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설상미 기자] 김건희 여사에게 1억 원대 이우환 화백 그림을 건네며 공천을 청탁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김상민 전 부장검사가 1심 무죄를 선고받았다. 다만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는 유죄가 인정돼 징역형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이현복 부장판사)는 9일 오후 김 전 검사의 청탁금지법 위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는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하고 4139만여 원 추징을 명령했다. 구속 상태였던 김 전 검사는 즉각 석방됐다.
재판부에 따르면 김 전 검사의 계좌 거래 내역상 현금 인출 기록이 없고 그림 구매 대금을 마련할 자금 여력도 부족한 반면, 김 여사의 오빠 김진우 씨는 충분한 현금 여력을 보유했다. 반면 특검은 김 전 검사 가족의 자금 출처를 확인할 계좌 거래 내역 등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김진우 씨가 그림 구매 대금을 부담하고 그림을 받아 계속 보유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특검의 증명은) 피고인이 2023년 2월경 김건희 또는 김진우에게 그림을 교부했을 가능성을 추정하게 하는 정황이 될 뿐"이라고 지적했다.
직접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 공소사실 중 핵심인 '김 전 검사가 그림을 직접 구매해 김 여사에게 제공했다'는 사실을 증명하지 못했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다. 직무 관련성이나 그림의 진품 여부는 무관하다고 봤다.
다만 사업가 김모 씨에게 총선용 차량비용을 대납 받았다는 혐의는 유죄로 인정됐다. 김 전 검사는 22대 총선 출마를 앞두고 사업가 김 모씨에게 선거운동에 사용할 카니발 차량의 리스 선납금과 보험료 약 4100만원을 대납시킨 혐의를 받았다. 김 전 검사 측은 자금 여력이 없어 급하게 자금을 차용했지만 총선을 앞둔 2024년 1월 출판기념회가 끝난 뒤 3500만원을 상환했다고 주장해왔다.
재판부는 "김 전 검사는 14년간 검사로 재직한 법률 전문가로, 자기 행위의 법적 의미에 관해 누구보다 잘 인식하고 이해할 수 있는 입장이었음에도 제3자에게 적극적으로 기부선납을 요청했고, 수사 과정에서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지적했다.
다만 김 전 검사가 인식한 대납 금액 3500만 원은 반환했고 초범안 점 등을 고려해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한다고 설명했다.
김 전 검사는 2023년 2월 이듬해 총선을 앞두고 김 여사 측에 1억 4000만 원대 이우환 화백의 그림 '점으로부터 No. 800298'을 전달한 혐의를 받았다. 해당 그림은 특검이 지난 7월 김 여사의 친오빠 김진우 씨의 장모 집을 압수수색하면서 발견됐다. 김 전 부장검사는 22대 총선 공천 심사에서 탈락했지만, 2024년 8월 국가정보원 법률특보로 임명됐다. 특검은 김 여사 측이 그림 대가로 김 전 부장검사의 공천과 국정원 법률특보 임명에 관여한 것으로 판단해 징역 6년을 구형했다.
김 전 검사 측 변호인은 "청탁금지법 부분만 무죄로 판단된 것이 좀 아쉽기는 하지만 법리적인 판단이었고 항소심에서 다시 다퉈볼 생각"이라며 "특검 쪽에서 (김 여사 측과 연관된) 의혹들을 부풀려 왔던 것이 사실"이라며 "수사 기록을 보면 특검이 확증(편향)을 가지고 수사를 몰고 갔다"고 지적했다.
특검팀은 "관련 법리 및 증거에 비춰 수긍하기 어려워 바로 잡기 위해 항소할 예정"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