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 때부터 반복적으로 본드 흡입

[더팩트 | 정예은 기자] 살인미수죄로 징역형을 선고받고 출소한 뒤 누범기간 중 환각 상태에서 집주인을 살해한 40대 세입자에게 징역 25년이 확정됐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노경필 대법관)는 지난 7월 9일 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40대 A 씨에게 징역 25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피고인의 범행 동기와 수단 및 결과, 범행 후 정황, 성행, 환경 등 여러 사정을 살폈을 때 살인과 특수주거침입, 화학물질관리법위반 혐의에 대해 징역 25년을 선고한 원심판결에 잘못이 없다"고 판시했다. 1·2심이 심신미약 상태를 참작하지 않았다는 A 씨 측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A 씨는 지난해 5월 수도권에 있는 피해자 주거지에 침입해 미리 챙겨간 둔기로 피해자를 수차례 때려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당시 본드를 흡입하고 ‘나를 물로 보냐. 이번에 너를 죽일 것이다.’ ‘너희 가족을 포함해서 영혼까지 탈탈 털겠다’ 등 환청을 들은 뒤 피해자 때문이라고 생각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A 씨는 당시 살인미수죄로 징역형을 복역하고 출소한 지 약 6개월이 지난 상태로 누범기간 중 살인을 저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1심 재판부는 A 씨가 거주지의 집주인이지만 평소 교류가 없던 피해자를 잔혹하게 살해했고, 본드 흡입 관련 범죄로 여러 차례 처벌받은 전력이 있어 재범 위험성도 높다고 봤다. 누범기간 중 범죄를 저지른 것도 가중 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징역 25년을 선고했다.
2심 재판부의 판단도 같았다. 재판부는 A 씨가 초등학생 때부터 수십 년간 본드를 반복적으로 흡입해왔고 가족들도 함께 살기를 두려워하고 있다는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재판부는 A 씨가 범행 당시 심신미약 상태에 있었으며 휘발성 물질 의존증 등 정신병적 장애를 앓고 있었다는 정신 감정 결과를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하면서도 양형에 반영하지 않았다. 특정강력범죄법은 실형 집행 종료 후 3년 이내에 동종 범죄를 저지를 경우, 형량을 최대 2배까지 가중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당시 재판부는 "피고인은 환각물질을 흡입하면 폭력 범행에 이를 수 있다는 점을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는데도 자의로 심신장애를 일으킨 만큼 형사책임을 면할 수 없다"며 "범행 직후 상의를 벗어 현관문에 남은 지문을 닦고 옷을 세탁하는 등 치밀하게 증거를 인멸하려 한 점을 고려하면 죄질도 매우 나쁘다"고 판시했다.
ye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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