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 | 김해인 기자] 3대 특검(내란·김건희·채상병) 미제 의혹을 수사하는 권창영 특별검사팀(종합특검)이 이른바 '노상원 수첩'의 신빙성을 보강하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종합특검은 지난 6일 인천시 옹진군 연평면 소재 해병대 연평부대 시설물 현장 검증을 실시했다. 이곳은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 수첩에 '수집소'로 적시된 장소다.
노 전 사령관의 수첩에는 권순일 전 대법관과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 김명수 전 대법원장, 문재인 전 대통령 등 주요 정치·법조인들을 'A급 수거 대상'으로 적시됐다. 또 '수거 A급 처리 방안', '연평도 수집소 설치' 등 12·3 비상계엄 이후 구금 계획을 암시하는 내용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종합특검은 특히 문제의 시설물이 실제 구금·수용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었는지 집중적으로 살펴봤다. 종합특검 관계자는 현장 검증을 마친 뒤 "이 시설물들은 외부와 단절된 상태로 통제가 가능하며 다수의 인원을 장기간 감금할 수 있는 물적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종합특검은 비상계엄 선포 직전인 2024년 11월 국방정보본부 직할 군 정보기관인 777사령부 관계자들이 연평부대를 방문했다는 진술도 확보한 상태다. 이에 노 전 사령관이 관할했던 첩보부대가 계엄 직후 활용 가능한 시설을 사전 점검했을 가능성도 의심하고 있다.

노상원 수첩은 비상계엄 사전 기획 정황을 보여주는 '스모킹건'으로 지목됐다. 수첩에 적힌 내용 중에는 신빙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되는 대목도 있다.
앞서 조은석 특별검사팀(내란특검)은 노 전 사령관이 2023년 10월 군 인사를 앞두고 수첩에 적어놓은 방첩사령관, 육군참모총장, 지상작전사령관 등 인사 방안이 실현됐다고 공소장에 명시했다.
이재명 대통령 등 수첩에 나열된 '수거' 대상 인물 중 일부는 비상계엄 후 방첩사령부가 체포하려한 인사 명단에도 포함됐다. 수첩에 다뤄진 '여의도 봉쇄'는 계엄 당일 계엄 해제 요구안을 의결할 국회 봉쇄 시도로 나타났다.
다만 윤석열 전 대통령 등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1심 재판부는 수첩의 신빙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지귀연 부장판사)는 지난 2월 선고공판에서 "모양, 형상, 필기 형태, 내용 등이 조악한 데다가 보관한 장소 및 보관 방법 등에 비춰보더라도 중요한 사항이 담긴 수첩이라고 보기에 무리가 있다"고 판시했다. 작성 시점을 특정하기 어렵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노상원 수첩의 증거능력이 인정될 경우 비상계엄 준비시기는 1심 재판부가 인정한 계엄 선포 이틀 전이 아니라 애초 내란특검의 공소사실대로 2023년 10월 이전으로 당겨질 수도 있다. 우발적 계엄과 장기간 준비된 계엄의 죄질 차이는 크다.
결국 종합특검의 과제는 수첩이 단순한 메모 수준이 아니라 일종의 실행 계획이었으며 개인 구상이 아닌 공모가 있었다는 사실을 보여줄 객관적 자료와 관련자 진술 확보로 압축된다. 특히 혐의를 부인하거나 진술을 거부하고 있는 노 전 사령관의 '입'이 최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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