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저비비에 가방 "받았지만 나중에 알아"

[더팩트ㅣ설상미 기자] 김건희 여사가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 부부에게 명품 가방을 언제 어떻게 받았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증언했다. 캐묻는 민중기 특별검사팀(김건희 특검)에는 "영부인 수사를 다 해봤느냐", 재판부에는 "한쪽 편만 들지 마시라"고 쏘아붙이기도 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조형우 부장판사)는 10일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 의원과 배우자 이모 씨의 속행공판을 열고 김 여사에 대한 증인신문을 진행했다.
김 여사는 이날 '배우자에게 267만원 상당의 로저비비애 클러치백을 받은 사실이 있느냐'는 특검의 질문에 "처음에는 몰랐는데 나중에 인식을 했다"고 답했다. 다만 "직접 받은 게 아니라서 기억이 잘 안 난다"며 "어떻게 전달이 됐는지 정말 모르고 늦게 발견했다"고 말했다.
특검이 "여당 대표나 부인에게 명품 선물을 받는 건 이례적인데 왜 기억을 하지 못하냐"는 취지로 추궁하자 김 여사는 "검사님은 그럼 영부인 수사를 다 했느냐. 그런데 어떻게 이례적이라고 할 수 있느냐"고 맞받았다.
이에 특검이 "국민들 눈에서 그렇다는 것"이라고 하자, 김 여사는 "국민들이 정말로 일어나는 일을 아느냐"라며 "검사님도 대통령 관저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지 않느냐. 검찰 일만 하는데 왜 아는 것처럼 이례적이지 않다고 단정하느냐. 틀렸다고 생각한다"고 크게 반발했다.
재판부도 "영부인은 이런 것을 받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데 증인도 그렇게 생각할 것"이라며 "이걸 받아도 되나 하는 생각이 드는 일은 사람이면 충분히 잘 기억하지 않느냐"는 취지로 물었다. 이에 김 여사는 "지금 검사님 질문이 강압적"이라며 "이례적이라면서 죄인으로 모는 것 자체가 이해가 안 된다"고 반발했다.
가방의 구체적인 전달 경로를 놓고는 재판부와도 신경전을 벌였다. 재판부가 "물건을 받은 사람이 있는데 여러 가능성을 추궁할 수 있다"는 취지로 말하자, 김 여사는 "제3자를 통했다면 (제3자에게) 또 다른 범죄 혐의가 있다고 유도하는 것 아니냐"며 "이거 정상인들은 다 그렇게 생각한다. 판사님께서 한쪽 편만 들지 마시라. 범죄를 확장시키지 말라"며 불쾌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날 김 여사는 가방을 받은 시점을 놓고 다소 엇갈리는 취지의 진술을 내놓기도 했다.
김 여사는 관저에서 물품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가방을 뒤늦게 발견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클러치백이 옷 색깔마다 필요해서 비싼 가방의 경우 짝퉁 같은 걸 많이 샀다"고도 했다. 가방과 함께 있던 이 씨의 편지도 나중에 봤지만 제대로 읽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질문이 이어지자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압수수색 때 발견됐다고 얘기를 들어서 사실은 그때 정확하게 인지했다"며 "당대표와는 전혀 상관없고 김 의원을 모함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여사는 이 씨와 개인적으로 가까운 사이도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이 씨와 단둘이 만난 적은 없고, 국민의힘 의원 배우자 모임과 관련해 통화한 기억만 있다고 했다. 이외 몇 차례 통화한 기록을 두고는 구체적인 내용이 기억나지 않는다고 증언했다.
다만 이 씨를 두고는 "굉장히 진실한 분"이라며 과거 국민의힘 의원 배우자들이 모인 자리에서 어려운 사람들을 걱정하는 모습을 보고 좋은 인상을 받았다는 취지로 말했다.

반복해서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답한 이유로는 건강 문제와 당시 자신을 둘러싼 논란을 들었다. 김 여사는 "줄리부터 시작해서 악마화가 너무 지겨울 때였다"며 "선물을 받아도 기억이 안 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가 아무리 죄인이지만 거짓말할 성격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김 여사는 증인신문 전부터 크게 한숨을 쉬는 등 불쾌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이날 증인신문 전에는 증언거부권을 놓고도 재판부와 공방을 벌이기도 했다.
재판부는 청탁금지법상 공직자 배우자의 금품 수수 자체를 처벌하는 규정이 없는 점 등을 들어 김 여사에게 이 사건과 관련한 포괄적인 증언거부권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이에 김 여사는 "없다고요?"라고 되물으며 "그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 논리적으로"라고 반발했다. 이어 "그럼 상상의 나래를 펴서 증언해야 하나요?"라고 따져 물었다.
이에 재판부는 "기억대로 말씀하면 된다"고 단호히 답했다.
김 의원 부부는 2023년 3월 8일 국민의힘 당대표 당선을 도와준 대가로 같은 달 17일 김 여사에게 267만원 상당의 로저비비에 클러치백을 제공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특검은 지난해 11월 윤 전 대통령 부부의 자택을 압수수색하던 중 클러치백과 "영부인님 감사합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편지를 발견했다. 이후 수색을 중단하고 법원에서 별도의 영장을 발부받아 가방을 확보했다.
특검은 이 가방이 대통령 직무와 관련해 제공된 선물이라고 보고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가방 결제 대금이 김 의원의 세비 계좌에서 지출된 정황이 확인되면서 김 의원도 함께 기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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