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처럼 훈련돼야"…'10조 전분당 담합' 대상·사조CPK·CJ 임직원 기소
  • 김해인 기자
  • 입력: 2026.04.23 13:18 / 수정: 2026.04.23 13:18
"설탕 담합 솜방망이 처벌…당연히 항소할 것"
나희석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공정거래조사부 부장검사가 2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에서 전분당 및 부산물 가격 담합 사건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나희석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공정거래조사부 부장검사가 2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에서 전분당 및 부산물 가격 담합 사건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더팩트 | 김해인 기자] 검찰이 전분 및 당류(전분당) 담합을 벌여온 식품업체 관계자 총 25명을 무더기로 재판에 넘겼다. 지난 2월 23일 강제수사에 착수한 이후 2개월 만이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나희석 부장검사)는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를 받는 김모 대상 사업본부장을 구속기소하고, 대상·사조CPK·CJ제일제당과 대표이사 등 임직원, 전분당협회장 등 총 24명을 불구속기소했다고 23일 밝혔다.

다만 삼양사는 관계자들이 수사에 협조한 점 등을 감안해 기소하지 않았다. 검찰은 기소된 공범들의 재판 경과를 확인한 뒤 추후 처분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검찰은 국내 전분당 및 부산물 시장을 과점하는 전분당 4사의 담합 사건을 수사한 결과, 전분당 4사가 2017년 7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국내 시장에서 각종 음식, 음료·주류, 과자, 가축 사료 등에 사용되는 전분당 및 그 부산물 가격을 담합한 사건의 실체를 규명했다는 설명이다.

수사 결과 전분당 4사는 최소 8년 간 10조1520억원 규모의 담합을 실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전분당 가격 일반에 대한 담합 규모는 약 7조2970억원, 대형 실수요처인 서울우유·한국야구르트·농심·오비맥주·하이트진로·포스코에 대한 입찰 담합 규모는 약 1조160억원, 부산물 가격 담합 규모는 약 1조8380억원으로 조사됐다.

그 결과 전분 가격은 최고 73.4%, 당류 가격은 최고 63.8%까지 각각 인상된 것으로 조사됐다. 나 부장검사는 "가격상승의 피해는 불특정다수의 소비자들에게 전가됐고, 식품업계의 영업이익률은 통상 4~5%에 불과하지만 전분당 회사들은 담합을 통해 실제 영업이익률의 10% 이상을 초과달성하는 등 막대한 경제상 이득을 취득해온 사실도 수사 과정에서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분당 담합 사건은 설탕·밀가루 담합 사건보다 더 파괴력이 있다. 요구르트, 사이다, 콜라, 물엿, 각종 음료와 우유에 들어가고, 설탕을 대체하는 알룰로스와 맥주, 과자, 종이에도 들어간다"며 "일상에서 접하는 많은 식료품이나 산업용 제품의 기초 소재로 사용되기 때문에 담합 규모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이라고 덧붙였다.

나희석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공정거래조사부 부장검사가 2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에서 전분당 및 부산물 가격 담합 사건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김해인 기자
나희석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공정거래조사부 부장검사가 2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에서 전분당 및 부산물 가격 담합 사건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김해인 기자

검찰은 각 회사의 대표이사까지 모두 담합에 가담한 사실을 확인, 전분당 4사 및 개인 가담자 중 책임이 무거운 22명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에 고발요청권을 행사했다. 장기간 동일 수법으로 노골적인 담합을 지속해왔으며, 과징금이나 벌금 처분으로는 이러한 고질적 유형의 담합에 실질적인 위화 효과가 전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수사 과정에서 증거인멸 정황도 드러났다. 검찰이 지난해 9월 17일 설탕 담합 혐의로 CJ제일제당·삼양사·대한제당을 압수수색할 당시 두 업체 관계자가 통화로 "우리처럼 훈련이 됐어야 했다", "훈련이 안 돼 있어서 거기(컴퓨터 등)에서 (자료가) 나와버렸다 한다"며 검찰 수사에 대비한 정황이 드러난 것이다.

또 담합 사건에서 개인 형사처벌을 강화하고 공정거래 수사인력을 대폭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 부장검사는 "공정위에서 과징금을 상향시키겠다고 발표를 했는데, 최소한 개인처벌 강화와 병행돼야 의미가 있다"며 "공정위 인력이 167명이 증원된 것으로 확인됐는데 검찰 수사 인력은 검찰권 개편 과정에서 공소청에 주든 중수청에 주든 직접수사 개시 부분에서 공정거래 형사사건에 있어 대폭 수사 인력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3조원대 규모의 설탕 가격 담합을 주도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CJ제일제당과 삼양사의 전현직 임직원들은 이날 1심 법원에서 징역형 집행유예와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이에 나 부장판사는 "1심 판단을 존중하지만 이 사건 담합 규모와 악성, 유사 사건 처리 전례를 볼 때 공감이 가지 않는 양형"이라며 "구속기소된 사람에 대해서도 집행유예를 내렸는데, 낮은 법정형과 법원의 솜방망이 처벌 등 모든 것들이 담합을 계속할 수 있는 지속 요인이라고 생각한다"며 항소 의사를 밝혔다.

hi@tf.co.kr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 이메일: jebo@tf.co.kr
· 뉴스 홈페이지: https://talk.tf.co.kr/bbs/report/write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