숏폼으로 떠도는 내란 재판 …판사 신변·명예 위협 우려도
  • 선은양 기자
  • 입력: 2026.02.18 00:00 / 수정: 2026.02.18 00:00
내란특검법 따라 의무 중계
영상 재가공·악성 댓글로 몸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부장판사 백대현)는 16일 오후 윤석열 전 대통령의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 등 사건 선고기일을 열고 윤 전 대통령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윤 전 대통령이 재판정을 빠져나가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부장판사 백대현)는 16일 오후 윤석열 전 대통령의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 등 사건 선고기일을 열고 윤 전 대통령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윤 전 대통령이 재판정을 빠져나가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더팩트ㅣ선은양 기자] 재판 의무 중계를 규정한 내란 특검법 등에 따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형사 재판이 잇따라 중계되면서 재판부의 얼굴과 발언 내용들이 그대로 공개되고 있다. 개인이 원치 않더라도 전면 노출이 불가피해져 판사들의 신변과 명예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은 내란 특검법 11조 4항에 따라 특검이 기소한 사건을 영상 녹화·중계하고 있다. 이 조항은 국가 안전보장이나 선량한 풍속을 해할 우려가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판을 중계하도록 규정한다. 김건희·채상병 특검법도 의무 사항은 아니지만 재판 중계 신청이 있을 때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받아들여야 한다고 명시한다.

내란특검법 시행 이후 지난해 9월26일 윤 전 대통령의 체포방해 혐의 사건 첫 공판을 시작으로 올해 1월까지 약 4개월 간 104건의 재판이 중계됐다.

국민의 알권리와 재판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취지지만, 영상이 재가공되는 과정에서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내란 재판의 경우 사회적 파장이 큰 만큼 전체 영상뿐만 아니라 재판부가 한 발언이나 표정 일부가 숏폼 형태로 편집돼 온라인에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맥락이 생략된 채 특정 장면만 부각되면서 왜곡 논란이 반복되고, 판사 개인을 겨냥한 비난이나 명예훼손성 게시물로 이어지는 사례도 적지 않다.

법조계에서는 이러한 현상이 단순한 여론 비판을 넘어 판사 개인의 신변과 명예를 동시에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해 서부지법 폭동과 같은 물리적 위협 외에도 악성 댓글과 같은 지속적인 온라인 공격도 재판을 담당하는 판사에게 상당한 심리적 부담을 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서울고법이 최근 윤 전 대통령 등의 내란 사건 항소심을 심리할 내란전담재판부 2개를 무작위 추첨으로 선정할 당시 판사들에게 재판 중계 여부는 부담 요인으로 거론됐다고 전해졌다.

한 현직 부장판사는 "목소리, 손짓 하나하나 영상에 녹화되기 때문에 판사 개인에게는 재판 중계가 더 크게 부담될 수밖에 없다"면서도 "추첨 방식이라 사건이 배당되면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혐의 첫 형사 재판이 열린 지난해 4월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차벽이 세워져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혐의 첫 형사 재판이 열린 지난해 4월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차벽이 세워져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처럼 재판 중계가 확대되면서 법원은 중계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물리적·사이버상 공격에 대비해 대응 체계를 가동하고 있다.

중대 사건 선고 전후에는 청사 경비를 강화하고, 필요할 경우 경찰 협조를 받아 판사에 대한 신변 보호 조치를 취한다.

판사 개인이 보호를 요청하면 법원 방호 인력이 출퇴근 동행이나 차량 지원을 하고, 자택 인근에 시위가 발생할 경우 경찰 지원을 받는 방식으로 대응한다. 다만 구체적인 절차는 안전을 위해 공개하지 않는다는 것이 법원 입장이다.

판사 개인을 향한 온라인상 공격이나 명예훼손에 대해서는 부당 소송 지원 제도를 운용 중이다. 판사나 법원 공무원이 직무 수행과 관련해 부당한 고소·고발을 당하거나, 명예훼손·협박 등 불법 행위의 피해자가 될 경우 법원이 법적 대응을 지원하는 제도다.

법원 관계자는 "사건은 개인이 아니라 기관에 배당되는 것이고, 판사는 그에 따라 직무를 수행하는 위치에 있을 뿐"이라며 "재판에 평가는 가능하지만 개인에 대한 과도한 관심이나 공격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재판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중계 취지는 유지하되, 법관의 안전과 직무 수행이 침해되지 않도록 필요한 대비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yes@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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