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항소심 방조·공소시효 변수…명태균 '계약서' 새 증언도
  • 설상미 기자
  • 입력: 2026.03.31 11:31 / 수정: 2026.03.31 11:31
주가조작 '방조 인정' 가능성…시효 해석도 쟁점
여론조사 계약서 관행 증언에 1심 판단 논리 충돌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과 명태균 공천개입, 통일교 청탁·뇌물 수수 의혹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 된 김건희 씨가 지난해 12월 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결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이새롬 기자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과 명태균 공천개입, 통일교 청탁·뇌물 수수 의혹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 된 김건희 씨가 지난해 12월 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결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이새롬 기자

[더팩트ㅣ설상미 기자] 김건희 여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사건에서 방조 혐의와 공소시효가 유죄 판단을 가를 변수로 떠올랐다. 무상 여론조사 수수 의혹 사건에서도 1심 무죄 판단의 전제를 흔드는 증언이 나왔다.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민중기 특별검사팀(김건희 특검)은 항소심에서 방조 혐의를 예비적 공소사실로 추가하는 내용의 공소장 변경을 신청했다. 특검은 "백 번 양보하더라도 피고인이 과대한 자금과 계좌를 제공하고 통정매매를 통해 시세조종을 용이하게 한 이상 최소한 방조 책임은 인정된다"고 주장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김 여사를 시세조종 세력과 공모한 공동정범으로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방조 혐의는 1심 공소사실에 포함되지 않았다. 다만 재판부는 주가조작을 세 시기로 나눈 뒤 방조라고 하더라도 공소시효가 완성됐다는 취지로 판단했다. 시세조종 거래를 알았을 가능성은 의심된다는 단서는 달았다.

법조계에서는 공동정범 인정은 어렵지만 방조 책임은 인정될 여지가 충분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 여사가 본인 명의 계좌와 비밀번호를 넘기고 주가조작에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면, 직접 가담하지 않았더라도 범행을 도운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계좌 제공과 접근 권한 부여만으로도 방조 책임을 인정한 판례가 적지 않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시세조종에 계좌가 동원된 이른바 '전주' 손모 씨는 1심에서는 무죄를 받았지만, 항소심에서 검찰이 방조 혐의를 추가해 유죄로 뒤집혔다. 손 씨는 지난해 4월 대법원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확정됐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김 여사보다 가담 정도가 더 높은 사례에서도 공동정범이 인정되지 않은 판례가 있다"며 "특검이 공동정범으로만 기소한 것은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계좌를 제공하고 사용을 허용한 경우 방조 책임은 인정될 여지가 있다"며 "방조가 인정되더라도 형량은 낮겠지만, 유무죄를 충분히 다툴 수 있는 사안"이라고 덧붙였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정치자금법 위반,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알선수재) 등의 혐의를 받는 윤석열 전 대통령 부인 김건희 씨가 지난해 8월 1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정치자금법 위반,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알선수재) 등의 혐의를 받는 윤석열 전 대통령 부인 김건희 씨가 지난해 8월 1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쟁점은 공소시효와 김 여사의 주가조작 개입 여부다. 특검은 1·2차 주가조작을 하나의 범죄로 보는 ‘포괄일죄’가 적용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경우 공소시효는 공범들의 최종 범행이 끝난 2012년 12월을 기준으로 10년이 적용된다. 원래라면 2022년에 시효가 만료되지만,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이 시효 만료 전 기소돼 유죄 판결이 확정되면서 공범에 대한 공소시효도 함께 정지됐다.

결국 특검은 주가 조작에서 김 여사의 구체적 인식과 관여를 입증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에 김 여사 측은 "특검은 김 여사가 시세조종 세력과 순차적인 의사 연락을 통해 암묵적인 의사 합치가 이뤄져 공범이 인정된다고 주장하지만, 권 전 회장을 제외한 공범 중 김 여사와 직접 연락한 증거나 정황은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마찬가지로 무죄가 선고된 명태균 씨 관련 무상 여론조사 수수 의혹도 항소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김 여사는 윤 전 대통령과 명 씨에게 2억7000만 원 상당의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고, 그 대가로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의 공천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혐의도 받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이진관 부장판사) 심리로 지난 24일 열린 윤 전 대통령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사건에는 선거 출마자를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의 경우 통상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는다는 진술이 나왔다. 증인으로 출석한 강혜경 씨는 "계약서를 작성하면 정치자금법 위반 소지가 있어 후보자들이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며 "여론조사 비용과 횟수는 통상 구두로 협의한다"고 밝혔다.

이는 계약서가 없다는 점을 근거로 김 여사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무죄로 판단한 1심 논리와 배치되는 진술이다. 앞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우인성 부장판사)는 계약서가 작성되지 않은 점을 이례적으로 보고 김 여사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특검은 정치자금 제공이 통상 비공식적으로 이뤄지는 만큼 계약서가 없다고 무죄 근거로 삼는 것은 부당하다고 맞섰다.

김 여사의 항소심 2차 공판은 내달 8일 오후 2시 서울고법 형사15-2부(신종오 성언주 원익선 고법판사) 심리로 열린다.

snow@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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