2019년 11월까지 노동조합에서 임굼단체협약 교섭 요구를 받고도 기존 교섭 과정에서 합의되지 않은 부분만 협의하겠다며 노동조합이 제출한 단체협약 수정안에 협의를 거부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은 재판 과정에서 사용자의 단체교섭 거부 또는 해태 행위를 형사처벌하도록 한 옛 노동조합법 조항이 헌법에 위반된다며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2022년 3월 헌법소원을 냈다. 이 조항은 노동조합 대표자 또는 노동조합의 위임받은 사람과의 단체교섭을 정당한 이유 없이 거부하거나 해태한 사용자를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헌재는 법률이 규정한 '해태'와 '정당한 이유'의 의미가 불명확해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에 어긋난다는 청구인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해태'는 형식상 단체교섭에 응하면서도 성실하게 임하지 않거나 노동조합의 요구에 장기간 응하지 않아 교섭을 지연하는 행위 등 단체교섭 성립을 어렵게 하는 행위를 아우르는 개념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또 구체적인 사안에서 어떤 행위가 단체교섭 해태에 해당하는지, 거부나 해태에 정당한 이유가 있는지는 법원의 해석을 통해 충분히 판단할 수 있다고 봤다.

헌재는 이중처벌금지원칙과 비례원칙, 평등원칙에 위반된다는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특히 단체교섭 거부나 해태 행위 자체를 처벌하는 해당 조항과 노동위원회의 구제명령을 이행하지 않은 행위를 처벌하는 현행 법률 조항은 기본적인 사실관계와 보호법익, 제재 목적이 서로 달라 이중처벌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사용자에 의해 단체교섭이 지나치게 장기간 지연되는 것을 방지하고 근로자의 헌법상 단체교섭권을 실효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며 형사처벌의 필요성을 인정했다. 노동위원회의 구제명령이나 민사상 구제수단만으로는 단체교섭 거부나 해태 행위를 충분히 예방하기 어려운 점도 고려했다.

사용자의 단체교섭 거부나 해태에 대한 금지 규정이 아닌, 이를 형사처벌하도록 한 조항의 위헌성에 대한 헌재의 첫 결정이다. 이에 앞서 헌재는 2002년 12월 사용자의 단체교섭 거부·해태를 금지한 조항 자체가 계약의 자유나 기업활동의 자유 등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바 있지만, 해당 행위에 대한 형사처벌 조항의 위헌성은 이번 사건에서 처음 판단했다.

h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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