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설상미 기자] 쿠팡 개인정보 유출 피해자들이 제기한 집단 손해배상 청구 소송의 첫 변론기일이 열렸다. 쿠팡 측은 정부 기관의 조사 결과가 먼저 나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피해자 측은 쿠팡이 재판을 의도적으로 지연시키고 있다며 징벌적 손해배상 대상이라고 지적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2부(박정호 부장판사)는 이날 오후 개인정보 유출 사고 피해자 1998명이 주식회사 쿠팡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의 첫 변론기일을 열었다.
이날 피해자 측 대리를 맡은 법무법인 지향은 "3300만 건에 달하는 배송지 정보가 유출된 사상 초유의 개인정보 유출 사건"이라며 "이름과 주소, 연락처 등이 포함돼 스미싱이나 보이스피싱 등 범죄에 악용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원고 1인당 30만원을 배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원고 측은 또 쿠팡이 개인정보 유출 규모를 축소해 이용자들을 기만했을 뿐 아니라 재판을 의도적으로 지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원고 측은 "쿠팡은 초기 조사에서 약 3000건 유출에 그쳤다고 발표했다"며 "기업들은 통상 이런 사건에서 책임을 인정하고 피해 회복에 노력하지만 쿠팡은 사건 이후 지속적으로 은폐와 기만적인 태도를 보여왔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피고가 사건 발생 이후 약 100일 동안 보인 대응 역시 중대한 과실에 따른 행위로 볼 수 있다"며 "피해 회복을 위해 어떤 태도로 대응했는지도 징벌적 손해배상 판단 요소가 되는 만큼 현재까지의 대응 태도는 징벌적 배상 요건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또 "지난해 12월 4일 소장을 제출했고 지난 3월 10일에도 추가 서면을 냈지만 피고 측은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조사와 행정소송 결과가 나올 때까지 재판을 미뤄달라고 하고 있다"며 "피해자 입장에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주장"이라고 했다.
반면 쿠팡 측은 개인정보보호위원회와 합동수사본부 등에서 조사가 진행 중인 만큼 결과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쿠팡 대리를 맡은 법무법인 세종은 "개인정보 침해 여부와 책임 범위는 행정 처분과 이후 행정소송 결과에 따라 판단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해당 절차를 지켜보며 재판을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통상 다른 개인정보 유출 사건에서도 행정소송과 손해배상 소송이 병행 진행된다"고 했다.
이에 지향의 이은우 변호사는 재판 후 기자들과 만나 현행 개인정보보호법 규정에 따라 산정된 손해액의 5배까지 배상을 요구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으로 청구 취지를 변경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변호사는 "사태 발생 후 셀프 조사 결과 발표와 쿠폰 보상 등 고객들을 기망한 행위를 2차적 불법행위로 청구 원인에 이미 추가했다"고 말했다. 개인정보보호법 제39조의3은 개인정보처리자의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개인정보가 유출될 경우 손해액의 최대 5배까지 징벌적 손해배상을 명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재판부는 다음 변론기일을 내달 17일 오후 4시로 지정했다.
지난해 말 쿠팡에서는 약 3380만 건에 달하는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쿠팡은 당초 외부 해킹에 따른 사고라고 밝혔지만 이후 중국 국적의 전직 직원이 연루된 정황이 드러났다. 이 직원이 퇴사 후에도 시스템 접근 권한이 차단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제기됐으며 현재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조사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