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설상미 기자] 내란우두머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윤석열 전 대통령의 1심 선고가 19일 나온다. 30년 전 전두환 전 대통령에 이어 헌정사상 두번째로 전직 대통령이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사법부 판단을 받게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지귀연 부장판사)는 이날 오후 3시 내란 우두머리 등 혐의로 기소된 윤 전 대통령의 선고 공판을 진행한다. 12·3 비상계엄 사태가 발생한 지 443일 만이다. 선고는 실시간으로 생중계될 예정이다.
윤 전 대통령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과 공모해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의 징후가 없음에도 위헌·위법한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국헌 문란을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킨 혐의를 받고 있다.
조은석 특별검사팀(내란특검)은 윤 전 대통령이 계엄군과 경찰을 동원해 국회를 봉쇄하고,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 의결을 방해하려 했다고 보고 있다. 우원식 국회의장,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등 주요 정치인 14명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직원 등을 체포·구금하려 한 혐의도 적용됐다.
1심 선고에서는 △국회 봉쇄 및 출입 통제가 실제로 이뤄졌는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장악 시도가 있었는지 △정치인 체포조 운영이 구체적·현실적 단계에 이르렀는지 등이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특검은 지난달 13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사형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특검은 "국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무장 군입 난입과 언론사 단전·단수 시도 등 우리 헌정사에서 전례를 찾기 어려운 '반국가세력'에 의한 중대한 헌법 질서 파괴 사건"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특검은 "피고인 윤석열은 계엄 선포 이후 국가와 사회의 엄청난 피해와 해악을 초래한 이 사건 내란 범행을 진지하게 반성하기는커녕 독재와 장기 집권을 위해 비상 계엄을 선포한 원인을 야당 탓으로 돌리고, 경고성 또는 호소용 계엄 등 납득하기 어려운 주장을 했다"라고 강조했다.

이번 1심 선고의 핵심은 윤 전 대통령에게 '국헌 문란 목적'이 있었는지다. 재판부 선택지는 무죄, 사형, 무기징역, 무기금고 등 네 가지다. 형법상 내란죄는 국헌을 문란하게 할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킨 경우 성립한다. 단순한 위법 행위를 넘어, 헌정 질서를 무력으로 배제하려는 목적이 인정돼야 한다.
이에 앞서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로 기소된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사건을 심리한 재판부는 12·3 비상계엄을 내란이라고 판단한 바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류경진 부장판사)는 12·3 비상계엄 관련"윤석열, 김용현 등은 국헌을 문란하게 할 목적으로 다수인이 결합해 유형력을 행사하고 해악을 고지함으로써 한 지방의 평온을 해할 정도의 위력이 있는 폭동, 즉 내란 행위를 일으켰다고 판단된다"라며 이 전 장관에게 7년을 선고했다.
한 전 총리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이진관 부장판사)도 "12·3 비상계엄 선포와 이에 근거해 위헌·위법한 포고령을 발령하고 군 병력 및 경찰 공무원을 동원해 국회, 중엉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 등을 점거하는 등의 행위는 형법 제87조에서 정하는 내란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윤 전 대통령은 그간 이른바 '계몽령' 논리를 펼쳐왔다. 국회 군·경 투입 역시 질서 유지를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을 뿐 폭동은 없었으며, 국회가 계엄 해제를 의결하자 즉시 군을 철수하고 계엄을 해제했으므로 '경고성 계엄'이었다는 입장이다.
윤 전 대통령은 결심공판에서 "비상계엄은 주권자들이 정치와 국정에 관심을 가지고 망국적 패악에 대해 감시와 견제를 해달라는 호소였다"라며 "많은 국민과 청년들에게 비상계엄은 나라의 심각한 상황을 깨우치게 해준 계몽령이 됐으며, 이는 국가 위기 상황에서 불가피한 대통령의 헌법상 결단이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공소장은 객관적 사실과 기본 법상식에 맞지 않는 망상과 소설"이라고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법원 판단을 놓고는 내란 우두머리 혐의 유죄에 무게를 두는 의견이 많다. 양형에 대해선 재판부의 부담과 사회적 파장을 이유로 사형은 신중론이 우세하다. 사형 선고가 사회적 갈등과 분열을 증폭시킬 수 있다는 점도 주요 고려 요소로 꼽힌다. 전두환 일당 등 12·12 쿠데타 등 과거 내란 사건과의 비교, 1997년 이후 사형을 집행한 적 없는 사실상 사형제 폐지국가라는 점도 신중론의 배경이다. 다만 12·12쿠데타와 달리 인명피해가 없었더라도 고도화된 민주주의 사회에서 이같은 내란 행위는 더 심각한 중대 범죄라는 주장이 나온다. 사형 선고와 집행은 별개이므로 선고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도 있다.
지 부장판사는 앞서 "재판부가 최대한 공정하고 신속한 재판을 위해 노력했지만 미비한 점도 많았을 것"이라며 "이 사건의 결론은 오직 헌법과 법률, 그리고 증거에 따라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30년 전인 1996년 8월26일 1심 법원은 내란 우두머리 혐의 등으로 기소된 전두환 씨에게 사형을 선고한 바 있다. 이후 전 씨는 무기징역으로 감형돼 대법원에서 확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