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이준영 기자] 폐동맥고혈압 환자와 가족들이 폐동맥고혈압 치료제 소타터셉트(제품명 윈레브에어주)의 신속한 건강보험 급여 등재를 촉구하고 나섰다.
한국선천성심장병환우회는 최근 폐동맥고혈압 환자, 가족들과 함께 손팻말 사진 캠페인을 진행하고, 한국MSD와 정부에 성실한 약가협상과 신속한 급여 등재 절차 진행을 요구했다고 6일 밝혔다.
캠페인에 참여한 환자와 가족들은 "희귀질환 치료제 접근성을 높이겠다는 150일의 약속은 어디로 갔나", "허가 후 340일이 넘도록 환자는 기다리고 있다", "소타터셉트 신속 급여 등재", "한국MSD는 성실하게 약가협상에 임하라", "폐동맥고혈압 환자에게는 생명의 시간" 등의 문구가 적힌 손팻말을 들었다.
폐동맥고혈압은 좌심실질환, 심장판막질환, 허혈성 심장질환,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등으로 발생하는 폐고혈압과 달리 발병 빈도가 매우 낮은 희귀질환이다. 국내 폐동맥고혈압 환자는 여성 비중이 높다. 국민건강보험 자료를 분석한 연구에서 신규 성인 폐동맥고혈압 환자의 약 3분의 2가 여성이었고, 전체 환자의 절반가량은 40~64세다. 폐동맥고혈압은 한 가정을 지탱하는 어머니이자 아내, 일터와 가정에서 한창 역할을 감당해야 할 여성의 삶을 어느 날 갑자기 숨을 제대로 쉴 수 없는 고통 속에 멈춰 세우는 중증 희귀질환이다.
환우회가 신속 급여 등재를 요구하는 소타터셉트는 기존 혈관확장제와 다른 기전의 액티빈 신호전달 억제제로, 폐혈관 재형성에 관여하는 경로를 표적하는 치료제다. 환우회에 따르면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사항에서 소타터셉트는 성인 폐동맥고혈압 환자, 즉 WHO 임상분류 1군 폐고혈압 환자에서 운동능력 향상, WHO 기능분류 개선, 임상적 악화 감소를 목적으로 사용된다. 소타터셉트는 이미 개발 단계에서 미국 FDA 혁신치료제와 유럽 EMA PRIME 대상으로 지정될 만큼 미충족 의료수요와 혁신성을 인정받았고, 2024년 3월 미국 FDA 승인에 이어 같은 해 8월 유럽연합 판매허가까지 받았다. 글로벌 3상 STELLAR 연구에서도 24주 시점 6분 보행거리가 위약 대비 약 41m 개선되고, 사망 또는 PAH 임상악화 사건으로 구성된 복합평가변수의 발생 위험이 84% 낮아지는 등 임상적 유용성이 확인됐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식약처 허가 후 1년이 다 돼가도록 건강보험 급여 절차가 지연되고 있다는 입장이다.
환우회는 정부의 등재 기간 단축 정책 실효성 상실을 지적했다. 환우회에 따르면 소타터셉트는 지난 2024년 12월, 정부가 고가희귀질환 의약품의 환자 접근성을 획기적으로 높이겠다며 도입한 ‘허가-평가-협상 병행 시범사업’ 2차 대상 약제로 선정됐다. 이 제도는 식약처 허가와 심평원의 약제급여평가, 건보공단의 약가협상을 동시에 가동해 등재 기간을 총 150일 수준으로 단축하겠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식품의약품안전처 GIFT(Global Innovative products on Fast Track) 대상 약제로 지정돼 2025년 7월 허가를 받은 후 1년이 다 되어가는 현재까지도 약제급여평가위원회 상정조차 되지않는 등 급여 절차 지연에 대한 환자들의 우려와 불신이 커지고 있다.
손팻말 캠페인에 참가한 환아 보호자 김소연 씨는 "중증 폐동맥고혈압 환자에게는 절차를 기다리는 하루하루가 생존의 시간"이라며 "정부가 환자의 치료접근성을 개선하겠다며 허가-평가-협상 병행 시범사업을 만들었다면, 환자가 체감할 수 있는 결과를 내야 한다. 아이에게, 배우자에게, 부모에게 쓸 수 있는 치료제가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비용 때문에 포기해야 하는 상황은 환자 가족에게 가장 견디기 어려운 고통"이라고 말했다.
대한폐고혈압학회 정욱진 회장(가천대길병원 폐고혈압센터)은 "소타터셉트는 폐동맥고혈압 치료에 있어 병인론적 접근으로 새로운 차원을 여는 신약으로서 미국, 유럽, 일본, 호주에서 모두 작년부터 필수 약제로 이미 보험급여가 된 약제로서 급여가 늦어질수록 국내 환우의 생명을 위협할 수 있어 신속한 도입이 필요하다"며 "아직도 도입이 안되거나 보험급여를 받지 못한 에포프로스테놀, 3군 폐고혈압의 유일한 치료제 트레프로스티닐 흡입제, 4군 폐고혈압의 리오시구앗 등 약제들은 모두 경제성평가 과정을 면제 받을 수 있는 사용자 수 기준 200명 미만의 필수 약제들"이라고 언급했다.
안상호 한국선천성심장병환우회 대표는 "국내 폐동맥고혈압 환자들은 이미 치료 접근성에서 크게 뒤처졌다. 고위험 환자에게 국제 진료지침상 표준치료로 권고되는 에포프로스테놀 제제는 미국과 일본에서 각각 약 30년, 25년 전부터 사용되고 있지만 현재까지도 국내에선 사용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소타터셉트는 단순히 혈관을 확장하는 기존 치료제와 달리, 폐혈관 재형성에 관여하는 신호전달 경로에 작용하는 새로운 기전의 치료제다. 임상시험에서 운동능력 개선은 물론 사망·입원 등을 포함한 폐동맥고혈압 임상악화 복합위험 감소를 입증했음에도 급여 절차가 계속 지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환우회는 정부에 시범사업이 ‘150일 단축’이라는 구호에 그치지 않도록 제도 운영 실태를 점검하고, 자료 보완과 심의 지연이 반복되지 않도록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소타터셉트 급여 절차가 지연되는 사유와 향후 심의·협상 일정을 환자들에게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약사인 한국MSD에 대해서도 환자 치료 접근성을 최우선에 두고 성실하게 약가협상에 임할 것을 촉구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현재 소타터셉트는 중간 단계인 비용 효과성 평가를 진행 중"이라며 "제약사에 보완자료를 요청해둔 상황"이라고 말했다.
건보 등재 과정은 제약사가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으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건강보험을 적용할 수준인지 평가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임상 문헌, 진료 가이드라인 등을 토대로 임상적 효과와 비용 효과성을 검토한다. 이후 국민건강보험공단과 제약사 간 가격 계약 체결,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심의 과정을 거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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