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건수사 진실 왜곡" "위법 증거"…검찰 제동 거는 법원
  • 김해인 기자
  • 입력: 2025.12.07 00:00 / 수정: 2025.12.07 00:00
카카오·노웅래 1심서 질타…검찰은 모두 항소
최근 법원이 검찰의 별건수사와 위법수집증거 등을 지적하며 무죄를 선고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반면 검찰은 통일적 기준이 필요하다며 항소해 증거 능력에 대한 논쟁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서울중앙지법과 서울중앙지검. /더팩트 DB
최근 법원이 검찰의 별건수사와 위법수집증거 등을 지적하며 무죄를 선고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반면 검찰은 "통일적 기준이 필요하다"며 항소해 증거 능력에 대한 논쟁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서울중앙지법과 서울중앙지검. /더팩트 DB

[더팩트 | 김해인 기자] 최근 법원이 검찰의 별건수사와 위법수집증거 등을 지적하며 무죄를 선고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검찰 수사 방식 전반에 사법부의 통제가 강화되고 있는 모습이다. 반면 검찰은 대부분 판결에 불복하면서 상소해 논쟁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5부(양환승 부장판사)는 지난 10월 SM엔터테인먼트 시세조종 혐의로 기소된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에게 무죄를 선고하며 검찰의 수사 방식을 비판했다.

양 부장판사는 "본건과 관련 없는 별건을 강도 높게 수사해 압박하는 방식으로 진술을 얻어내는 수사 방식은 진실을 왜곡하는 부당한 결과를 이끌어낼 수 있다"며 "수사 주체가 어디든 이제 그런 방식은 지양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검찰이 그동안 별건수사를 남발했다며 제도적 방지대책을 약속했다. 정 장관은 선고 이튿날 페이스북에 "판결의 당부를 떠나 법원의 검찰 수사에 대한 직접적 비판은 매우 이례적"이라며 "별건 수사를 일종의 수사공식처럼 남발해오던 검찰뿐만 아니라 앞으로 수사를 담당할 모든 기관이 엄중히 새겨들어야 할 지적"이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 사건에서도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의 휴대전화 녹취록을 문제삼은 재판부의 무죄 판결이 잇따랐다.

서울고법 형사7부(이재권 부장판사)는 정치자금법 및 정당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성만 전 민주당 의원에게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한 원심 판단을 지난 9월 무죄로 뒤집었다. 해당 녹취록을 핵심 증거로 인정한 1심과 달리, 이 전 부총장의 알선수재 혐의 수사 당시 제출된 휴대전화에서 발견된 증거를 별건인 이 전 의원 사건에서 사용할 수 없다는 취지다.

10월 21일 오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선고공판에서 SM엔터테인먼트 시세를 조종한 혐의로 기소된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이 무죄를 선고 받은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남용희 기자
10월 21일 오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선고공판에서 SM엔터테인먼트 시세를 조종한 혐의로 기소된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이 무죄를 선고 받은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남용희 기자

이 부장판사는 "임의제출된 정보저장 매체를 탐색하던 중 범죄 혐의와 관련 없는 전자정보를 발견한 경우 중단해야 한다는 법리는 이 사건 수사 당시 확립돼 있었다"며 "검사는 알선수재 혐의와 무관한 별도의 범죄 혐의에는 압수수색 영장을 새로 발부받아야하는데도 이정근의 휴대전화를 보관하고 있다가 새로운 사건 재판의 증거로 제출했다"고 꼬집었다.

송영길 소나무당 대표(당시 민주당 대표)도 지난 1월 뇌물 등 혐의 1심 재판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았지만 '돈봉투 의혹'은 무죄 판결을 받았다. 사건을 심리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허경무 부장판사)는 이 전 부총장 녹취록이 위법하게 수집됐다며 증거능력을 배제했다.

또 최근 노웅래 전 민주당 의원의 불법자금 수수 혐의 사건에서도 법원이 검찰의 위법 수집 증거를 강도 높게 질타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4단독(박강균 부장판사)은 지난 11월 뇌물수수 등 혐의로 기소된 노 전 의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이 별건의 전자정보에 영장을 발부받지 않았고, 임의제출 받은 휴대전화가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이며, 범죄 혐의사실과 관련성이 부족하다는 이유 등을 들었다.

다만 서울중앙지검은 지난 3일 "최근 디지털 증거의 확보 절차 적법성과 관련해 재판부에 따라 판단이 엇갈리고 있다. 통일적 기준이 필요하다"며 항소했다.

카카오의 SM 시세조종 사건을 수사한 서울남부지검도 지난달 항소장을 내며 "수사 중 우연히 핵심 증인의 다른 범죄 관련 통화녹음을 발견했고 이에 따라 법원으로 압수영장을 발부받아 수사한 것으로 그 합리적 근거가 있다"며 검찰이 압박 수사를 했다는 재판부 지적에 반박했다.

다만 검찰의 별건 수사와 무리한 강제수사는 오랫동안 도마에 올랐다. 대검찰청도 지난 2021년 별건 범죄를 수사할 때는 검찰총장의 허가를 받도록 하는 예규를 제정하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검찰 서버에 수집된 디지털 증거 접근권을 제한하고 무기한 증거 보관의 예외를 없애는 예규도 신설했다.

이같은 수사 관행이 검찰 수사·기소권 분리 논란을 부른 측면도 있다. 내년 10월 중대범죄수사청, 공소청 출범을 앞두고 이뤄질 보완수사권 존치 논의 과정에서도 쟁점화될 수 있는 만큼 검찰 자체적인 개선 의지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h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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