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정인지 기자] 김건희 여사 연루 의혹을 수사하는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최근 김 여사 사저에서 디올과 로저비비에 등 명품 제품을 압수했으나, 오는 24일 예정된 김 여사 조사에서는 기존 귀금속 수수 의혹에 한정해 조사가 이뤄질 전망이다.
특검팀 관계자는 10일 기자들과 만나 "압수수색 물품과 관련해 현재 수사 계획을 준비 중"이라며 "관저 이전 의혹이나 압수수색 물품 관련 내용은 현실적으로 이번 조사에 포함되기 어렵다. 기존에 제기된 귀금속 수수 등 혐의를 위주로 조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특검팀은 대통령 관저 이전 공사 특혜 의혹을 놓고 지난 6일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 사저가 있는 서울 서초구 아크로비스타를 압수수색했다. 특검팀은 이 과정에서 디올 재킷 16벌, 허리띠 7개, 팔찌 4개 등을 확보했다. 당초 영장에는 압수 대상이 '디올 제품'으로 명시됐으나, 김 여사 측이 반발하자 변호인단 협의 끝에 일부만 압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영장에는 인테리어 업체 '21그램'의 김태영 대표와 배우자 A 씨가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 피의자로 적시된 것으로 파악됐다. 특검은 A 씨가 지난 2022년 김 여사에게 디올 가방과 의류 등을 건넨 정황을 포착하고, 이를 관저 공사 수주 대가로 건넸는지 여부를 수사 중이다.
관저 이전 공사 특혜 의혹은 윤 전 대통령 취임 후 대통령실과 관저 이전, 증축 과정에서 21그램 등 자격이 없는 업체가 공사에 참여하는 등 특혜를 받았다는 내용을 뼈대로 한다.
특검은 지난달 서울 종로 디올코리아 본사 압수수색에서 확보한 21그램 측 구매내역과 김 여사 사저에서 압수한 물품을 대조해 사실관계를 구체화하고 있다.
또 특검은 이번 압수수색 과정에서 로저비비에의 클러치백(손가방)과 함께 '당대표 당선을 도와줘 감사하다'는 내용의 편지도 확보했다. 이 가방과 편지는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의 배우자가 지난 2023년 3월 전당대회 이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은 이 선물의 대가성 여부를 들여다보고 있다.

특검은 오는 24일 오전 10시 '서희건설 매관매직 의혹'을 받는 김 여사를 불러 조사할 계획이다. 이 의혹은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이 김 여사에게 6200만원대 반클리프 아펠 목걸이 등을 선물하고 맏사위인 박성근 변호사를 윤석열 정부에 기용해달라고 청탁했다는 내용을 뼈대로 한다. 박 변호사는 같은해 한덕수 전 국무총리 비서실장으로 임명됐다.
이 회장은 지난 8월 목걸이 실물과 함께 이같은 내용을 담은 자수서를 특검팀에 제출했다. 특검은 지난 9월 이 회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박 전 실장과 한 전 총리를 참고인으로 조사했다. 김 여사는 지난 2022년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순방 당시 해당 목걸이를 착용했다.
특검팀은 이번 조사에서 김 여사를 상대로 서희건설 매관매직 의혹 뿐 아니라, 이배용 전 국가교육위원장에게서 금거북이 등을 받은 사실이 있는지 등 수수 의혹 전반을 추궁할 방침이다. 김 여사를 불러 조사한 뒤에는 윤 전 대통령 대면 조사에도 나선다.
특검팀 관계자는 '24일 이후 김 여사를 다시 부를 계획이 있냐'는 질문에 "28일까지가 수사기간이기 때문에 이후 수사 일정은 확정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특검팀의 수사기간은 오는 28일로 끝난다. 개정안에 따라 특검팀은 수사기간을 최대 12월28일까지 연장할 수 있다.
윤 전 대통령 조사 일정에 대해선 "채상병 특검에서 오는 11일로 일정을 조율한 것으로 안다"며 "해당 특검의 조사 상황을 보고 일자를 정해 곧 통보하겠다"고 말했다.
특검팀은 오는 11일 오전 10시 김 여사의 모친 최은순 씨와 오빠 김진우 씨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국고손실과 증거인멸 등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한다. 최 씨와 김 씨는 현재까지 불출석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
특검은 앞서 지난 4일 최 씨와 김 씨를 12시간가량 조사한 뒤 돌려보냈다. 지난 조사에서 특검은 공흥지구 개발부담금 면제 등 특혜 의혹을 집중 추궁했다. 최 씨와 김 씨는 진술거부권을 행사하지는 않았으나 대체로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파악됐다.
특검은 김 여사 청탁 의혹에 얽힌 증거인멸 여부 조사를 충분히 진행하지 못한 만큼, 이번 조사를 통해 은닉 경위와 제3자 개입 여부 등 사실관계를 면밀히 파악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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