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운4구역 주민들 "유산청 요구로 사업 지연"…250억 손배소 첫 기일
  • 설상미 기자
  • 입력: 2026.08.19 16:13 / 수정: 2026.08.19 16:13
정부 측 "법령 따른 협의…인허가 방해 아냐"
서울 종로구 종묘 인근 세운4구역 일대에 대형풍선이 설치돼 있다. /뉴시스
서울 종로구 종묘 인근 세운4구역 일대에 대형풍선이 설치돼 있다. /뉴시스

[더팩트ㅣ설상미 기자] 세운4구역 주민들이 문화유산 심의 대상이 아닌데도 국가유산청의 요구로 재개발 사업이 지연돼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법령에 따라 의견을 제시했을 뿐이라며 불법행위가 아니라고 맞섰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5부(남천규 부장판사)는 19일 오후 세운4구역 주민대표회의가 대한민국과 국가유산청 관계자 등 11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첫 변론기일을 열었다.

주민대표회의 측은 문화재청(현 국가유산청)이 2017년 고시에서 세운지구에 대한 별도 심의 조항을 삭제했는데도 이후 국가유산청이 서울시와 종로구에 문화재위원회 심의를 요구해 사업을 지연시켰다고 주장했다.

주민대표회의 측 변호인은 "문화재 심의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을 확인했다"며 "그 이후에도 종로구청이나 서울시에 문화재위원회 심의를 거치라는 취지로 계속 요구해 건축할 수 있는 시간을 굉장히 손실시켰다"고 주장했다.

반면 정부 측은 국가유산청이 관계 법령에 따라 의견을 제시했을 뿐 사업을 방해한 사실은 없다고 반박했다.

정부 측 변호인은 "국가유산청은 서울시장과 종로구청장의 요청과 관련 법령에 따라 협의 의견을 제시했을 뿐"이라며 "원고가 주장하는 것처럼 사업 인허가를 방해했다거나 불법행위를 저지른 사실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국가유산청장과 소속 공무원들의 구체적인 불법행위와 손해액 산정 근거도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재판부는 "구체적인 불법행위가 무엇인지 특정해달라"며 "담당 공무원 개인들이 각각 어떠한 업무를 수행했고, 불법행위에 어떻게 관여했는지, 공모 과정은 어떤지 명확히 해달라"고 했다.

주민대표회의 측은 사업 지연으로 추가 부담한 이자와 기회비용, 사업성 악화에 따른 손해액 등을 감정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다음 기일은 10월 14일 열릴 예정이다.

서울시는 지난해 10월 도시재정비위원회 심의를 거쳐 세운4구역 건물의 최고 높이를 71.9m(20층)에서 141.9m(38층)로 상향하는 정비계획을 고시했다.

국가유산청은 종묘 인근에 고층 건물이 들어서면 문화유산 가치가 훼손될 우려가 있다며 제동을 걸었다.

주민대표회의는 같은해 12월 국가유산청이 서울시와 종로구에 문화재위원회 심의 등을 요구해 사업이 장기간 지연됐다며 250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snow@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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