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퇴직금 무혐의' 뒤집은 상설특검…외압 의혹 수사 탄력
  • 송다영 기자
  • 입력: 2026.02.04 17:27 / 수정: 2026.02.04 17:27
특검팀 "혐의 입증 다수 증거 확보"
당시 차장검사·지청장 연달아 조사
문지석 광주지검 부장검사의 증언과 반대의견 밝히는 엄희준 전 부천지청장(현 광주고검 검사).
문지석 광주지검 부장검사의 증언과 반대의견 밝히는 엄희준 전 부천지청장(현 광주고검 검사).

[더팩트ㅣ송다영 기자] 쿠팡 의혹을 수사하는 안권섭 상설특검팀이 쿠팡풀필먼트서비스(CFS) 전·현직 대표를 기소하며 과거 퇴직금 미지급 사건을 무혐의 처리한 검찰의 결론을 뒤집었다. 이어 특검팀이 당시 수사팀의 외압 의혹도 규명할지 관심이 모인다.

특검팀은 지난 3일 엄성환 전 쿠팡 CFS 대표와 정종철 현 대표, 쿠팡 CFS 법인을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지난해 12월 6일 수사를 개시한 지 약 두 달 만에 이뤄진 첫 기소다.

엄 전 대표 등은 2023년 5월 26일 노동자들에게 불리하게 취업규칙을 변경해 사실상 상용직에 해당하는 일용직 노동자들에게 퇴직금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았다는 혐의를 받는다.

당시 쿠팡CFS는 퇴직금 지급 기준을 ‘일용직 근로자도 1년 이상 근무하는 경우 주당 근로 시간이 15시간 미만인 기간만 제외’에서 ‘1년 이상 근무하고 주당 근로 시간이 15시간 이상인 경우’로 바꿨다. 근무 기간 중 하루라도 주당 근로 시간이 15시간에 미치지 못하면, 그날부터 퇴직금 산정 기간을 다시 계산하도록 한 것이다. 이 때문에 일용직 근로자들에게 퇴직금을 주지 않으려는 '리셋 규정'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특검팀은 쿠팡CFS가 취업규칙 변경 이전인 2023년 4월 1일부터 이미 내부지침을 변경해 적용한 사실을 확인했고,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에 따른 법정 퇴직금 40건(약 1억2000만원)을 지급하지 않았다고 파악했다.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은 계속 근로 기간이 1년 이상이고 4주 평균 주간 근로 시간이 15시간 이상이면 퇴직금 지급 대상이 된다고 규정한다. 법원은 일용직이라도 사용자가 근로자를 지속적으로 필요로 하는지(상근성), 근로관계가 연속성이 있는지(계속성), 사용자가 근로자를 지휘하거나 감독하는지(종속성)를 따졌을 때 이 세 요소가 해당된다면 상용근로자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한다.

특검팀은 수사 당시 인천지검 부천지청이 이 사건을 '혐의없음' 처분한 것과 달리 피의자들의 혐의를 입증할 수 있는 다수의 증거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특검팀이 당시 검찰의 결론을 뒤집으면서 수사 외압 의혹 규명에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부천지청은 중부지방고용노동청이 기소 의견으로 송치한 쿠팡 퇴직금 미지급 사건을 지난해 4월 불기소 처분했다. 쿠팡CFS 근로자들이 전형적인 일용직에 해당하고, 일용직은 원칙적으로 퇴직금 지급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였다.

관봉권 띠지 폐기 의혹과 쿠팡 퇴직금 불기소 외압 의혹을 수사하는 안권섭 특별검사팀이 2025년 12월 6일 오전 서울 서초구에 마련된 사무실에서 현판식을 갖고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사진은 특검 관계자사 사무실로 향하는 모습. /남윤호 기자
'관봉권 띠지 폐기 의혹'과 '쿠팡 퇴직금 불기소 외압 의혹'을 수사하는 안권섭 특별검사팀이 2025년 12월 6일 오전 서울 서초구에 마련된 사무실에서 현판식을 갖고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사진은 특검 관계자사 사무실로 향하는 모습. /남윤호 기자

그러나 특검팀은 쿠팡CFS가 일용직 근무자들을 사실상 상용직으로 관리한 정황과 증거를 포착해 일용직 노동자들에게 퇴직급이 지급될 의무가 있다고 본 것이다.

쿠팡 퇴직금 미지급 사건을 지휘한 문지석 부장검사는 엄희준 당시 부천지청장과 김동희 당시 부천지청 차장검사가 사건을 불기소로 종결하도록 부당하게 압박을 가했다고 폭로했다. 특검팀은 지휘부였던 두 사람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높일 것으로 보인다.

엄 검사는 문 검사의 주장은 일방적이며 무고에 해당한다고 반박한다. 대검찰청의 지휘를 받아 다른 일선 검찰청에서 수사한 유사한 사건 16건도 모두 무혐의 처리된 만큼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특검팀은 이날 오전부터 당시 부천지청 차장검사였던 김 검사를 피의자 신분으로 재차 불러 조사하고 있다. 오는 9일에는 엄 검사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할 예정이다.

김 검사는 쿠팡 변호를 맡았던 권선영 변호사에게 압수수색 정보와 대검찰청의 보완 지시 사항 등 수사 정보를 알려줬다는 혐의도 받고 있다.

manyzero@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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