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선은양 기자] 홍철호 전 대통령실 정무수석이 12·3 비상계엄 선포 다음날 열린 당·정·대 회동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이 사과해야 한다는 의견이 모였으나 윤 전 대통령의 반대로 대국민 담화가 진행되지 못했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이진관 부장판사)는 6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직무유기 등 혐의를 받는 한덕수 전 국무총리, 최상목 전 경제부총리, 정진석 전 대통령비서실장, 김주현 전 대통령실 민정수석, 이원모 전 공직기강비서관 등의 3차 공판을 열었다. 이날은 지난 기일에 이어 홍 전 수석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조은석 특별검사팀(내란특검)은 홍 전 수석에게 지난 2024년 12월4일 총리 공관에서 열린 당정대 회동에서 계엄의 정당성과 정국 대응 방안을 논의한 것이 아니냐는 취지로 물었다.
홍 전 수석은 "당시 회동은 특정 의제나 결론을 정해놓고 열린 전략회의가 아니었다"며 "누가 좌장이 돼 회의를 끌고 가지 않았고, 회의자료·회의록도 없었고 의결사항도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당시 참석자들의 발언이 기억나지 않는다면서도 계엄 이후 메시지 방향을 둘러싸고 윤 전 대통령과 당정대 회동 참석자들 사이에 괴리가 있었다고 밝혔다.
홍 전 수석은 "국회에서 오신 분들은 일관되게 대통령께서 사과하거나, 사과보다 더한 발표를 해야 한다는 뜻을 갖고 있었다"며 "대통령실에도 사과문 초안을 만들기 시작했다고 말씀드렸다"고 했다.
이에 재판부가 "그럼에도 대통령 담화가 이뤄지지 않은 이유는 무엇이냐"고 묻자 "대통령 입장에서는 계엄 정당성을 설명한다는 입장이 강했다"며 "국민들에게 계엄에 대해 말씀해야 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대통령께서 생각하는 선과 우리가 정무적으로 생각하는 선이 딱 부러지게 맞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날 홍 전 수석은 지난해 3월 대통령실 최 모 행정관이 작성한 '정국 참고자료'를 두고 행정관이 보도된 내용을 정리한 수준의 문건이었다고 증언했다.
이 문건에는 헌법재판관 인선을 두고 '마은혁 임명과 문형배, 이미선 임기 연장 통한 V(윤 전 대통령) 탄핵 인용'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이에 대응해 대통령 몫의 헌법재판관 2명을 지명해 국회에 인사청문요청안을 제출해야 한다는 구체적인 시나리오도 포함됐다.
홍 전 수석은 "(대통령실에서) 관련 논의를 하지 않았고, 당시 언론과 정치권에서 공개적으로 거론되던 시나리오를 정리한 수준"이라며 "고난도의 해법을 제시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최 행정관은 특검 조사 과정에서 '홍 전 수석이 정국 대응방안 아이디어를 물어봤다'고 진술했다.
이에 홍 전 수석은 "내 기억엔 없지만 그렇게 진술했다면, 당시 대통령실은 탄핵에 관해서 전전긍긍할 때니까 정국이 어떻게 갈지 정리를 해보라고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홍 전 수석은 한 전 총리나 정 전 실장이 정국 대응사항을 마련하라는 지시를 한 사실도 없다고 밝혔다.
또한 이날 법정에서는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의 압수된 수첩 내용도 공개됐다. 수첩에는 '계엄 정당성, 불가피성 이론 구성 필요', '당 컨센서스(의견 일치) 필요' 등 당정대 회동 당시의 내용이 적시돼 있었다.
재판부는 수첩을 두고 "수사권이나 증거능력 부분에서 중요한 위치에 있고, 입증 과정에서도 중요한 증거"라며 작성자인 박 전 장관을 증인 소환할 가능성을 열어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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