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선은양 기자] 사법부가 재판 과정 전반에 인공지능(AI) 기술 도입을 확대하고 있다. 판사들이 법원 자체 생성형 AI를 활용해 판례와 법령을 검색하는 데 이어, AI로 생성한 그림과 도표를 판결문에 삽입해 국민이 이해하기 쉬운 판결문 작성에 애쓰는 모습이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7부(강우찬 부장판사)는 지난달 28일 육아휴직급여 부지급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하며 판결문에 AI로 생성한 이미지를 넣었다.
이 판결은 서울행정법원이 운영하는 장애인, 임산부, 아동, 기초생활수급대상자 등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한 사회보장사건 전문 합의부에서 나온 첫 '모성 보호' 사건이다.
재판부는 국민 기본권에 미치는 영향이 큰 사건인 만큼 사실관계와 주요 쟁점을 보다 쉽게 전달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판결문에 그림과 도표를 첨부했다. 대규모언어모델(LLM) 인공지능도 이용해 이미지를 생성했다.
그러면서 "우리 헌법이 특별히 보장하는 '모성보호'와 관련한 사회보장 공법 사건이므로 비슷한 처지에 놓인 국민의 알권리가 충분히 보장되도록 판결의 쟁점과 요지가 보다 알기 쉽게 전달돼야 한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기존의 법률 용어 중심 판결문에서 나아가 AI로 제작한 그림과 도표를 활용해 일반 국민의 이해도를 높이려는 시도로 평가된다.
사법부의 AI 활용은 이미 재판 과정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법원행정처는 올해부터 사법부 자체 생성형 AI 플랫폼을 구축하고 '재판지원 AI 시스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총 4단계로 추진되는 사업 가운데 현재 도입된 1단계는 판례·법령·문헌 등을 종합 검색하는 '법률 정보 지능형 검색 및 리서치' 시스템이다.
판사가 법적 쟁점이나 사건 유형을 입력하면 유사 판례와 관련 법령, 실무 자료 등을 요약해 제시하는 방식이다. 생성형 AI처럼 질의응답 형태로 작동하며 필요한 자료를 빠르게 찾아볼 수 있도록 지원한다.
답변 과정에서 참고한 판례·문헌 목록도 함께 제공된다. 사용자는 각 자료의 핵심 내용을 확인한 뒤 원문으로 바로 이동해 세부 내용을 검토할 수 있다. 대법원 판례와 2013년 이후 판결문, 각종 법령·결정례·실무제요 등이 데이터로 활용된다.
법원은 향후 AI가 소장·준비서면·답변서 등을 분석해 사건 쟁점을 정리하고, 나아가 판결문 초안의 논리 오류나 비문 여부까지 점검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고도화할 계획이다. 사실상 소장 접수부터 판결문 작성까지 재판 전 과정에 AI를 활용하겠다는 구상이다.
사법부는 이를 통해 만성적인 재판 지연 문제도 일부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복잡한 사건일수록 기록 분량이 방대해 재판부 부담이 커지는 만큼, AI가 기록 분석과 자료 정리를 지원하면 업무 효율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실제 현장에서는 아직 개선 과제가 적지 않다는 평가도 나온다. 현재 시범 운영 중인 지능형 검색 시스템은 이미 일부 재판 업무에 활용되고 있지만, 속도나 답변 품질 측면에서는 민간 생성형 AI 서비스에 비해 부족하다는 평가가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방대한 내부 데이터를 기반으로 안정성과 보안을 확보한 대신 검색 속도나 자연스러운 답변 측면에서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법원 관계자는 "재판 지원 AI는 보안과 개인정보보호를 핵심 가치로 삼아 내부 폐쇄망에 구축된 시스템"이라며 "한정된 예산으로 인프라를 구축하다 보니 상용 AI와 비교해 속도나 답변 품질 측면에서 다소 부족한 부분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사법부 내부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는 만큼, 이용 과정에서 제기되는 불편 사항과 성능 문제를 지속적으로 개선해 2028년 말까지 사법부에 필요한 기능 중심으로 시스템을 고도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재판 지원 AI는 검색·요약 등 반복적 업무를 지원해 법관들이 판단 등 보다 중요한 영역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목표"라며 "향후 시스템이 안착할 경우 재판 지연 문제 해소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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