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력권과 도덕성 사이…공직 진출 발목잡는 '강력범죄 변론'
  • 정예은 기자
  • 입력: 2026.05.14 00:00 / 수정: 2026.05.14 00:00
선거 때마다 '변호 이력 논란' 반복
"조력권 우선" vs "정치적 도덕성"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야 구청장 후보로 공천된 변호사들의 강력범죄 사건 변호 이력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국민의힘 서울 구로구청장 후보로 공천된 홍덕희 변호사. /뉴시스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야 구청장 후보로 공천된 변호사들의 강력범죄 사건 변호 이력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국민의힘 서울 구로구청장 후보로 공천된 홍덕희 변호사. /뉴시스

[더팩트 | 정예은 기자]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야 후보로 공천된 변호사들의 강력범죄 사건 변호 이력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변호사의 직업윤리 차원에서 봐야 한다는 의견과 정치 영역에선 잣대를 달리해야 한다는 비판이 맞선다.

국민의힘은 지난달 27일 '계곡 살인사건' 피의자 이은해 변호 이력으로 논란을 빚었던 홍덕희 후보를 최종 공천했다. 홍 후보가 이 씨를 변호한 이력이 알려지면서 공천 취소 여론이 일었지만, 당은 "헌법에 명시된 '변호인 조력권'을 보호하기 위한 법조인의 책임감에 따른 것이었다"며 후보 공천을 유지했다.

이승훈 더불어민주당 강북구청장 후보 역시 강력범죄 피의자 변호 이력으로 도마에 올랐다. 이 후보는 2017년 미성년자를 상습 성추행한 피의자의 변호를 맡았다. 2021년과 2023년에도 여성과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 사건 피의자들을 다수 변호한 사실이 알려졌다. 특히 이 후보의 국민의당 입당 시점이 2016년으로 알려지면서, 성범죄자 변호는 공인으로서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커졌다.

공직에 진출하려는 법조인이 과거 변호 이력으로 자질 논란에 휘말린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 2024년 총선 당시 부산 서·동구에 출마했던 곽규택 국민의힘 의원 역시 성범죄 사건을 수임한 이력이 알려지며 논란이 일었다. 특히 곽 의원은 고등학교 교사가 상담을 빌미로 다수의 학생을 추행하거나 희롱한 '위계에 의한 미성년자 성폭력 사건'을 변호했던 사실이 알려지며 비판을 받았다. 곽 의원 측은 "변호사의 직업윤리와 의무에 따라 피고인을 변론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재명 대통령도 변호 이력과 변론 전략을 둘러싼 논란 끝에 직접 사과한 바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 2006년 헤어진 여자친구의 집을 찾아가 전 여자친구와 그의 어머니를 흉기로 수차례 찔러 살해한 조카를 변호했다. 당시 재판에서 조카가 범행 당시 충동조절능력 저하로 심신미약 상태에 있었다는 취지로 주장하며 감형을 시도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었다. 이후 21대 대선 과정에서 비판이 거세지자, 이 대통령은 SNS를 통해 "미숙한 표현으로 상처받은 유족께 죄송하다"며 사과했다.

일각에서는 법조 윤리와 헌법상 기본권인 변호인 조력권의 취지를 볼 때 과거 변론 이력을 문제삼을 수 없다고 평가한다. /더팩트 DB
일각에서는 법조 윤리와 헌법상 기본권인 '변호인 조력권'의 취지를 볼 때 과거 변론 이력을 문제삼을 수 없다고 평가한다. /더팩트 DB

일각에서는 법조 윤리와 헌법상 기본권인 '변호인 조력권'의 취지를 볼 때 과거 변론 이력을 문제삼을 수 없다고 평가한다. 헌법은 누구든지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명시하고 있다. 변호사 윤리장전 제16조 1항은 '변호사는 사회적 비난 우려만을 이유로 사건 수임을 거절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다.

나지원 아주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사회적으로 비난받는다는 이유로 수임을 거부할 수 없다는 내용이 변호사 윤리 장전에 명시돼 있다"며 "어떤 내용의 사건을 수임했는지, 누구를 변호했는지를 문제 삼는 건 법조 윤리적 관점과는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어 "어떤 사건을 수임하는지도 결국 개인의 직업 수행의 자유 중 하나로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영훈 법무법인 위온 파트너 변호사는 "법조인의 수임이력이 가치관, 철학, 전문성 등 해당 인사의 정체성과 무관하다고 보기 어려운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공직 진출에 과거 수임이력이 거대한 '필터'로 작동한다면 변호인 조력권이라는 헌법상 권리의 보편적 실현이 어려울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수임 이력이 공직자 후보 선출에서 하나의 요소로 작용하는 것을 막긴 어렵겠지만 절대적인 잣대가 돼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다만 이같은 주장이 공직자에게 요구되는 도덕적 책임을 외면하는 것이라는 반론도 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변호사가 어떤 사람을 변호했는지 자체를 가지고 법적 책임을 물을 순 없지만 정치적 판단은 완전히 다른 얘기"라며 "정치의 영역에서 국민이 후보자가 누구를 변호했는지, 변호할 때 어떤 전략을 취했는지 등을 기준 삼아 평가하는 게 당연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누구나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순 있지만 변호사가 아무나 변호하지 않는다는 것도 분명하다"라며 "후보자들의 과거 변호 이력을 지적할 때마다 변호사 윤리를 들먹이는 건 과거를 합리화하기 위한 변명에 불과하다"고 했다.

성범죄 피의자 변호 자체보다 변론 과정에서의 2차 가해 여부가 핵심 쟁점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경하 변호사는 "논란된 사안들은 변호 이력 자체만이 아닌 변론 과정에서의 2차 가해에 대한 비판이 더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며 "가해자의 변호인이라 하더라도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도 법조 윤리에 해당하고, 이런 맥락을 고려하면 공직 후보자들의 변호 이력은 비판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ye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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