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선은양 기자] 고등학교 앞에서 일본군 위안부 소녀상 철거를 주장하는 집회를 열지 못하게 한 경찰 처분이 적법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강재원 부장판사)는 9일 김병헌 위안부법폐지국민행동 대표가 경찰의 옥외집회 금지통고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김 대표는 지난 1월 서울의 한 여자고등학교 정문 앞에서 '위안부 사기 중단 및 위안부상 철거 촉구 집회'를 열겠다고 신고했다.
경찰은 학교장 요청에 따라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상 학교 주변에서 학생들의 학습권을 뚜렷하게 침해할 우려가 있다며 집회를 금지했다.
이에 김 대표는 경찰이 집회 내용을 이유로 금지한 것은 헌법에 위빈되는 사전허가이고, 집회 예정일이 공휴일인 만큼 학습권 침해 우려도 없었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금지통고가 헌법상 금지되는 사전허가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헌법이 금지하는 허가는 행정청이 집회의 허용 여부를 사전에 결정하는 것이며 법률로써 일반적으로 집회를 제한하는 것은 정당하다고 판딘했다.
집회가 공휴일에 열릴 예정이라 학습권을 침해하지 않는다는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학교는 휴일이나 방학에도 교육기관으로서 기능을 유지하고 일부 학생이 등교하거나 시설을 이용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공휴일에도 학교 주변 교육환경과 학생들의 학습권을 보호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집시법은 학습권이 실제 침해된 경우뿐 아니라 '침해될 우려가 있는 경우'에도 집회를 제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 만큼 공휴일이라고 학습권 침해 우려가 없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집회 내용이 헌법상 보호할 가치가 없다고도 지적했다.
재판부는 김 대표 측이 배포한 홍보물에 '위안부(매춘부)', '매춘 진로지도 하나', '위안부는 고수익 직업인' 등의 표현이 사용된 점을 지적하며, 이는 입법적·사법적·행정적으로 인정된 역사적 사실은 물론 국제사회가 확인한 역사적 사실을 부인하거나 비하·왜곡하는 내용이라고 판단했다.
이어 "이 같은 표현은 인간의 존엄성과 양성평등이라는 헌법적 가치에 반하고 진리 발견이나 민주주의 발전에 기여한다고 볼 수 없어 보호 가치가 현저히 낮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를 부정·왜곡하는 표현을 성장기 학생들의 학습 공간인 학교 주변에서 하는 것은 학습권은 물론 피해자들의 인권까지 침해하는 것으로, 집회 금지통고는 비례원칙에도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김 대표는 2024년 1월부터 올해 1월까지 페이스북이나 유튜브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을 '가짜 위안부 피해자', '성매매 여성' 등으로 표현한 게시물과 영상을 69차례 게시한 혐의로 지난 4월 재판에 넘겨졌다.
지난해 12월에는 소녀상이 설치된 고등학교 앞에서 '매춘 진로지도 하나' 등의 문구를 내건 미신고 집회를 열어 학생들에게 정신적 피해를 준 혐의도 적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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