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체포 방해' 경호처 간부들 재판 시작…"상명하복 구조상 고의 없어"
  • 설상미 기자
  • 입력: 2026.01.23 14:06 / 수정: 2026.01.23 14:06
박종준·김성훈·이광우·김신 재판 시작
"영장 적법성 착오…고의없고 책임조각"
김측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하겠다"
2025년 1월 13일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서 경호처 관계자가 소총을 지닌 채 경내를 이동하고 있다./이새롬 기자
2025년 1월 13일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서 경호처 관계자가 소총을 지닌 채 경내를 이동하고 있다./이새롬 기자

[더팩트ㅣ설상미 기자]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공수처 체포영장 집행을 방해한 혐의로 기소된 대통령경호처 간부들이 재판에서 엄격한 상명하복 구조상 지시를 거부할 수 없었다며 형사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6부(이현경 부장판사)는 23일 오전 10시 특수공무집행방해, 직권남용, 범인도피, 대통령 경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을 받고 있는 박종준 전 경호처장과 김성훈 전 경호처 차장, 이광우 전 경호본부장과 김신 전 가족경호부장 등 총 4명에 대한 공판준비기일을 열었다.

공판 준비 기일은 정식 재판에 앞서 검찰과 피고인 측의 의견을 듣고 입증 계획을 세우는 절차다. 피고인의 출석 의무는 없으나, 박 전 처장과 이 전 본부장은 출석했다.

이들은 2024년 12월 31일 법원이 내란 우두머리 등 혐의를 받고 있는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하자, 윤 전 대통령과 공모해 대통령 공관촌에 저지선을 구축한 뒤 이듬해 1월 3일 경호처 소속 직원들이 영장을 집행하러 온 공수처 공무원들에게 유형력을 행사하도록 해 영장 집행을 방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조은석 특별검사팀(내란특검)은 "대통령경호처 소속 공무원들에게 차량과 철조망을 설치하도록 하고, 이른바 '인간 스크럼' 훈련을 실시하게 했다"라며 "이외에도 기관단총을 소지한 채 위력 순찰을 하게 하거나 기관단총과 실탄을 배치하도록 하는 등 경호 범위를 벗어난 의무 없는 일을 하도록 했다"라며 공소사실을 밝혔다.

특히 김 전 차장은 김대경 전 경호처 지원본부장에게 경호처 직원들이 사용한 비화폰 단말기의 통화 기록 등 정보를 수사기관이 확인할 수 없도록 조치하라고 지시해 권한을 남용한 혐의도 받고 있다.

박 전 처장 측 변호인은 공수처 체포영장의 적법성 논란이 있던 상황에서 착오가 있었다고 항변했다.

변호인은 "본인의 승낙 없이 강제로 제1정문을 개방해 진입한 영장 집행 담당 공무원들을 저지하는 행위가 범죄에 해당한다고는 인식하지 못했다"며 "이는 공무집행의 적법성에 관한 착오에서 비롯된 것으로, 공무집행방해의 고의가 인정되기 어렵고 정당한 이유가 있어 처벌할 수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직권을 남용하려는 고의 역시 없었다고 주장했다. 박 전 처장 측은 2025년 1월 3일 공수처의 체포영장 집행 과정에서 물리력 행사가 불가피하다고 예상했고, 그로 인해 경호 대상자인 윤 전 대통령에게 위해가 가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해 대통령 경호 의무를 이행한 것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해당 조치가 대통령 등의 경호에 관한 법률에 따른 정당한 경호 행위에 해당하고, 설령 위법성이 문제 되더라도 당시 상황에서는 적법한 행위를 기대하기 어려웠던 만큼 책임이 조각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함께 기소된 경호처 간부들 역시 공모 혐의를 부인하거나 책임 조각 사유를 주장했다. 윤 전 대통령과 공모는 없었으며, 상관의 지시를 거역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는 주장이다.

김 전 차장 측은 대통령경호법 위반과 총기 소지 등 위협 순찰을 직원들에게 지시했다는 혐의를 부인했다. 비화폰 삭제 지시 혐의에 대해서도 "지시한 적 없다"며 부인했다.

다만 1차 체포·수색영장에 관한 집행 방해 혐의, 2차 체포·수색영장 집행 당시 차벽·철조망 설치는 인정했다.

또 김 전 차장 측은 "대통령경호법 관련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위헌법률심판제청은 소송 사건에서 적용될 법률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가 재판의 전제가 될 경우, 법원이 직권 혹은 당사자의 신청을 받아 헌법재판소에 심판을 청구하는 제도다.

이 전 본부장 측은 "처장과 차장의 명을 받드는 상황에서 상관의 지시를 거역할 수 없고, 또 위법성의 인식 가능성이 없기 때문에 책임이 조각되는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내달 13일 오전 10시 공판준비기일을 열고 서증조사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snow@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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