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이윤경 기자] 고객 계정 3370만개 무단 유출 사건으로 수사를 받고 있는 해롤드 로저스 한국 쿠팡 임시 대표가 30일 경찰에 출석했다.
서울경찰청 쿠팡 수사 종합 태스크포스(TF)는 이날 로저스 대표를 불러 조사했다. 경찰은 로저스 대표와 김범석 의장 등 쿠팡 경영진들을 증거인멸과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입건, 수사 중이다.
이날 오후 1시54분께 경찰에 출석한 로저스 대표는 조사에 앞서 "쿠팡은 지금까지 정부에서 하는 모든 조사에 최선을 다해 협조하고 있다"며 "오늘 경찰 조사에도 최선을 다해 임할 것"이라고 했다.
다만 '증거인멸 혐의를 인정하는지', '국가정보원(국정원) 지시를 받았다는 말이 위증이었는지', '두 차례 소환에 응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지' 등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경찰은 이날 로저스 대표를 상대로 개인정보 유출 사태 '셀프 조사' 과정에서 증거 인멸 등 수사 방해 의도가 있었는지 등을 집중 추궁할 방침이다.
쿠팡은 지난해 12월 자체적으로 개인정보 유출 피의자의 노트북을 분석, 조사한 결과 실제 저장된 정보가 3000건에 불과하다고 발표했다. 반면 경찰은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 규모를 계정 기준 3000만건 이상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쿠팡 물류센터에서 쓰러진 고 장덕준 씨 사망 사고와 관련해 산업재해 은폐 의혹도 조사할 계획이다. 로저스 대표는 증거인멸과 업무상과실치사,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 혐의로도 고발됐다.
지난달 국회 청문회에서 개인정보 유출 피의자를 국정원 지시로 만났다는 발언의 진위 여부도 조사 대상이다. 로저스 대표는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상 위증 혐의도 받고 있다. 국정원은 당시 '자료 요청 외에는 쿠팡에 어떠한 지시·명령·허가를 한 사실이 없다'고 반박했다.
로저스 대표는 국회 청문회 직후 출국한 뒤 경찰의 두 차례 출석 요구에 불응했다. 경찰은 지난 14일 3차 출석을 요구했고 로저스 대표는 이에 응하겠단 입장을 밝힌 뒤 지난 21일 입국했다. 로저스 대표는 세 차례 이상 출석 요구에 불응할 경우 경찰이 체포영장을 신청할 수 있단 점을 고려해 출석한 것으로 풀이된다.
경찰은 로저스 대표에 대한 출국정지도 신청했다. 그러나 검찰은 자진 입국 등을 이유로 반려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