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 | 정예은 기자] 계약상 공사 정지에 따른 지연 배상은 착공 자체가 늦어진 경우엔 적용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A 주식회사 등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상대로 낸 공사대금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A사 등 원고들은 지난 2009년 LH와 공사 도급 계약을 체결하고 착공신고서를 제출했지만 LH의 사업부지 확보 절차가 지연되면서 2015년 8월에야 착공이 이뤄졌다.
이후 원고들은 경기 화성시 소재 사업 부지에서 2021년 6월께 공사를 마쳤고, LH는 공사대금 전액을 지급했다.
하지만 A사 등은 LH가 착공 지연에 따른 지연배상금도 지급해야 한다며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실제 착공이 이뤄지기 전까지 5년 넘도록 현장관리 인원을 고용하고 현장조사를 하는 등 공사 업무를 수행했다는 이유였다.
1심 재판부는 실제 착공 전이라도 LH의 귀책 사유로 공사가 진행되지 못했다면 LH가 49억 원가량의 지연배상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2010년 7월께 LH가 원고들에게 지연 보상 계획과 공사 일시중지 의견 등이 담긴 사업추진현황 보고서를 보낸 점을 근거로 삼았다.
반면 2심 재판부는 지연보상금 규정에 명시된 지연손해금 배상 책임은 이미 공사가 진행 중인 상황을 전제로 성립한다며 1심 판결을 뒤집었다. 원고들과 LH가 체결한 계약서에 '착공 지연'과 '공사 중단'이 명확하게 구분돼 있다는 점을 근거로 LH의 손을 들어줬다. 지연배상금 지급 규정에 '공사 정지'나 '잔여 계약금액'이라는 표현이 명시된 만큼 이미 착공된 상황에서 공사가 지연될 때만 손해배상 책임이 발생한다는 취지다.
대법원 판단도 2심 재판부와 같았다. 지연배상금은 LH의 귀책 사유로 착공 후 공사가 정지된 경우에 한해서만 지급돼야 한다고 본 것이다.
대법원은 A사 등이 착공 시 필요한 서류를 제출하거나 지장물 조사 및 현황 측량을 수행한 것은 착공 전 준비행위에 지나지 않는다고도 봤다. 따라서 2015년 8월 이전에 착공했다고 볼만한 증거가 없다며 LH의 지연손해금 배상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 계약서와 규정 해석 등에 관한 법리 오해나 잘못이 없어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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