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설상미 기자] 박성재 전 법무부장관이 자신의 수첩에서 발견된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을 부정하는 메모는 자신의 생각이 아니라 같은 자리 국민의힘 의원들의 말을 받아 적은 것이라고 증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이진관 부장판사)는 29일 직무유기 및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기소된 한덕수 전 국무총리 등의 속행공판을 열고 박 전 장관 증인신문을 진행했다.
비상계엄 다음날인 2024년 12월 4일 국무총리 공관에서는 당·정부·대통령실(당정대) 회동이 있었다. 당시 한 전 총리와 참석한 박 전 장관의 메모에는 '당 콘센서스->이유(불가피성) 설명, 중요', '계엄 정당성, 이유(불가피성), 이론 구성 필요', '중도 임기 중단X 사퇴, 탄핵, 특검 수사(내란)' 등의 내용이 담겼다.
특검팀은 이 메모가 한 전 총리가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심판을 심리할 헌법재판관 임명을 보류하거나, 이후 이완규·함상훈 후보자를 지명한 경위와 맞닿아 있다고 보고 있다.
박 전 장관은 '메모 수첩에 자진 사퇴, 탄핵 안 된다고 적은 이유가 무엇이냐'는 한 전 총리 측 변호인 질문에 "의원들께서 (그렇게 말해서 의원들이) 그렇게 생각하고 계시는구나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박 전 장관은 당시 총리공관 모임을 놓고 "간부회의나 국무회의라고 말할 수는 없다"라며 "중간에 오거나 전화 받으러 나가는 분도 있었고, 정해진 순서에 따라 이야기가 진행된 것은 아니었다"고 증언했다.
이날 신문에서는 특검팀이 확보한 박 전 장관의 수첩 증거능력을 둘러싼 공방도 벌어졌다.
박 전 장관은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 수사 과정에서 특검팀이 자택에서 발견한 수첩 일부를 휴대전화로 촬영해 확보했다고 증언했다.
박 전 장관은 "수첩 자체를 임의 제출한 적은 없고, 특검 측이 촬영하겠다고 해서 촬영한 것"이라며 "해당 수첩에 적힌 내용이 한 전 총리의 헌법재판관 미임명 사건 증거로 사용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고, 그런 사용에 동의한 사실도 없다"고 말했다.
한 전 총리는 윤 전 대통령의 탄핵 소추 이후 국회가 추천한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은 혐의로 기소됐다. 제대로 된 인사 검증 없이 함상훈·이완규 후보자를 재판관 후보로 지명한 혐의도 있다.
특검팀은 한 전 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 시절 국회가 추천한 헌법재판관 3인을 정당한 이유 없이 거부·지연해 직무를 유기한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