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정인지 기자] 김건희 여사 연루 의혹을 수사하는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수사 기간 종료를 단 5일 남겨두고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를 재판에 넘기기 위한 막바지 작업에 착수했다. 특검팀은 성탄절이 낀 이번주 내 두 사람을 동반 기소할 계획이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과 김 여사 대면 조사를 마친 특검팀은 오는 28일 수사 기간 종료 전 두 사람을 함께 재판에 넘길 예정이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명태균 씨에게 여론조사 결과를 무상으로 받았다는 의혹과 인사·이권 청탁으로 금품을 수수한 의혹 등의 공범이라고 보고, 법률적 쟁점과 증거 정리를 마무리하는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특검팀 관계자는 "일요일인 오는 28일이 수사 기간 만료일이라 이번주 안에 처리 방향을 정할 수밖에 없다"며 "가급적 평일 내 마무리할 계획이나 상황에 따라 주말까지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윤 전 대통령 부부는 지난 2022년 대선 전 명 씨에게 약 2억7000만원에 달하는 여론조사 결과를 제공받은 혐의를 받는다. 김 여사는 이미 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상태다.
두 사람은 김상민 전 부장검사가 김 여사의 오빠 김진우 씨를 통해 김 여사에게 1억4000만원 상당 이우환 화백의 '점으로부터 No. 800298' 작품을 받은 혐의 공범으로도 지목됐다. 특검팀은 기존에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기소한 김 전 부장검사의 혐의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로 변경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윤 전 대통령은 국민의힘 대선후보 시절인 지난 2021년 말 선거 토론회에서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을 부인해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도 받고 있다.
김 여사가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 이배용 전 국가교육위원장, 서성빈 드론돔 대표,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 배우자 이모 씨 등으로부터 청탁과 함께 각각 반클리프 아펠 목걸이·금거북이·바쉐론 콘스탄틴 시계·로저비비에 가방 등 금품을 수수했다는 의혹에 윤 전 대통령이 관여했는지도 수사 대상이다.
특검팀은 김 여사에게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와 특가법상 뇌물 혐의 중 무엇을 적용할 지 고심하고 있다. 청탁금지법은 직무 관련성만 입증하면 성립하지만, 뇌물죄는 대가성 여부까지 입증해야 한다. 윤 전 대통령이 금품 수수 사실을 사전에 인지하고 공모했는지가 관건이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 부부를 우선 기소한 뒤, 공여자로 지목된 인물들을 일괄 기소할 계획이다.
특검팀은 지난 20일 윤 전 대통령을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 혐의 피의자로 불러 약 8시간30분 동안 조사했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 조사를 위해 160쪽 분량 질문지를 준비해 모두 소화했다. 이는 지난 7월 특검팀 출범 후 윤 전 대통령을 상대로 한 첫 조사이자 사실상 마지막 대면 조사로 남았다.
윤 전 대통령은 당시 조사에서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윤 전 대통령 측 관계자는 조사 뒤 취재진과 만나 '모든 혐의를 부인했느냐'는 질문에 "다 있는 그대로 얘기했다"면서도 "말하자면 부인인데, 왜 죄가 안되는지 상세히 설명했다"고 했다.
이에 앞서 특검팀은 지난 7월 윤 전 대통령의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구인을 시도했으나 불발됐다. 이후 윤 전 대통령은 특검팀 출석 요구에 한번도 응하지 않았다.
김 여사는 지난 4일과 11일 두 차례 특검팀 조사에서 진술을 거부했다. 특검팀은 지난 11일까지 김 여사를 모두 9차례 불러 조사했다.

수사 종료를 앞둔 특검팀은 검찰의 '김 여사 수사 무마 의혹' 수사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이는 검찰이 지난해 10월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및 디올백 수수 의혹 사건을 불기소 처분하는 과정에서 '봐주기 수사'를 했다는 내용을 뼈대로 한다.
이원석 전 검찰총장은 지난해 5월2일 김 여사의 디올백 수수 의혹 수사를 위해 중앙지검에 전담수사팀 구성을 지시했다. 12일 뒤 법무부는 인사 시점이 아닌데도 갑작스럽게 중앙지검 김 여사 수사 지휘라인과 이 전 총장 참모진을 모두 교체했다.
특검팀은 지난 2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에 위치한 내란특검 사무실을 압수수색해 김 여사와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의 텔레그램 대화 내용을 확보했다. 내란특검팀 수사 결과 박 전 장관의 휴대전화에는 김 여사가 지난해 5월 "내 수사는 어떻게 되고 있나" "(이재명 대통령의 부인) 김혜경, (문재인 전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의 수사는 왜 진행이 잘 안되냐"란 취지로 보낸 메시지 내용이 담긴 것으로 조사됐다.
이어 특검팀은 지난 18일 박 전 장관과 심우정 전 검찰총장, 김주현 전 대통령실 민정수석, 박승환 전 중앙지검 1차장, 조상원 전 중앙지검 4차장, 디올백 수수 의혹의 수사라인에 있던 검사 등 총 8명의 현 사무실과 차량, 휴대전화, 업무용 PC 등을 압수수색했다.
◆29일 최종 수사 결과 발표…여당은 '2차 종합 특검법' 발의
특검팀은 오는 24일 오후 2시 이 전 총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26일 오전 10시 이창수 전 서울중앙지검장을 차례로 불러 조사할 계획이다. 당시 수사 실무를 담당했던 검사 A 씨도 이 전 지검장과 같은시간 참고인 신분 출석을 통보받았다. 또 다른 실무 검사 B 씨도 참고인 신분으로 오는 23일 오전 10시 출석을 통보받았지만 특검팀에 불출석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특검팀이 기한 내 수사를 마무리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특검팀이 종결하지 못한 사건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전담팀으로 이첩된다.
특검팀은 수사 종료일 다음날인 오는 29일 오전 10시 최종 수사 결과를 발표한다. 김건희특검을 끝으로 내란특검과 채상병특검 등 '3대 특검' 수사가 이번주로 모두 종료된다.
다만 특검 수사는 이어질 전망이다. 관봉권 폐기와 쿠팡 수사 외압 의혹을 수사하는 상설특검은 지난 6일 현판식을 열고 수사에 착수했다. 여야는 '통일교 특검'을 추진 중이며, 더불어민주당은 3대 특검 수사를 보완할 '2차 종합 특검법을 발의했다.
inji@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