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정인지 기자] 김건희 여사 연루 의혹을 수사하는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매관매직 의혹을 받는 이배용 전 국가교육위원장을 사무실로 불러 약 14시간 동안 조사했다.
이 전 위원장은 7일 밤 12시15분께 조사를 마친 뒤 서울 종로구 KT광화문빌딩 웨스트에 위치한 민중기 특별검사팀 사무실을 나섰다. 이 전 위원장은 '금거북이를 왜 건넸나', '김 여사와 지난 2022년 코바나컨텐츠에서 왜 만났나' 등 질문에 묵묵부답인 채 자리를 떠났다. 다만 준비된 차량에 탑승하며 '인사 청탁을 한 적 없다는 입장인가' 질문에는 고개를 끄덕였다.
특검은 전날 오전 10시부터 이 전 위원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이 전 위원장의 특검 조사는 이번이 처음이다. 조사는 전날 오후 9시께 마무리됐으나 조서 열람 등 절차로 시간이 늦어다.
이번 조사에서 특검은 김 여사 측에 금거북이 등을 전달한 경위와 인사청탁 의혹의 정황 등을 집중 추궁했다. 김 여사와 이 전 위원장이 지난 2023년 9월 휴궁일에 경복궁 경회루 등을 방문한 경위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위원장은 진술거부권을 행사하지는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앞서 이 전 위원장은 전날 오전 9시9분께 특검 사무실 지하 주차장에 도착했다. 그러나 그는 당초 특검이 요구한 대로 취재진이 대기 중인 1층 현관을 통해 입장하지 않았다. 약 21분 동안 지하 진입을 시도한 끝에 오전 9시30분께 건물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조사실로 향했다.

남색 코트에 흰색 마스크를 착용한 이 전 위원장은 건물 주차장에서 '금거북이와 한지 공예품을 왜 건넸나', '공직 청탁 목적이었나', '정모 정진기언론문화재단 이사장에게 적격성보고서를 왜 건넸나', 'MBN 영업정지 건 해결에 어떻게 관여했나', '계속 취재진을 피하는 이유가 뭐냐' 등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이 전 위원장은 김 여사 측에 인사청탁과 함께 금거북이 등을 전달한 의혹을 받는다. 의혹이 불거지자 이 전 위원장은 지난 9월1일 사의를 표명했고 이재명 대통령은 같은달 8일 사직서를 재가했다.
특검팀은 지난 8월28일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이 전 위원장의 주거지, 지난달 5일엔 국가교육위원회를 압수수색했다. 지난 9월 중순에는 이 전 위원장의 비서였던 박모 씨의 주거지와 사무실도 압수수색한 바 있다.
특검은 또 이 전 위원장이 국가교육위원장으로 임명되기 전후인 지난 2022년 9월 한지 공예품과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 복제품을 김 여사 측에 건네려 한 정황도 포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앞서 특검은 김 여사 일가의 양평 공흥지구 부동산 특혜 의혹과 양평고속도로 종점 변경 특혜 의혹 수사를 위한 대대적인 강제수사를 벌여 왔다. 압수수색 대상에는 김 여사의 모친 최은순 씨와 오빠 김진우 씨, 김 씨의 장모 거주지 등이 포함됐다.
이 과정에서 특검팀은 금거북이와 함께 이 전 위원장이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에게 쓴 것으로 보이는 편지 등을 확보했다. 이 전 위원장이 윤 전 대통령 부부에게 금거북이를 건네고 국교위원장 자리를 청탁했다는 '매관매직 의혹' 수사의 시발점이다.
이 위원장은 현재 참고인 신분이지만 조사 결과에 따라 피의자로 전환될 가능성도 있다.
특검은 지난달 17일 김 여사와 이 전 위원장을 연결한 인물로 지목된 정 이사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특검은 같은 의혹으로 오는 24일 김 여사를 불러 조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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