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이준영 기자] 장애인시설 교직원들이 장애인 아동을 성폭행해 사회적 주목을 받았던 2005년 '도가니 사건' 후에도 최근 색동원 시설장 성폭행 혐의 등 장애인시설에서 벌어지는 장애인 학대, 성폭행 사건이 지속되고 있다. 현행 예방 제도에 허점이 있지만 관련 제도 개선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장애인시설장이 인권지킴이단을 위촉해 인권감시 실효성이 떨어지는 문제를 4년 전 국가인권위원회가 개선 권고했지만 정부는 방치하고 있다. 장애인권익옹호기관도 예산과 인력, 권한 부족으로 사후 대응 수준에 머물러 있다.
3일 정치권에 따르면 장애인 거주시설 학대는 시설 직원 중심으로 발생하고, 장기간 지속되며 피해자 상당수가 발달장애인이라는 특징을 보인다. 현행 제도가 학대 예방과 조기 발견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분석이다.
보건복지부가 2025년 9월 발간한 '2024 장애인학대 현황보고서'를 보면 장애인 학대 판정 사례 1449건 중 집단이용시설에서 발생한 학대는 345건(23.8%)이었다. 이 가운데 장애인 거주시설에서 발생한 사례는 184건(53.3%)으로, 집단이용시설 학대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거주시설 학대 사례에서 학대행위자는 사회복지시설 종사자가 161건(87.5%)으로 대부분이었다. 전체 장애인 학대 사례에서 5년 이상 지속 사례는 223건(15.4%)이지만, 거주시설 학대 사례에서는 5년 이상 지속된 사례가 53건(28.8%)에 달했다. 거주시설 학대 피해 장애인은 발달장애인이 140건(76.1%)을 차지했다. 발달장애인은 피해 사실을 외부에 알리는 데 한계가 있다. 발달장애인 학대 의심 사례 1056건 중 피해자 본인 신고는 132건(12.5%) 뿐이다.
하지만 장애인시설 학대를 예방하는 제도적 장치는 미흡하다. 입소 장애인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장애인 거주시설에 의무적으로 두는 인권지킴이단은 시설장이 위촉해 독립성과 예방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국가인권위원회는 2022년 5월 지적장애인 거주시설 학대 등을 선제적으로 막기 위해 시설장이 아닌 관할 지자체장이 지역 장애인인권위원회나 장애인권익옹호기관 등 추천을 받아 인권지킴이단원을 직접 위촉할 수 있도록 '장애인복지법 시행규칙' 개정을 정부에 권고했지만 4년이 지난 지금까지 개선되지 않고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인권지킴이단 지자체장 위촉은 국회 법 개정 사안이 아니라 보건복지부가 자체적으로 할수 있는 시행규칙 개정 사안이다"며 "장애인시설 학대가 이어지고 있지만 복지부는 아직도 개정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인권지킴이단이 실효성을 갖추기 위해선 전문인력 확대와 예산 지원도 필요하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지난 3월 발표한 '장애인 거주시설 학대 예방·발견 제도 한계와 개선방안' 보고서를 통해 지자체가 지역별 전문가 인력풀을 구축·관리하고, 필요 시 관할 지역 밖 전문가를 발굴·위촉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전문인력 확보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외부 단원 교통비 등 실비 지원과 활동 수당 기준을 마련하고 관련 예산을 편성해 지역·시설별 운영 여건 편차를 줄여야 한다는 제안이다.
학대 사건 발생 후에야 대응에 나서는 장애인권익옹호기관의 예방 역할 강화 필요성도 제기됐다. 장애인권익옹호기관은 학대 예방 연구·실태조사, 학대 신고접수, 현장 조사, 응급 보호, 상담, 사후관리 기능 등을 하고 있지만 시설 내부에서 은폐되는 학대를 상시 감시하는 데 한계가 있다. 이는 장애인권익옹호기관 인력과 예산 부족 문제와도 연결된다. 2017년 설립된 장애인권익옹호기관에는 중앙에 6명, 19개 지역 기관에 5명씩 전국 101명뿐이다. 100명의 인력으로 전국에서 발생하는 학대 예방, 사후관리를 감당하기에 무리가 있다. 장애인권익옹호기관이 각 지역별로 담당하는 면적을 보면 대도시를 제외하면 업무반경이 100km가 넘는다. 지난해 기준 장애인권익옹호기관 1개소당 예산은 1억2883만원 수준이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장애인복지법 개정을 통해 개별 신고가 없더라도 장애인권익옹호기관이 직권조사, 불시점검, 평시 모니터링이 가능하도록 해야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장애인권익옹호기관 사전 예방 역할을 확대하는 내용의 법안은 발의된 것이 없다.
정부는 지자체장이 인권지킴이단을 위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인권지킴이단을 시설장이 아닌 지자체장이 위촉하고 관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지자체 예산이 투입돼야해 시간이 필요하다"며 "장애인권익옹호기관 사전 대응 역할을 강화하려면 예산과 인력 확대가 전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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