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김영봉 기자]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통일교)의 정치인 금품 로비 의혹을 수사 중인 경찰이 구속 수감된 한학자 통일교 총재를 추가로 조사했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 조사는 진행하지 못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전담팀은 24일 오전 9시30분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찾아 한 총재 접견 조사를 실시했다. 조사는 낮 12시30분까지 진행됐다. 한 총재와 윤 전 본부장은 뇌물공여와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로 입건됐다. 경찰은 이날 윤 전 본부장도 접견 조사를 시도했지만 당사자 측 사정으로 진행되지 않았다.
한 총재와 윤 전 본부장은 지난 2018~2020년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과 임종성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규환 전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의원 등에게 수천만원 상당의 현금과 명품 시계 등을 제공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통일교 회계 담당자들 조사 내용을 토대로 한 총재에게 금품의 실체와 금품 제공 지시 여부 등을 따져 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지난 11일에는 윤 전 본부장을, 17일에는 한 총재를 각각 접견해 의혹 전반을 캐물었지만 유의미한 진술은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이른바 'TM(True Mother·참어머니)' 특별보고 문건과 관련해 한 총재가 실제 보고를 받았는지도 조사했을 것으로 보인다. TM 특별보고는 윤 전 본부장이 통일교 주요 현안을 정리한 수천쪽 분량의 문건으로 금품 수수 당사자로 지목된 정치인 이름이 여러 차례 언급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한 총재의 예정된 조사는 마쳤다"며 "구체적인 조사 내용은 확인이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진행되지 못한 윤 전 본부장 조사는 실시할 것"이라면서 "추후 조사 일정은 확인해드릴 수 없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그간 전 회계부장 등 통일교 관계자들을 조사했으며, 한 총재의 '금고지기'로 알려진 통일교 관계자와 한 총재의 측근인 정원주 비서실장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했다.
전날에는 통일교 자금 관리 핵심 인물인 전 총무처장 조모 씨를 불러 조사했다. 조 씨는 윤 전 본부장과 함께 일하며 회계 실무를 담당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윤 전 본부장의 부인이자 전 재정국장인 이모 씨가 조 씨의 상급자였다.
경찰은 이날 통일교 내 천주평화연합(UPF) 송모 전 회장을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로 입건하고 피의자 조사를 실시했다. 경찰은 송 전 회장을 통일교의 정치권 로비 의혹 핵심 인물로 보고 있다.
송 전 회장은 지난 2015년부터 2018년까지 UPF 한국회장을 역임했다. UPF는 통일교의 대표적 정치인 후원 창구로 지목된다. 이후 2018년 9월부터는 한학자 총재의 며느리인 문연아 선학학원 이사장이 UPF 한국회장을 맡고 있다.
윤 전 본부장은 지난 8월 민중기 특별검사팀(김건희 특검)에서 2018~2020년 정치인들에게 금품을 전달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이에 경찰은 송 전 회장이 윤 전 본부장과 함께 정치인 로비를 주도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지난 10일 김건희 여사 연루 의혹을 수사 중인 민중기 특별검사팀(김건희 특검)에서 사건을 넘겨받아 수사에 착수했다. 이날까지 한 총재를 포함해 윤 전 본부장, 전 전 장관 등 총 11명을 조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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