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 수술 후 다리 마비…대법 "간접 증거 만으로도 배상책임"
  • 장우성 기자
  • 입력: 2026.08.17 22:17 / 수정: 2026.08.17 22:17
수술 후 환자에게 심각한 후유증이 생겼다면 간접증거만으로도 의사의 책임이 인정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더팩트 DB
수술 후 환자에게 심각한 후유증이 생겼다면 간접증거만으로도 의사의 책임이 인정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더팩트 DB

[더팩트ㅣ장우성 기자] 수술 후 환자에게 심각한 후유증이 생겼다면 간접 사실만으로도 의료진의 책임이 인정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이숙연 대법관)는 A 씨가 B 병원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A 씨는 B 병원에서 추간판탈출증 진단을 받고 시술을 했으나 통증이 나아지지 않았다. 이후 두차례 수술을 받았으나 오른쪽 다리가 마비되고 배변 장애까지 오는 등 '마미증후군'이 발생해 병원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으나 2심은 패소로 뒤집었다. 병원 의료진들이 주의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당시 수술의 특성상 의료진이 최선의 주의를 다하더라도 불가피하게 신경학적 이상증상이 발생할 수 있으며, 수술 후 발생한 A 씨의 증상이 이번 수술의 예상 가능한 후유증 또는 합병증이라는 이유도 들었다.

이와 달리 대법원은 수술 후 환자에게 증상이 발생했을 때 의료상 과실 이외 다른 원인이 있다고 보기 어려운 간접사실들이 증명되면 의료진의 책임이라고 추정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의료진이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보기 어렵다는 법원 촉탁 감정의의 감정 의견은 2심 판단에 결정적이었다. 이는 환자의 상태가 안정적이라고 적힌 수술기록지에 근거했는데 영상의학과 판독 결과는 정반대였다. 수술 후 환자가 극심한 통증을 호소하자 병원 영상의학과에서는 MRI 검사 시행 후 '심각한 중앙부 압박이 있고 즉각적인 수술 후 관찰이 요구된다'는 판독 결과를 냈다.

대법원은 영상의학 결과지의 판독 내용과 수술기록지 등의 내용 사이에는 쉽게 해소하기 어려운 불일치 내지 모순이 있고, 이를 납득할 수 있는 별다른 증거를 찾기 어려운 이상 수술기록지에 바탕을 둔 진료기록 감정의의 감정의견은 믿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감정의는 A 씨에게 발생한 마미증후군은 수술한 요추 추간판 탈출증 환자의 약 2% 또는 전체추간판 탈출증 환자의 0.12%에게서 매우 드물게 나타나는 것으로 보고된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에 따라 대법원은 A 씨에게 발생한 마미증후군에 부합하는 증상들이 단순히 수술 후 예상 가능한 후유증 또는 합병증으로 단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lesli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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