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정인지 기자] 180일간 김건희 여사 연루 의혹을 수사한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양평 고속도로 종점 변경 특혜 의혹'의 핵심 인물로 지목된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을 조사하지 못한 채 수사를 마무리했다.
특검팀은 29일 사무실이 위치한 서울 종로구 KT광화문빌딩 웨스트에서 최종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이같이 밝혔다.
특검팀은 약 1조7000억원 규모의 대형 국책사업인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에서 노선 종점이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지시에 따라 합리적 이유 없이 변경됐다는 점을 규명했다고 평가했다. 다만 '윗선'에 대한 수사는 과제로 남겨 경찰에 이첩했다.
당초 특검팀이 피의자로 입건했던 원 전 장관에 대한 조사는 수사 기간 내 이뤄지지 못했다. 인수위에 파견돼 종점 변경을 지시한 것으로 의심되는 김모 국토부 과장도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사건을 이첩했다.
특검팀은 "기소한 김모 국토부 서기관이 모든 걸 결정했다고 보지는 않는다. 위에 누구라고 짐작할 수 있는 여러 사람들이 있다고 본다"면서도 "특정된 사람이 있지만 언론 보도 후 자료가 사라졌고 수사 기간이 부족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특검팀은 지난 26일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김모 국토부 서기관을, 공용전자기록 등 손상 혐의로 국토부 관계자 2명을 각각 기소했다. 김 서기관은 지난 2022년 3월 제20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관계자에게서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종점부를 변경하라'는 지시를 받고 김 여사 일가 땅이 인접한 양평군 강상면 노선이 기존 양평군 양서면 원안보다 낫다는 결론에 이르게 한 혐의를 받는다.
김 서기관은 지난 2022년 12월 타당성 평가 용역의 일부가 이행되지 않았는데도 '용역이 100% 이행됐다'는 허위 조서를 작성해 국토부 지출 담당자에게 제출한 혐의도 있다. 그 결과 용역업체는 잔금 약 3억3459만원을 지급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특검팀은 국토부 관계자들과 한국도로공사 직원들이 2023년 6월 용역업체가 제출한 과업수행계획서 일부를 삭제해 전자기록을 손상했다고 판단했다. 용역업체 관계자 2명이 특검팀 압수수색 과정에서 외장하드를 은닉한 정황도 확인됐다.
종점 변경 의혹은 2023년 5월 서울~양평 고속도로 종점이 기존 양평군 양서면에서 김 여사 일가가 보유한 토지 28필지(2만2663㎡)가 있는 강상면으로 변경됐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특검팀은 김 여사 모친 최은순 씨와 오빠 김진우 씨가 대표로 있는 가족기업 이에스아이엔디가 공흥지구(2만2411㎡·350가구) 개발 과정에서 개발부담금 면제와 인허가 등 특혜를 받았다고 의심하고 있다.
특검팀은 당시 국토부가 종점 변경을 통해 김 여사 일가의 토지 가치 상승에 유리한 결정을 했다고 보고 있다. 특검팀은 지난 7월 14일 종점 변경을 검토한 용역업체와 국토부 등을 압수수색했으며, 당시 영장에는 원 전 장관이 피의자로 적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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