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선은양 기자]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공장에서 발생한 폭발 사고로 노동자 5명이 숨지면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 사업장에서 폭발 사고가 반복돼 온 데다 여러 사람이 사망한 만큼 수사기관이 경영진의 안전보건 확보 의무 위반 여부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은 검사 4명 등 10명, 경찰은 64명을 투입한 전담수사팀을 구성해 사건을 집중 수사하고 있다.
지난 2일 오전 10시59분께 대전 공장 내 56동 세척공실에서 세척 작업 중 폭발이 발생해 현장에 있던 직원 5명이 숨지고 2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이 사업장에서는 앞서 지난 2018년에 5명, 2019년에 3명이 폭발사고로 숨진 바 있다.
고용노동부는 대전노동청 중대산업재해수사과 소속 근로감독관 등 20여 명 규모의 전담수사팀을 꾸렸고, 대전지검도 검사 3명과 수사관 6명 규모의 전담팀을 구성해 중대재해처벌법 및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여부를 수사하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사고에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사망자가 5명 발생했고, 상시근로자 5명 미만 사업장에도 해당하지 않기 때문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산업재해로 사망자가 1명 이상 발생했을 때 사업주나 경영 책임자가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위반한 경우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 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한다. 법인에도 별도로 50억 원 이하 벌금형을 부과할 수 있다.
다만 단순히 사망 사고 발생만으로 실제 형사 책임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산안법상 안전조치 의무 위반이 있었는지, 경영진이 안전관리 체계를 제대로 구축·이행했는지가 핵심 쟁점이다.
수사기관은 우선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조치 위반 여부를 특정한 뒤, 중대재해처벌법 4조 '안전보건 확보 의무 위반' 여부를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조재민 조안전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실무상 가장 많이 문제 되는 부분은 유해·위험요인 확인 및 개선 절차 마련 의무와 안전보건관리책임자에 대한 평가 기준·예산 부여 의무"라며 "수사기관도 이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또한 수사 과정에서 폭발 원인 규명도 중요하다. 폭발이 어떤 경위로 일어났는지에 따라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보건조치 의무 위반 여부와 경영진의 관리 책임 범위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신혜원 법무법인 율린 변호사는 "산업안전보건법 시행규칙에는 공정별 세부 안전조치 의무가 매우 구체적으로 규정돼 있다"며 "수사기관은 사고 원인을 특정한 뒤 해당 공정에서 어떤 안전조치가 미이행됐는지를 역추적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반대로 사고 원인과 관련한 안전조치를 회사 측이 모두 이행했고, 노동자의 예외적·돌발적 행위 때문에 사고가 발생했다는 점이 명백하게 입증된다면 중대재해처벌법 책임을 피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수사기관은 합동 감식을 통해 발화 지점과 인화물질 존재 여부 등을 확인하고 있으며, 사고 원인과 공정상 안전조치 미비 여부를 집중적으로 추적할 것으로 보인다.

경영상 책임을 누구에게 물을지도 관심사다. 대기업들은 통상 최고안전책임자(CSO)를 두고 있지만, 실질적인 안전 예산과 의사결정 권한을 가진 대표이사나 오너 책임까지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조 변호사는 "중대재해처벌법은 종국적인 안전보건 의사결정권자를 처벌하기 위한 법"이라며 "기업 현실상 CSO가 독자적인 예산 권한까지 가진 경우는 많지 않아 실질적 경영책임자인 CEO나 오너 쪽으로 책임이 올라가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현재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장남 김동관 부회장이 전략부문 대표이사를, 손재일 대표가 사업부문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노동당국은 실제 안전보건 확보 의무 이행 주체와 조직 내 의사결정 구조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반복된 폭발 사고 이력도 향후 재판 과정에서 중요한 요소가 될 가능성이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같은 죄로 형이 확정된 뒤 5년 이내에 다시 비슷한 죄를 저지른 사업주에 대해 형의 2분의 1까지 가중 처벌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2018년과 2019년 사고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전 발생했고 마지막 사고 이후 5년 이상이 지나 재범 가중처벌 규정이 직접 적용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반복된 유사 사고에도 재발 방지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점이 양형 단계에서 불리한 요소로 고려될 가능성이 있다.
신 변호사는 "산업재해 사건에서 재판부가 중요하게 보는 요소 중 하나가 재발 방지 노력"이라며 "동일 사업장에서 반복적으로 사고가 발생했다면 향후 형량 판단에서 불리한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이재명 대통령도 국무회의에서 "동일한 사업장 안에서 동일한 유형의 사고가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며 철저한 원인 조사와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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