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설상미 기자] 채상병 순직 사건을 심리한 법원이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의 공세적 수색 지시와 안전조치 부실이 사고의 핵심 원인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임 전 사단장이 실종자 발견 성과에만 몰두한 채 대원들의 안전을 외면했고, 사고 이후에는 증거 은폐와 대응 논리 마련에 급급했다고 질타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조형우 부장판사)는 8일 업무상과실치사, 군형법상 명령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된 임 전 사단장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박상현 전 해병대 7여단장(당시 제2신속기동부대장)은 금고 1년6개월, 최진규 전 포11대대장은 금고 1년6개월, 이용민 전 포7대대장은 금고 10개월, 장 모 중대장은 금고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임 전 사단장은 2023년 7월 경북 예천군 집중호우 실종자 수색 과정에서 해병대원들에게 구명조끼 등 안전장비를 제대로 지급하지 않은 채 무리한 수중수색을 하게 해 채 상병을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부는 임 전 사단장에게 적용된 업무상과실치사·치상과 군형법상 명령위반 혐의의 상당 부분을 유죄로 인정했다.
특히 재판부는 임 전 사단장이 수색 과정에서 포병대대를 반복적으로 질책하며 실종자 발견 성과를 압박했다고 판단했다. 임 전 사단장이 회의에서 "도로에서 내려다보지 말고 수변으로 내려가서 수풀을 헤치고 찔러보면서 찾아야 한다"고 지시했다는 점도 들었다. 도로정찰 지침을 폐기하고 수변이 범람해 수중·수변의 구분이 어려운 현장 상황과 괴리된 적극적, 공세적 수색만을 지시하고 강조했다고도 지적했다.
또 임 전 사단장이 작전통제권이 육군 50사단으로 이양된 이후에도 사실상 작전 지휘에 개입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임 전 사단장이 작전 철수 지침에도 작전 지속을 지시하고, 적극적 수색과 가슴장화 확보 등을 지시하며 수색 방식과 물자 활용에 관한 구체적인 작전 지휘에 개입했다며 군형법상 명령위반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상급 지휘관들이 수중수색 위험성을 충분히 인식하고도 적절한 통제와 안전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봤다. 재판부는 "18일 오전 포3대대가 수변 수색 지침에 위반해 수중수색을 감행한 사실을 언론보도 등을 통해 잘 알고있었는데도 묵인·방치했다"며 "별다른 안전지침을 전파하지 않았고 장병들의 생명·신체 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안전장비도 확보해 지급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특히 임 전 사단장이 대원 안전보다 가시적 수색 성과에 집착한 끝에 결국 사고를 불렀다고도 강하게 질타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부대원들의 안전을 최종 책임져야 하는 사단장으로서 물가 입수를 통제하는 명확한 지침을 발령·전파하지 않았다"며 "대원들의 안전보다 해병대의 성과가 가시적으로 나타날 수 있는 장비들의 투입 상황, 해병대원들의 빨간 티셔츠가 눈에 잘 띄도록 복장을 갖추는 것 등 해병대의 성과가 언론에 잘 노출되는지를 신경 썼다"고 지적했다.
이어 "'도로정찰은 수색정찰이 아니다. 내려가서 찔러보면서 정성껏 꼼꼼히 탐색하라'고 지시하며 입수에 대비한 가슴장화를 언급하는 등 도로정찰 방식의 수색을 배제한 채 수중 입수를 불사하는 수색만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사고 이후 대응을 놓고도 임 전 사단장의 책임 회피 태도를 강도 높게 꾸짖었다. 재판부는 "포3대대의 수중수색 사실을 인지했다는 점에 관한 정황 증거를 은폐하거나 부하들이 받은 조사 내용을 확인해 대응 논리를 수립하는 등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거나 은폐하기에 급급했다"고 했다. 이어 "피해자 부모 등에게 수중수색을 지시한 사람은 자신이 아니라 포7대대장이라고 주장하는 장문의 이메일까지 보냈다"며 "어떻게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낸 것인지, 오랜 재판 경력에서도 이런 사람은 볼 수 없었다"고 강하게 질타했다.
채상병 유족들은 선고 직후 법정에서 오열하며 강한 처벌을 요구했다. 재판부의 주문 낭독이 끝나자 채 상병 어머니는 "형량이 너무 적다. 끝까지 과실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며 오열했다. 재판을 마친 뒤 유족들은 기자들과 만나 "아들의 희생에 대한 책임이 이렇게 가볍다면 어느 부모가 안심하고 자식을 군에 보내겠느냐"며 "절대 용서할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