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이준영 기자] 응급실을 찾지 못해 국민들이 길거리에서 사망하는 문제를 막기 위한 응급환자 이송체계 개선 방식을 두고 이견이 이어지고 있다. 이번 주 출범하는 국민참여 의료혁신위원회에서 논의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9일 의료계에 따르면 김민석 국무총리가 지난 3일 주재한 '응급환자 이송체계 개선 토론회'에서 여러 단체간 의견이 달라 결론을 짓지 않았다. 이날 토론회에는 보건복지부, 소방청, 응급의료계, 한국 YWCA 등이 참석했다. 기존에 복지부가 제안한 응급 상황 시 병원을 지정해 1차 수용을 의무화하되 의료사고가 발생해도 형사 책임을 면제하는 응급의료법 개정 방향 등에 의견 조율이 되지 않아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복지부가 추진하는 개정 방향은 인근 모든 병원이 중증응급환자 수용을 거부해 이송이 늦어지는 경우 광역상황실에서 1차 수용병원을 지정하되 의료사고로 목숨을 잃거나 다치더라도 의사가 적극적으로 응급의료를 제공했으면 형사책임을 면제하는 내용이다. 의무수용과 관계 없는 응급의료도 의료사고 발생 시 의사에 대한 형사책임을 기존 임의적 감면에서 필요적 감면으로 바꿔 처벌을 낮추거나 면책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하지만 토론회에서는 이 같은 대책 방안 실효성과 의료진 형사책임에 대한 의견이 분분했다.
사회적으로도 논란이 깊다. 의료계는 의무수용에 반발하면서 응급의료 시 형사책임은 면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1차 수용병원 지정은 중증응급환자에 대한 최소한의 조치라며 의무수용 이유로 의사 형사책임 면제를 반대하고 있다. 국민의 생명권을 최우선으로 보호해야 하는 국가 책무를 저버리는 것이며, 국민의 기본권인 재판받을 권리를 제한한다는 의견이다.
의료계는 필수의료 기피 현상의 주요 원인으로 '과도한 사법리스크’를 꼽고 있다. 이에 보건복지부가 지난 8월 공개한 '의료사고 사법리스크 현황 분석 및 함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3년까지 1심 형사재판을 받은 의사·치과의사·한의사는 192명으로 연평균 700건이 넘는 기소가 발생한다는 대한의사협회 연구결과와 차이가 컸다. 이 192명 중 응급의료과 의사는 9명이었다. 비급여 진료 비중이 큰 정형·성형외과 의사가 59명(35%)이었다. 이에 경실련은 필수의료 기피가 형사책임 부담 때문이라는 주장도 납득하기 어렵다는 의견이다.

일부 환자단체들은 응급처치를 위해 의무수용이 필요하며 의무수용 경우에 한해 의료진 중과실이 아닌 경우 형사책임을 면제할 수 있지만 일상적인 응급의료까지 필요적 감면은 부적절하다는 입장이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응급의료과 의사가 응급의료 사고로 기소되는 경우가 연평균 1.8명에 불과하고, 실제 기소돼 재판을 받더라도 금고형이나 징역형 등 실형이 선고되는 사례는 거의 없다"며 "단순과실로 응급환자가 사망하거나 상해를 입은 경우까지 응급의료 종사자에 임의적 감면을 넘어 필요적 감면을 허용하는 것은 합리적 이유가 없는 과도한 형사처벌 특례"라며 반대했다.
수용 거부 사유도 쟁점이다. 이주영 개혁신당 의원 관련 개정안은 수용 예정에 따른 응급실 병상 부족도 거부 사유에 포함하도록 했다. 이에 안 대표는 "임시 병상 등을 활용해 위기를 넘기는 것이 중요한데 수용 예정 이유를 거부 사유로 삼는 것은 마땅하지 않다"고 했다.
응급환자 이송체계 개선 방안은 오는 11일 출범하는 국민참여 의료혁신위원회에서 논의할 가능성이 있다. 복지부는 국민이 현재 어려움을 느끼는 소아, 분만, 취약지 등 의료공백 해소, 응급실 미수용 최소화, 수도권 원정 진료 개선 등 해법 모색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시민 패널 신설 등을 통해 다양한 국민들 의견이 반영되도록 운영할 방침이다. 이재명 정부는 국민 중심 의료개혁 추진을 국정과제로 삼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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