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사망 직접 원인' 입증 요구 적절했는지 심리

[더팩트ㅣ선은양 기자] 형제복지원 강제수용 기간 중 숨진 피해자의 유족에 대한 국가의 재산적 배상 책임을 인정하지 않은 법원 판결이 헌법에 어긋나는지 헌법재판소가 심리에 착수한다.
헌재는 11일 지정재판부 사전심사를 거쳐 형제복지원 피해자 유족들이 대법원 판결을 대상으로 낸 재판소원 등 2건을 전원재판부에 회부했다고 밝혔다.
청구인들은 1984년 1월께 부산 형제복지원에 강제로 수용 중 숨진 피해자의 배우자와 자녀들이다. 이들은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고, 1심은 형제복지원의 인권침해와 국가의 배상책임을 인정했다.
1심은 피해자 본인에게 위자료 1억원, 배우자에게 2000만원, 자녀들에게 각각 1000만원을 인정했다. 유족들은 항소심에서 피해자가 생존했다면 얻을 수 있었던 일실수익과 장례비 등 재산적 손해도 배상해 달라는 청구를 추가했다.
일실수익은 피해자가 사망하지 않았다면 장래에 벌어들일 수 있었을 것으로 예상되는 소득을 뜻한다.
그러나 2심은 피해자가 형제복지원에 강제로 수용된 기간 중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지만, 수용 중 가혹행위나 부당한 대우가 직접적인 사망 원인이었다고 단정할 증거가 없다며 재산적 손해배상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만 강제수용 기간 중 사망한 사정을 고려해 위자료를 피해자 2억원, 배우자 2500만원, 자녀 각각 1200만원으로 늘렸다. 유족들이 상고했지만 대법원은 지난 6월 심리불속행으로 상고를 기각했다.
이에 유족들은 지난달 13일 대법원 판결을 취소해달라는 재판소원을 청구했다.
유족 측은 "국가의 전면적인 지배·관리 아래 이뤄진 강제수용 과정에서 발생한 사망인데도 법원이 재산적 손해에 대해서는 사실상 직접증명에 가까운 수준의 인과관계 입증을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헌재는 국가의 묵인·비호와 감독 소홀 아래 중대한 인권침해가 발생하고 피해자가 강제수용 기간 중 숨진 경우에도 직접적인 사망 원인이 입증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일실수익과 장례비 배상을 인정하지 않은 법원 판단이 헌법에 어긋나는지를 심리할 예정이다.
특히 국가폭력 피해에 관한 증거가 국가 측에 집중돼 피해자가 인과관계를 입증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법원이 어느 정도의 증명을 요구할 수 있는지가 쟁점이 될 전망이다.
법원이 엄격한 인과관계 입증을 요구해 재산적 손해를 인정하지 않은 것이 헌법이 보장하는 국가배상청구권과 '정당한 배상'의 취지에 어긋나는지도 판단할 예정이다.
이번 사건은 재판소원 사건 가운데 처음으로 국선대리인이 선임돼 본안 심리가 진행되는 사건이기도 하다. 헌재는 유족들의 경제적 사정과 공익상 필요를 인정해 국선대리인 선임 신청을 받아들였다.

헌재는 이날 항소이유서 제출 기간을 넘겼다는 이유로 항소를 각하한 법원 결정을 다투는 재판소원 사건 1건도 전원재판부에 회부했다.
청구인들은 "항소이유서 제출 기간 연장 신청과 항소이유서를 제출했는데도 법원이 연장 신청을 심리하지 않은 채 항소를 각하한 것은 재판청구권과 평등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헌재는 이밖에 항소이유서 제출 관련 재판소원 사건 6건을 심리 중이다.
전날까지 헌재에 접수된 재판소원 사건은 누적 1946건이다. 이 가운데 1652건이 각하됐으며, 이번 2건을 포함해 전원재판부에 회부된 사건은 총 17건이다.
yes@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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