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 | 김해인 기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전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당시 국민권익위원장)을 위법하게 감사한 의혹을 받아온 최재해 전 감사원장 등을 기소해달라고 검찰에 요구했다. 공수처는 이들에게 주심위원의 열람 결재를 '패싱'한 직권남용 혐의를 적용했지만, 이른바 '표적 감사' 의혹은 무혐의 처분했다.
공수처는 6일 브리핑을 열고 최 전 원장과 유병호 감사원 감사위원(당시 감사원 사무총장)에 대해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공용전자기록 등 손상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공소제기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감사원 소속 김영신 전 공직감찰본부장, A 전 기획조정실장, B 전 특별조사국장, C 전 특별조사국 5과장에게도 같은 혐의를 적용해 기소 요구했다. 임윤주 전 국민권익위 기획조정실장에 대해서는 국회증언감정법 위반 혐의로 공소제기를 요청했다.
감사원은 지난 2022년 전현희 당시 권익위원장의 사퇴를 압박하기 위해 정기 감사 대상이 아닌 권익위에서 특별 감사 명목으로 각종 자료를 제출받았다는 의혹을 받았다. 전 의원은 2022년 12월 감사원이 허위 제보를 토대로 자신의 사퇴를 압박하기 위해 표적 감사를 시작했다며 최 전 원장과 유 위원 등을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공수처에 고발했다.
공수처는 그간 피의자 및 참고인 조사를 90여회 실시하고, 감사원 본원·특조5과 및 권익위 등 20여곳을 압수수색했다. 이날 검찰에 공소제기를 요구하며 접수한 기록의 분량은 60권, 4만페이지에 달한다.

수사 결과 최 전 원장과 유 위원 등이 감사원 전산시스템을 조작해 주심위원의 열람 결재 버튼을 없앴고, 이후 1시간 만에 주심위원의 결재 없이 사무처 독단으로 감사보고서를 시행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 과정에서 용역업체 직원을 불러 데이터베이스 자체를 삭제해 감사보고서를 클릭할 수조차 없게 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공수처는 감사보고서 본문 구체적 문안을 감사위원 전원이 확정하기로 의결했는데도, 최 전 원장과 유 위원이 사무처 독단으로 문안을 확정·시행하도록 지시한 사실을 추가 확인했다.
당시 주심위원은 조은석 내란특별검사였다. 공수처는 2023년 하반기 조 특검을 상대로 면담조사를 진행했다. 공수처 관계자는 "여러 차례 진술서와 (본인) 의견 개진을 통해 처분에 큰 지장은 없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공수처는 당시 주심위원이 감사보고서 시행을 지연시키지는 않은 것으로 판단했다. 통상 감사보고서 시행까지 18~19일 정도 소요되는데, 이 사건에서는 2023년 6월 1일 변경 의결 이후 8일 만에 시행됐다는 설명이다.
이에 앞서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3월 국회의 최 전 원장에 대한 탄핵심판 청구를 기각하며 '전산 조작이 주심위원의 시행 지연을 막기 위한 부득이한 조치였다'는 취지의 피의자들의 주장을 받아들여 직권남용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다.
다만 공수처는 전 전 위원장에 대한 '표적 감사' 의혹은 무혐의 처분했다.
공수처 수사1부 담당 검사는 "절차 부분에 있어서 직권남용에 이를 만한 위법성은 발견되지 않았다"며 "수사 단계에서 (해당 감사의 절차가) 직권남용 혐의가 인정될 수 있는 정도 수준에 이르렀는지 법리에 따라 증거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임 전 실장은 2022년 8월 권익위 감사에서 감사원 특조5과장을 직접 만나 관련 내용을 제보했는데도 같은해 10월과 2023년 10월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해 "감사원에 제보한 사실이 없다"고 허위 진술한 혐의를 받는다.
hi@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